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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의 인격, 나아가 일생까지 바꿔 줄 수 있는 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 중 하나다. 하지만 요즘같이 책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진 지금, ‘보는’ 것이 대세를 이루는 영상 문화 시대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적어진 지금에 저 말의 의미는 빛을 바래고 있다.

귀뒬의 <도서관에서 생긴 일>은 책읽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한권의 책이 사람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말을 하는 이 작품은 본래 청소년을 위해 탄생된 작품으로 1996년 크로노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 안 읽는 것이 굳이 청소년뿐이겠는가? 책이라면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작품의 독자가 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생긴 일>은 ‘독서’와 ‘쓰기’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실용서인 양 구구절절 효용과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판타지의 영역을 동원한 귀뒬은 주인공 기욤의 모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책읽는 것과 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귀뜸해주고 있다.

주인공 기욤은 글을 읽는 것이라면 두드러기를 일으킬 정도로 책읽기를 싫어하는 대표적인 학생이다. 그런 기욤이 우연히 맞은편 건물의 할머니를 보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의 집에서 나온 아름다운 소녀도 보게 되고 호기심에 빠진 기욤은 그녀를 따라 도서관에 들어가게 된다.

평소에는 들어가지 않았던 도서관이라는 곳에 들어 간 기욤은 이다라는 소녀가 할머니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한 그녀가 젊은 날의 꿈인 소설가가 되기 위해 마법서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물론 기욤은 그 사실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지만 소녀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뿔싸! 기욤으로서는 애석하게도 소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의 실제 모습인 할머니가 죽었기 때문이고 슬픔에 빠진 기욤은 이다를 다시 보기 위해 글을 쓰게 되고 이다가 그렇게 원하던 마법서를 찾기 위해 책 속에 빠져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도서관에서 생긴 일>이 흥미를 끄는 것은 ‘도서관’이 모험의 장소라는 점이다. 도서관에는 모든 책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모험은 모든 책들의 페이지를 넘나들며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레미제라블>, <어린왕자> 등의 작품이 등장하고 그 작품들의 주인공과 기욤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렇기 때문이다. 어떤 장대한 영웅의 모험보다도 더 신비스러운, 책들의 주인공들과 만나는 모험을 보여주는 것이다.

총성과 함께 가브로슈의 노래가 끊겼다. 가브로슈는 포도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졌다. 가브로슈의 몸 아래로 자줏빛 웅덩이가 서서히 퍼져나갔다. 기욤은 눈물이 복받쳤다. 두두는 낙담한 채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바리케이드 전체가 침묵했다. 오래 전부터 목숨을 내놓고 최후의 희생자가 되기를 각오했던, 그토록 냉혹하고, 그토록 전쟁에 익숙한 남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적진의 총격도 멈추었다. 기괴한 침묵이 이어졌다. 전쟁의 소음보다 더 잔혹한, 부상자들의 비명과 대포의 폭음보다 더 고통스런 침묵 속에, 마리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지만 위대한 영혼이 이제 막 사라졌군.”
<도서관에서 생긴 일, 기욤 일행이 레미제라블에 등장해서 겪는 모험 中>


<도서관에서 생긴 일>의 저자 귀뒬은 ‘독서’와 ‘글쓰기'를 판타지 형식을 동원한 상상력으로 멋지게 설명하고 있다. 유명 작품들을 동원한 것은 물론이고, 저자가 하고 싶던 말도 주인공들의 심리를 통해서 무리 없이 전달해주고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즐거움을 격려하는 <도서관에서 생긴 일>. 상상의 바다인 ‘책’ 속으로 안내하는 신비로운 나룻배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도서관에서 생긴 일

귀뒬 지음, 신선영 옮김, 문학동네(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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