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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주사를 맞고 가신 40대 중반 아저씨. 주사 맞으신다고 엎드려서 바지를 내리기는 하는데 주사 놓을 엉덩이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아저씨 바지 좀 더 내려 주세요."
"남사스러워서 그러쥬."
"남사스럽긴. 그래도 바지 위에다 주사 놓을 수는 없잖아요.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조금 더 내려주세요."

그랬더니 좀더 내리시는데 이번에는 속옷 고무줄 때문에 위로 슬그머니 제자리다. 그 모습을 보니 '에구, 내 손으로 내리고 말지' 싶어 오늘 아침도 아저씨 바지를 내 손으로 내려서 엉덩이 주사를 놔줬다.

근육 주사는 맞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 아무 곳이나 놓는 게 아니고 엉덩이를 네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상외측이 주사 부위다. 그 자리의 근육이 제일 크고 커다란 혈관이나 신경이 지나지 않아 가장 안전하다.

그런데 바지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면 자칫 엉뚱한 부위에 주사를 놓을 수 있어 그만큼 위험부담이 있다. 또 주사 놓는 간호사가 '바지 좀 더 내리세요'하는 말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주사는 먹는 약과 달라 한 번 들어가면 약효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잘못 투약되었을 경우 토할 수도 없고, 다시 빼내는 방법이 전혀 없어 늘 주의가 요구되는 투약방법이다.

주사 놓는 사람의 안전도 안전이지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주사 맞는 사람의 안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리에 놓을 수 있도록 환자가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근육주사 맞을 때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고 바지를 제대로 내리면 좋겠다. 엉덩이가 반 이상은 보여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상외측이 잘 보이게 바지를 비스듬하게 내려주는 것이다.

가끔 보면 너무 많이 내려서 엉덩이가 다 보이는 분들도 계시긴 한데 그런 경우는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바지를 제대로 안 내려서 엉뚱한 자리에 주사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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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하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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