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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하시죠.
차 한 잔 하시죠. ⓒ 이미진
“차(茶)한잔 드시겠어요?” 길을 가다 누군가 말을 건넵니다. 워낙 삭막한 세상이다 보니 눈은 평소와 다르게 둥그레지고 눈가와 이마엔 밉살스런 주름이 집니다. 여러분은 상대의 베품을 왜 이렇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의 옛 조상들은 백색 옷을 좋아하고 나눔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민족이었습니다. 한국의 뿌리 깊은 차 문화 또한 살펴보면, 평화를 기원하는 의식재로 사용됐습니다. 이제 잊혀져가고 있는 ‘한국의 차(茶)문화’를 되돌아보고 길을 가다 누군가 건네는 ‘차 한 잔’이 싫지 않는 우리의 차 문화가 부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한국의 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차로는 박하차, 대추차, 당귀차, 감초차, 호두차, 마차, 구기자차, 살구차, 옥수수차, 오디차, 매실차, 모란차, 산수유차, 생강차, 산사자차, 석류차, 쑥차, 도라지차, 칡차, 맥운동차, 결명자차, 둥굴레차, 더덕차, 오미자차, 으름차, 화살나무차, 율무차, 밤차, 비파차, 복분자차, 보리차, 동규자차, 두릅차, 계피차, 감차, 귤피차, 금앵자차, 현미차, 인동차, 인삼차, 진달래차, 모과차, 포도차, 삼백초차, 솔잎차, 음양곽차, 회향차, 연자차, 은행차 등 그 수가 50여 가지가 넘습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조선 중엽 이후 차가 쇠퇴하면서 쓰이게 된 대용차(代用茶)입니다. 대용차란 과실이나 뿌리, 줄기 등을 뜨거운 물에 우려먹는 것을 말합니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탕(湯), 환(丸), 고(膏)와 같은 약물 달인 것을 차라고 습관적으로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전통차(茶)라는 것은 차나무에서 얻은 연한 잎이나 순을 채취하여 덖거나 찌거나 발효시키는 등의 손질을 거친 찻잎과 찻가루, 차 덩어리를 끓인 물에 알맞게 우려낸 것입니다. 흔히 녹차, 홍차, 보이차, 우롱차라고 불리며 녹차는 다시 덮음차와 증제차로, 우롱차는 경발효차와 중발효차로 나뉩니다.

그렇다면 차가 어떻게 평화를 기원하는 의식재로 사용된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차의 기원(起源)은 중국(中國)이며, 차를 처음 발견한 신농(神農)은 우리와 같은 핏줄인 동이족(東夷族)이었습니다. 그가 어린 찻잎을 먹어보니 해가 없고 몸에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차를 음용하게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차가 널리 알려진 것은 인도 향지국(香至國)의 왕자 달마가 중국 소림굴에서 정진 중 잠을 쫒기 위한 기호음료로 차를 먹으면서부터 입니다. 결국 차는 “당신의 마음에 영원한 평화의 마음”이라는 달마대사의 설교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로 인식됐습니다. 한국인에게 평화의 의식재로 알려진 차는 점차 우리문화 깊이 뿌리를 내리며 한국 나름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조선왕족실록>문헌에 기록된 내용.
<조선왕족실록>문헌에 기록된 내용. ⓒ 이미진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과거 우리조상들은 차례 상에 차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평화를 기원하는 의식재로서의 차는 과거 획기적인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영국과 중국의 아편전쟁이 그러하고 미국의 독립전쟁의 도화선이라 할 수 있는 보스턴차 사건이 그렇습니다.

오늘날 차는 ‘웰빙붐’과 더불어 서양의 의학적 접근과는 다른 각도에서 차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차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차는 카테킨류와 베타카로틴, 비타민 C, 비타민 E 등 영양이 풍부하며, 차를 마심으로서 이러한 성분이 우리 몸에 흡수되어 육체와 정신건강에 크게 도움을 줍니다.

이제 우리는 차를 건강음료나 기호음료로 먹는데 그치지 않고 마음의 건강과 평화까지 생각하는 우리의 차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입니다. 이미 중국은 차를 오랫동안 음용해왔으며, 그 종류도 1400여 가지에 달하는 등 세계 녹차생산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 차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 차를 건네는 그들을 뿌리치지 마십시오. 그리고 먼저 차 한 잔을 건네 보십시오. 다가오는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여 화목을 기원하는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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