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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검찰마크를 기자실에 다시 붙이고 있다.
지난 3월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검찰마크를 기자실에 다시 붙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사들은 과거 '영감'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체 높은 양반(?)이었다. 지금도 일반시민들은 무슨 죄를 짓지 않았더라도 검사 앞 아니 검찰청 얘기가 나오거나 문턱에만 가더라도 심장이 벌떡거리고 식은땀이 나 언행이 부자연스러워지는 사람이 적지 않을 만큼 검찰이 내뱉는 '국민의 검찰'이라는 구호는 국민과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검사와 한솥밥을 먹으며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검찰 일반직원들이 바라보는 검사의 모습은 어떨까. 검찰 6급 이하 일반직원들이 지난 7월말 개설한 '검찰사랑방(www.sorpe.co.kr)'을 들여다보면 이런 궁금증은 쉽게 풀린다.

검찰 직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정회원으로 250여명 정도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공식 내부통신망으로는 'e-pros'가 있으나, 일반직원들의 주장과 건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이트 주소도 'e-pros'를 거꾸로 해 'sorpe'로 했다. 6급 이하 검찰직원은 물론 검찰외부인들도 '일반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몇 가지 단적인 예를 갖고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검사들이여 인권타령은 이젠 그만!', '검사들의 아집과 독선이 검찰을 망친다', '웃기는 검사들'이라는 표현은 다름 아닌 검찰 일반직원들이 한 가족이자 상급자인 검사들을 향해 쏟아낸 독설이다.

더불어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관행 등 현재 법조계의 모습을 질타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 정권 언제 끝나나 생각하면서 제자리에서 진군 흉내만 내"

6급이하 검찰일반직원들이 만든 '검찰사랑방'사이트.
6급이하 검찰일반직원들이 만든 '검찰사랑방'사이트.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작성자 '한세상'은 '검사들이여 인권타령은 이제 그만!'이라는 글에서 "검사들이여, 그동안 정치검사들이 많이 우려먹은 변방의 북소리와 같은 인권타령은 그만 하자"며 "자기의 입신출세를 위해 정치적인 구호만 외쳐대는 사람들이 아직도 검찰에 남아 있느냐"고 일갈했다.

그는 "실제로 개혁할 생각도 없으면서 노무현 정권이 '개혁, 개혁' 하니까 검찰은 이에 발맞추듯이 '인권, 인권'하는 변방의 북소리를 내고 있고, 속으로는 이 정권이 언제 끝나나 생각하면서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며 진군하는 흉내만 내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세상'은 특히 "그러니까 인권위가 생기고, 부방위가 생기고, 고비처가 생기고, 법원이 청소년 기소권을 달라고 하고, 경찰이 독립하자고 하는 게 아니겠느냐"며 "인권타령은 물론 사리사욕과 선전의 도구인 무슨 '위원회'라는 검찰주변의 관변단체를 일소하며 낙후된 법과 제도를 정비해 조직의 역량을 배가시켜 범죄자와 가진 자들을 향해 칼날을 세우고, 피해자와 선량한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검찰이 살길"이라고 충고했다.

지난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검사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피고인이 법관 앞에서 부정할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개변론이 있어서인지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검들아'는 '검사들의 아집과 독선이 검찰을 망친다'라는 글에서 "작년에 검찰 게시판을 통해 많은 직원들이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등 검사실 조사 행태의 개선을 주장했다"며 "그러나 높으신 양반들은 귀가 먹었는지 일언반구 대답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자기들이 할 일을 참여계장에게 떠넘기고는 검사 없는 참여계장의 단독조사를 발견하면 경위서를 받는다는 등 얼토당토 않는 방을 붙이는 어이없는 행태를 계속하다 결국 대법원에서 제동을 걸고 나왔다"며 "검사들의 아집과 독선이 결국 검찰을 망가지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진작 직원들의 충고를 받아 들여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와 동등하게 인정하고 증명력은 판사의 몫으로 하도록 법을 개정토록 노력했다면 검찰이 법원에 끌려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무식한 검사들은 이제 잘난 체만 하지 말고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갈 줄 아는 지혜도 가져라"고 꾸짖었다.

'검들아'는 그러면서 "검사실 참여계장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고 허위공문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평가해 달라고 하는 우스꽝스런 코미디는 정말 그만 둘 때가 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참여계장이 '피의자신문조서' 허위공문서 작성하는 일도 신물 난다"

검찰청사를 나서는 검사 및 직원들.
검찰청사를 나서는 검사 및 직원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특히 작성자 '장 계장'은 '검찰청 직원도 법을 지켜야 하나요?'라는 글에서 "검사가 작성해야 할 피의자신문조서를 참여계장에게 떠넘기고, 참여계장이 피의자를 조사해 조서를 작성하면 검사가 마치 직접 작성한 것처럼 서명날인하고, 참여계장은 참여만 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미고 있다"며 "이것을 법원에 제출하면 판사는 이 조서가 대부분 참여계장이 작성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검사가 작성한 증거서류로 인정해 주고 있다"며 검찰과 법원을 동시에 겨냥했다.

그는 "피고인이 재판의 증거로 제출된 조서내용을 부인했음에도 판사가 유죄를 선고한 경우, 피고인이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참여계장이 작성한 것임에도 판사가 증거로 채택한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들어 재판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검사와 참여계장을 허위공문서작성죄로 고소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우려했다.

그는 "검사가 자기가 시킨 일이니까 나서서 책임을 져줄지도 의문"이라며 "설령 검사가 책임을 진다고 해도 조서를 작성했던 참여계장은 그 월권행위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있느냐"고 밝혔다. 이어 "이제 권한 없이 허위공문서 작성하는 것도 신물이 난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2002년 한 검찰총장의 퇴임식에서 검찰 간부들이 역대 총장의 사진을 보고 있다.
지난 2002년 한 검찰총장의 퇴임식에서 검찰 간부들이 역대 총장의 사진을 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인격존중 해야" vs
"검사들 압력으로 폐쇄되는 일 없도록 투쟁"


이 같이 검사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다 보니 냉철하고 설득력 있는 예리한 비판을 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사이트가 폐쇄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작성자가 '스피노자'는 "비판의 대상에 대해선 메스칼날처럼 예리하게 비판해야 하나 그 사람들의 인격은 존중해야만 우리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고, 권위를 갖게 된다"며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검찰청 내에서 일반직, 검사, 기능직 모두 따로따로일 수 없다"고 신중한 비판을 주문했다.

반면 '적극지지'는 "혹시 검사들의 압력으로 이 사이트를 닫는 일이 없도록 투쟁해 달라"며 "이런 모임 하나하나가 검찰을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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