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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에서 발원하여 대전 갑천으로 흐르는 벌곡천. 맑고 깨끗한 물로 유명했으나 요즈음 서서히 오염되고 있다(왼쪽), '생존권사수'를 외치고 있는 벌곡면 주민(중앙), 벌곡면 G-감염성폐기물 처리업체 입주를 둘러싸고 주민들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대둔산에서 발원하여 대전 갑천으로 흐르는 벌곡천. 맑고 깨끗한 물로 유명했으나 요즈음 서서히 오염되고 있다(왼쪽), '생존권사수'를 외치고 있는 벌곡면 주민(중앙), 벌곡면 G-감염성폐기물 처리업체 입주를 둘러싸고 주민들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 윤형권
지난 8월 13일부터 논산시 벌곡면 신양리에 있는 한 감염성폐기물 처리업체 앞에서 이곳 주민들 30여 명이 천막을 치고 약 한달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5월부터 감염성폐기물 소각장 입주 반대 의사를 논산시청과 금강유역환경청, 환경부 등에 서면으로 전달하는 한편, 행정소송과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해당업체는 8월 초순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영업 허가를 받아 8월 11일부터 소각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감염성폐기물 처리업체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벌곡면 주민들.
감염성폐기물 처리업체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벌곡면 주민들. ⓒ 윤형권
주민들은 "이 회사에서 소각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악취와 소음으로 밤잠을 설치고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염성폐기물 처리업체 반대 대책위원인 신양2리 이장 안교혁(66)씨는 "왜 하필이면 도립공원이 있는 청정지역에 주민들과 합의도 없이 감염성폐기물 처리업체를 허가해줘, 우리들만 피해를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행정당국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주민들은 행정소송과 소각장 설치 중지 가처분소소송을 내면서 반대했음에도, 주민의견수렴절차도 없었고,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채 폐기장이 들어왔다는데 분개하고 있다. 행정소송은 주민들이 패소했다.

그러나 해당업체와 행정당국은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 대표인 안아무개(45)씨는 "허가와 관련된 법령에 의해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왜 이전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소음 문제는 보완을 하고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는 요구가 있으면 물질적인 보상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논산시 환경보호과의 폐기물 담당자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닌 폐기물처리 시설을 할 경우, 관련법령에 적합하면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도 허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라리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열어 사전에 의견수렴을 할 수 있으면 갈등이 심하지 않을 텐데 아쉽다”며 관련법령의 미비로 인한 일선 행정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환경평가 대상은 폐기물 종류 관계없이 1일 100톤 처리능력 소각장만

주민들이 이렇게 반발하고 있음에도 왜 논산 벌곡리의 감염성폐기물 처리장은 환경영향평가대상에서 제외된 것일까?

현재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와 관련한 법령은 환경영향평가의 대상 기준을 '(폐기물 종류와 관계없이) 1일 100톤 이상의 폐기물을 소각처리 할 수 있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1일 처리능력이 7톤에 불과(?)한 논산 벌곡의 감염성폐기물처리장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환경부의 2002년도 통계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생활폐기물은 4만9902톤, 사업장폐기물 21만9646톤, 지정폐기물은7986톤, 지정폐기물에 포함되는 감염성폐기물은 93.2톤이 발생한다. 1일 발생량이 93톤 정도인 감염성 폐기물 처리를 수만에서 수십만톤에 달하는 다른 폐기물과 같은 기준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감염성폐기물 '100톤/1일' 처리능력 가진 업체 한 곳도 없어

환경영향평가란?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오염 사전예방제도이다. 각종 사업계획을 수립·시행함에 있어서 사업의 경제성, 기술성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도 종합적으로 비교 검토하여 최적의 사업 계획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또,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도록 함으로써 쾌적한 환경을 유지·조성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환경영향평가항목은 기상, 지형, 지질, 동식물, 해양, 수문, 수리 등 자연환경과 토지이용, 대기질, 수질, 토양, 폐기물, 소음·진동, 악취, 전파 장해, 일조 장해, 위락·경관, 위생·보건 등 11개 생활환경 항목 그리고 인구, 주거, 산업, 공공시설, 교육, 교통, 문화재 등 7개 항목인 사회경제환경 중에서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중요한 항목을 집중 평가한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서는 사업 계획을 수립·시행하는 사업자가 작성하도록 되었는데, 사업자는 우선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평가서 초안을 작성하여 이를 공고(1개 이상의 중앙 일간지 및 지방 일간지) 및 공람(50일 이내 30일 이상)하고, 설명회와 공청회를 개최하고, 수렴된 주민의견을 평가서 작성 시 반영하게 한다.

주민과 업체, 행정기관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는 평을 받고 있다.

/ 윤형권
그런데 문제는 이 곳 폐기장을 포함해 우리나라에 있는 13개의 감염성폐기물 소각처리업체 중 1일 소각처리능력이 100톤을 넘는 업체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전체 업체는 15개이나 두 곳은 멸균분쇄업체) 이처럼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 때문에 감염성폐기물 처리설치를 위한 환경영향 평가와 이를 위한 공청회 등 주민의견 수렴절차가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광역시의 '시민환경기술센타' 최충식 실장은 "감염성폐기물 처리시설은 소각과정에서 다이옥신과 분진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과 악취 발생, 2차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다른 폐기물 처리시설보다 주민들과의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시설허가 전에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감염성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을 1일 100톤 이상으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이어 "전국 감염성폐기물 처리업체 15개중 환경영향평가나 주민합의 절차를 거쳐서 설립된 업체는 한군데도 없다"며 "가장 규모가 큰 경기도 용인의 M회사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감염성폐기물의 50~60%를 처리하는데, 1일 소각처리능력이 1, 2호기 합쳐서 약 80톤이고 나머지 업체들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규모"라고 밝혔다.

올해 8월 11일에 바뀐 감염성폐기물 처리시설 관련 시행령에는 소각처리 능력이 1일 10톤 규모인 업체에 대해서는 환경성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환경성조사는 주민의견 수렴절차도 없고, 업체가 단순조사만 하면 되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의 초안 정도의 수준이라는 평가다.

환경부 "업체 늘지 않을 것... 기존업체 관리·감독차원에서 접근해야”

이에 대해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일어날 대규모 개발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감염성폐기물의 경우 이미 처리시설이 대부분 돼 있기 때문에, 기존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환경평가과의 한 관계자는 "'감염성폐기물 처리시설의 소각처리능력 1일 100톤 이상'을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정한 것은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감염성폐기물, 폐유, 폐알콜 등)을 포함한 기준"이라며 "감염성폐기물 처리 시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을 별도로 정하기란 인력이나 예산 등의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환경부 산업폐기물과 관계자도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설립허가 조건을 강화하면 누가 감염성폐기물 처리업을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설립허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독기준도 느슨한 편

감염성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고 하지만 다이옥신 배출 기준으로 살펴본 감독기준은 느슨한 편이다.

올해 8월 11일자로 개정한 감염성폐기물 처리시설과 관련한 시행령의 다이옥신 배출기준을 보면, 올해 7월 21일 이후 허가된 신설시설은 0.1~5.0ng-TEQ/N㎥으로 일본과 같으나 기존시설은 0.1~40ng-TEQ/N㎥로 일본의 1~10ng-TEQ/N㎥에 비해 약한 수준이다. 대부분 업체가 기존시설에 해당된다.

현행법령에 의한 감염성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다이옥신 측정횟수도 외국에 비해 적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각처리 능력이 시간당 2000kg 이상의 업체는 6개월에 1회, 시간당 200kg~2000kg까지는 년1회를, 시간당 25kg~200kg까지는 2년에 1회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국내 감염성폐기물 처리시설 중 소각처리 규모가 시간당 1000kg 이상이 3곳이며, 나머지 10개 업체는 1000kg에 훨씬 못 미치는 업체들이다. 따라서 국내의 감염성폐기물 처리업체들의 경우 다이옥신 배출기준 검사를 6개월에 1회를 받아야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 모든 업체가 년 1회만 받으면 되는데 그나마 설립허가 시기에 따라 허용기준에 대한 유예기간이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일본은 처리규모에 상관없이 년 1회 이상으로 규정해 놨다. 상황에 따라 횟수와 관계없이 조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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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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