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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이준배씨가 자신의 논을 갈아엎은 후 나온 벼 나락을 먼 발치에서 보고 있다.
농민 이준배씨가 자신의 논을 갈아엎은 후 나온 벼 나락을 먼 발치에서 보고 있다. ⓒ 의성군농민회
의성지역 6개 농민단체 회원 등 70여명의 농민과 대학생들이 논을 갈아엎은 후 흙과 벼나락을 사과상자에 담아놓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성지역 6개 농민단체 회원 등 70여명의 농민과 대학생들이 논을 갈아엎은 후 흙과 벼나락을 사과상자에 담아놓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의성군농민회
"다 키워놓은 자식 잃는 심정이지예. 수확도 못 보고 갈아엎는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꺼."

WTO 쌀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농민들은 추수를 앞두고 영근 논을 갈아엎으며 애끓는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전국 동시다발로 농민들이 논 갈아엎기 항의시위를 벌인 22일 오전 10시 경북 의성군 안계면 위양리 안계평야에서 트랙터 한 대가 벼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었다. 이날 갈아엎은 논은 농민 이준배(48)씨의 논 중 400여평 정도.

이날 이씨는 정부의 쌀포기 정책에 항의하는 뜻으로 수확포기 각서를 썼다. 이씨 외에도 11명의 농민이 이씨와 함께 수확포기 각서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이들도 자신들이 경작하는 논을 갈아엎고, 쌀개방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벼 수확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씨는 15Kg 사과박스에 갈아엎은 흙과 벼 나락을 각각 나눠담아, 수확포기 각서와 함께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농림부 등 정부기관으로 택배로 보냈다.

현장에서 농민들이 정부의 쌀개방에 항의하는 뜻으로 수확포기 각서를 쓰고 있다.
현장에서 농민들이 정부의 쌀개방에 항의하는 뜻으로 수확포기 각서를 쓰고 있다. ⓒ 의성군농민회
의성군 지역 논 갈아엎기 항의시위에는 의성군농민회·여성농민회·농촌지도자의성군연합회 등 6개 농민단체 회원 70여명이 참여했다. 농민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 정부는 쌀 협상에 대한 공개를 일체 하지않고 있어 농민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우리 주식이며 식량자급에 대한 문제임에도 국민과 숙의 한번 하지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농민들은 이어 "정부가 '쌀 관세화 유예만이 능사가 아니다'면서 쌀시장 완전개방 논리를 흘리고 있다"면서 "수입가능한 모든 농축임산물이 우리 밥상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 쌀 마저 개방한다면 농업은 물론 국민들은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또 ▲쌀개방 찬반 국민투표 실시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추곡수매제 폐지 반대 ▲추곡수매가 4% 인하 반대 ▲농지전용 허용 반대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논 갈아엎기 항의시위는 의성군 지역 뿐만 아니라 영천시 도동 김기호(62)씨의 논 1200여평 등 상주·칠곡·영천 등 경북도내 9곳 시군에서 400~1200여평씩 진행됐다. 또 경북외에도 충북·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같은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과 각 도내 농민회는 오는 10월 중으로 각급 학교에서 우리쌀 지키기를 주제로 일일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경북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쌀개방 찬반투표 등을 진행하는가 하면, 이의근 경북도지사가 참석하는 토론회를 개최해 경북도 차원에서 쌀개방과 관련한 입장을 들어볼 예정이다.

알이 영근 벼 나락. 그 뒤로 트랙터로 갈아엎은 흙탕물 범벅이 된 논이 보인다.
알이 영근 벼 나락. 그 뒤로 트랙터로 갈아엎은 흙탕물 범벅이 된 논이 보인다. ⓒ 의성군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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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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