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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기사목록의 맨 아래 쪽에 보이는 기사에 20명의 독자들이 좋은 기사 원고료를 보태주었다.
내가 쓴 기사목록의 맨 아래 쪽에 보이는 기사에 20명의 독자들이 좋은 기사 원고료를 보태주었다. ⓒ 정철용
처음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여기기도 했지만, 그건 분명히 스무 명의 독자가 내 글에 준 원고료였습니다. 나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금액으로 치자면 얼마 되지 않는 액수였지만, 거기에 담긴 마음이 너무나 크고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 글에서 나는, 이번 10월 말에 학교에서 계획하고 있는 야외 캠프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선 딸아이에게 그 글을 써서 받게 되는 원고료에 그 만큼의 액수를 더 얹어서 주기로 약속했지요. 스무 명의 독자들은 내가 아니라 나의 딸아이를 위하여 그렇게 그들의 마음을 보탠 것이었음을 깨닫고 내 마음은 한없이 따스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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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도 딸아이는 방과 후에 동네 대형슈퍼마켓 앞에서 학교에서 인쇄해 준 복권을 판매하는 등 자금 마련에 열심이었습니다. 나도 두 장을 샀는데, 딸아이가 다음 주까지 팔다 남은 복권들은 내가 모두 사줄 계획입니다. 그리고 그 복권 구입에는 얼굴도 모르는 스무 명의 <오마이뉴스> 독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도 딸아이에게 말해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나는 그동안 내가 썼던 기사에 붙은 ‘좋은 기사 원고료’에 흐뭇해하면서. 이름도 알 수 없는 그 익명의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사의 마음은 금방 부끄러움으로 바뀌고 말았지요. 그동안 정작 나 자신은 한 번도 다른 기자들의 글에 ‘좋은 기사 원고료’를 준 적이 없었다는 아픈 사실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는 외국에서 사는 재외동포이기에 휴대폰 결제가 불가능하니, 내가 ‘좋은 기사 원고료’를 주려고 해도 그건 불가능했을 테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한 번도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저 남의 좋은 글을 읽기만 했을 뿐 거기에 내 마음을 전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인색한 독자였다는 뼈아픈 자각은 나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기사에 ‘좋은 기사 원고료’를 주는 것은 아주 작은 일일 것입니다. 위 시에서 박해석 시인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건 ‘너희 살을 떡처럼/ 떼어’ 주는 일도 아니고 ‘너희 피를 한잔 포도주처럼 찰찰 넘치게/ 따르’는 일도 아닙니다.

그저 ‘너희가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조그만 틈을 벌려주는 것’이고 ‘조금씩 움직여/ 작은 곁을 내어주는 것’일 테지요. 그러나 그 작은 틈과 곁이 공생의 공간이 되듯이, 독자들이 조금씩 주는 ‘좋은 기사 원고료’는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는 공감의 확인이요, 분발의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이제 ‘좋은 기사 원고료’의 서비스 방식이 바뀌어 인터넷 뱅킹도 가능해졌으니, 나도 다른 기자들이 쓴 좋은 기사에는 주저하지 않고 내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이제부터 나도 기쁜 마음으로 ‘원고료 주기’ 버튼을 눌러 공감하는 내 마음을 그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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