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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햇살이 눈부시게 빛납니다. 들판이 황금물결로 출렁거립니다.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지요. 열흘 전 쯤 텃밭에 심었던 배추씨가 이제 제법 자랐습니다. 튼실하게 생긴 배추 싹을 한두 개만 남겨놓고 다 뽑았습니다. 그렇게 솎아주어야 나머지가 잘 자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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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가 '금추'입니다

오늘 아침 김혜원님이 올린 '배추가 금추입니다'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김혜원님의 가정주부로서의 알뜰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회지에 사시는 분들이 배추 한 포기에 5천원씩이나 하는 것을 보고 놀라실 만도 하겠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 박철
언론에서는 물가동향을 발표하면서 물가가 오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석유값 파동과 농수산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사는 사람이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농수산물 가격이 갑자기 오르게 되는 이유는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자연재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농민들이지요. 산지에서 농산물 값이 올라도 실제 소비자 가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가 대단히 복잡하고 비민주적인 구조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조차 적극적으로 이를 개입하거나 개선해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물가가 급등하게 된 모든 원인이 마치 농민들이 농산물을 비싸게 팔아서 그렇게 된 것처럼 여론을 끌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혜원님의 글에 등장하는 어느 할머니가 "추석이 얼마 안남었자너. 그래도 어쩌것어. 아들이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겠다는디…"라는 말씀처럼,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김치가 귀하다고 생각하면 배추 한 포기에 5천이라고 해도 결코 비싼 것은 아니지요.

지난 주 9월 3일, 통계청의 보고가 다음과 같이 신문에 실렸습니다.

"지난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외식비 지출은 월평균 27만6천5백 원으로 전체 식료품 지출비의 51.6%를 차지했다. 식료품비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평균 외식비 규모는 5년 전인 99년의 15만3천400원보다 80.2% 늘었고 작년의 24만4천8백 원보다는 12.9% 증가했다."

아무리 경제가 불황이어도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4-5인 가족이 한 끼 외식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6천 원짜리 설렁탕을 먹어도 3만원 정도, 나온다는 계산이지요. 배추 2통을 갖고 김치를 담그면 적어도 먹기 나름이지만 아마 보름은 먹을 것입니다.

ⓒ 박철
작금의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빈부의 격차라고 저는 생각하지요.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가 점점 벌어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촌의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지요.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는 자녀들이 없습니다.

도시의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 과외비로 지출하는 돈은 농촌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입니다. 며칠 전, 서울에 사는 후배를 만났습니다. 후배에게 중·고등학교 다니는 애가 둘이 있는데 한 달에 고정적으로 과외비로 지출되는 돈이 자그마치 150만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다른 가정에 비해서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라고 합니다.

요즘 제가 사는 교동에서는 여름 내내 고생해서 고추농사를 지어 고춧가루를 만들었는데, 중국산 고춧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와서 고춧가루가 잘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춧가루를 많이 생산한 집마다 팔지 못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음식점에서도 김치를 직접 담그지 않고 공장에서 배달한 김치를 손님상에 내놓는다고 합니다. 일반 가정에서도 김치를 담그지 않고 공장에 김치를 주문해서 먹기 때문에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요.

우리 동네 사람들이 생산한 고춧가루를 팔아 줄 요량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분들에게 다리를 놓아 부탁을 드려도, 요즘은 김치를 공장에서 주문해서 먹는 것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고춧가루가 크게 필요치 않다고 합니다.

ⓒ 박철
지금은 배추 한 포기에 5천원이라고 놀라셨습니다. 하지만, 추석 지나 김장철이 돌아와 배추 한 포기가 껌 한 통 값만도 못해 배추밭을 트랙터로 갈아엎는 일을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때는 누가 책임을 져주겠어요?

그런 일들이 농촌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져 온 일입니다. 배추 한 포기에 소비자 가격이 5천원이라고 해도 실제 산지 가격은 그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농민들은 이래저래 찬밥 처지입니다.

평소 김혜원님이 오마이뉴스에 올리는 아름다운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김혜원님의 알뜰살뜰한 살림살이를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김치는 꼭 집에서 담가잡수시고 누가 농산물 값이 비싸다고 해도 어렵게 살아가는 농촌 사람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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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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