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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연안 피해어민들이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새만금 연안 피해어민들이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정현미

"대합으로 성장할 소합, 중합이 사라지고 있어 백합잡이에 목을 메고 있는 주민들은 앞날이 캄캄할 뿐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곡괭이라도 들고 나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4공구를 트고 싶어요."

새만금 연안 피해 주민 대표자 일동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안국동 한국걸스카우트 강당에서 '새만금 연안 피해 주민 생존권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피해 상황을 고발했다.

그 동안 보상금 문제 등으로 공식적인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웠던 주민들은 피해가 극심해지자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즉각적인 공사 중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

4공구 방조제 물막이 공사 이후 새만금의 갯벌바닥은 점점 더 두텁게 뻘이 쌓여 딱딱해진다고 한다.

이날 서대석 새만금생명평화모임 공동대표는 "어민이 물고기를 잡고 나서 그물을 빤다는 소리 들어봤느냐"고 지적했다. 공사로 생긴 부유물이 그물에 붙어, 고기를 잡은 후에는 반드시 그물을 헹구고 햇볕에 말려 털어야 할 정도로 바다가 오염됐다는 것이다.

문명호(전북 군산시 옥서면 내초도) 이장은 "4공구 공사 이후 뻘이 1m 정도나 높이 쌓여 어민들의 주 수입원인 조개들이 잡히지 않고 있다"며 "간척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은 공원조성을 위해 잔디를 심는 일이나 쓰레기 선별장 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일거리가 없어 살아갈 날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강해진(전북 부안군 계화면 의봉리) 이장은 "점점 썩어가고 있는 갯벌을 보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젊은이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일을 어떻게 막겠냐'며 먹고 살 길 없는 고향을 떠나고 있다"며 정부의 공사 강행에 울분을 토했다.

이어 같은 계화면 주민 염정우씨는 "정부가 서민들의 엄청난 노동자원이 있는 새만금 갯벌을 빼앗는 것"이라며 "밑바닥의 서민들이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정부는 관심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8월 26일 '일본의 새만금'으로 불리는 아리아케해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이 전체 공정의 94%가 진행된 상황에서 사가 지방법원의 결정으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주민 대표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체 공정의 20%밖에 진행되지 않은 새만금 간척사업에 투여될 시간과 재정을 아끼고 환경과 어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공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만금 간척은 오랜 공사로 물 건너갔다'는 일부 인식은 잘못됐으며 공사 중지 여지는 충분히 희망적이라는 이야기다.

주민 대표들은 이 밖에도 ▲새만금사업과 관련한 대화의 장 마련과 지역어민들의 참여 보장 ▲새만금 연안 지역주민들의 피해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 ▲바다와 갯벌을 살려 지역어민의 생존권 보장 ▲4공구 방조제를 튼 후 해수유통을 위한 교량 설치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주민 대표들은 국무총리실에 항의 서한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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