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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17대 첫 정기국회에 임하는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의 태도는 의외로 차분했다. 국회에 야전침대를 들이고, 의원전체가 연수를 다녀오는 등 양당이 야단스럽게 나오는 것에 비하자면 그랬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7월 임시국회가 끝난 뒤 의원워크숍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의원들은 "정말 간단치 않았다"라며 의회진입 소회를 털어놓았다. 처음 서보는 무대, 서툴렀지만 "대과(大過) 없이 왔다"는 자평 속에 "정기국회는 오픈게임이다, 더 잘 하자"고 의원들은 파이팅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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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반대해도 개혁입법 처리한다"

천영세 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처음 경험하는 정기국회 전략에 대해 "원외 지지세력과의 연대하는 의회진입 전략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당 개혁의원들과의 공조를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야4공조'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 대해서는 정책공조라는 기존의 입장을 전제한 뒤 "동요하지 않는다"며 다만 "지속적이고 정치적인 공조는 없다"고 못박고 "꼭 일치하지 않더라도 유사한 내용의 정책이라면 공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열린우리당을 향해 "야 4당이 자신들을 공격한다는 피해의식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또한 정기국회의 뜨거운 쟁점사안인 과거사 청산과 언론개혁에 있어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한나라당의 태도를 질타했다.

"열린우리당은 야 4당이 자신들을 공격한다는 피해의식을 버려야"

10월 국정감사에 대비해 천 대표는 "피감기관들의 약점잡기식의 폭로성 국감스타는 의미가 없다"며 "잘하는 것을 칭찬하고 또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의 기본을 보이겠다"고 밝히면서 시민사회단체와의 '국감공조'로 정보력과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초선 정당의 의지를 보였다.

천 대표는 정기국회에 최우선 민생과제로 800만 비정규직 문제를 꼽으며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비롯해 재야, 노동운동 출신의 의원들이 동참하고 있는 노동기본권연구모임을 활용하는 등 다른 당과의 보조를 맞추며 파견근로제 철폐, 임시직 기한 단축, 4대 보험 적용 등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부유세와 관련 "2006년 완전도입을 목표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8개 관련 조세입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영세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마이뉴스 이종호
- 17대 첫 정기국회에 임하는 '거대 양당'의 긴장감이 상당하다.
"천정배 대표는 야전침대 갖다놨다고 하던데, 잠잘 것 자고 세끼 꼬박 먹으면서도 잘 할 수 있다(웃음).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경험하는 첫 정기국회이고, 미룰 수 없는 개혁·민생과제들을 처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회 진입시 세웠던 전략기조를 유지하면서 다른 당 개혁의원들과 연대, 공조를 적극적으로 펼 것이다.

지난 임시국회 파병원점재검토 결의안에 50명의 국회의원들이 동참한 것은 큰 성과였다. 그러나 이미 이라크에 가 있는 서희제마부대의 철군은 다른 당들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단독으로 입법발의하고, 또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국회 내에서 의제화했다. 국민들은 절묘하게도 의원입법이 가능한 10석을 민주노동당에게 주었다."

-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의 '몸값'이 올라갔다. 양당은 각자 주장의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 민주노동당과의 공조를 적극적으로 타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부담은 없나.
"당 안팎에 우려가 있다. 특히 지난 총선의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동요하지 않는다. 지금은 힘이 약하니까 공조는 필수적이다. 다만 지속적이고, 정치적인 공조란 있을 수 없다. 이를테면 언젠가 민주당에서 '무소속 구락부' 같은 걸 만들자고 제의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단 정책적으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유사하면 얼마든지 공조는 가능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그대로 폭넓고 유연한 원내 대응전략을 담아갈 것이다. 경제문제에서 '우향우' 하고 있는 정부여당에 대응하기 위해 한나라당이나 비교섭 정당들과 공조할 수 있다."

- 한나라당이 공조전략을 취하는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나.
"열린우리당과의 정쟁인 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결국 정책적인 차별성이 드러날 것이다. 그 부분은 성과이고, 우리가 챙길 몫이다. 열린우리당과는 언론개혁, 과거사 청산에 있어 공조가 가능하고 한나라당과의 예결특위 일반상임위화에 우리는 뜻을 같이 한다."

- 야 4공조로 묶인 합의사항 중에는 이미 차이가 드러난 이슈도 있지 않나.
"가령 경제대토론회를 함께 주최했지만 그야말로 4인4색이었다. 열린우리당에도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는데 거절했다. 열린우리당은 '야4당이 같이 자기들만 공격할 것이 아니냐'는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정부여당의 책임이 있지만 대안에 있어서는 (야당끼리) 공조가 되겠냐? 그리고 야 4공조라는 표현은 언론이 만들어 냈다. 너무 정략적인 역관계 속에서 공조를 보지 말아야 한다."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도 정책 유사하면 공조 가능"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경험과 의석수의 한계로 인해 원내전략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의회진입한 뒤 '아, 한계가 이 정도인가' 절감했다.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하지만 역으로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다. 교섭단체 기준완화는 우리가 제기해온 이슈다.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사실상 교섭단체의 당직자 월급주기로 전락한 정책위원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양당이 제고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또 의사진행에 있어서 비교섭단체의 소외에 대해 여론의 부담을 의식하는 것 같더라. 앞으로 양당과 정책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교섭단체 요건완화를 좀더 적극적으로 제기할 생각이다."

-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들은 언론에 이름을 내기 위해 폭로와 고발꺼리들을 준비하고 있다.
"피감기관의 약점과 문제를 들춰내서 폭로하는 식의 '국감스타'는 의미가 없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지만 지난 번 심상정 의원이 고발한 국회 윤리특위 문제만 보더라도 의회의 부끄러운 모습이 많다. 우리는 폭로 중심이 아닌 대안을 내고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칭찬하는 국감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국감은 정보력의 싸움이다. 우리는 노하우가 부족한 만큼 기본에 충실할 생각이다. 국회 본연의 기능을 부각시키고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대응해 갈 것이다. 현재 시민사회단체들과 국감 준비를 위한 공동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 언론개혁을 추진할 기구를 구성하는데 양당의 시각차가 크다. 특히 위원회에 시민단체와 정치인을 포함시키는 문제를 두고 공방이 오간다.
"민주노동당은 기본적으로 언론개혁이 선결되지 않으면 정치개혁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이 제안한 신문방송제도개선위원회에는 시민단체, 정치인, 언론계 대표가 빠져 있는데 법조인과 학자만 가지고 뭘 하자는 건가.

언론발전위원회든, 신문방송위원회든 기구 이름에는 관심 없다. 다만 16대 국회말 정치개혁범국민협의회의 경험을 보자면 각계각층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는데 시민단체로만 구성된 한계가 있었다. 정치인들이 위원회에 있었다면 정개협의 제안을 그렇게 폐기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비율이야 어찌됐든 정치인을 비롯해 언론계, 학자,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 과거사 청산문제 역시 이번 정기국회를 뜨겁게 달굴 쟁점이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과거사가 아닌 역사바로잡기라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 한나라당의 민생경제를 내세워 국정의 우선 순위를 따지는 것은 잘못이다. 과거사 문제 따진다고 경제가 소홀히 되나. 국정의 얼마나 많은 일이 병행되고 있나. 과거사는 이번에 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만 시한을 3년이고 5년이고 충분히 둬서 국민의 공감대를 얻으며 진행해야 한다."

- 한나라당은 과거사 진상규명을 학술연구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사바로세우기는 국민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학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의문사위원회와 같은 독립된 조사기구가 필요하다. 국가기구가 아니면 권한이 없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 조사권, 수사권을 주고 진상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특위를 구성해 입법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문제는 열린우리당과 공조가 가능하다."

"피감기관 약점잡기식 '국감스타' 의미 없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민주노동당의 추진할 대표적인 민생법안은 뭔가.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800만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차별철폐다. '노동기본권 국회의원 연구모임(회장 단병호 의원)'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당 의원들과의 연대도 가능하다. 일단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목표로 다른 당 의원들하고 보조를 맞춰가며 단계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우선 불법 파견근로를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임시직의 기한이 1년으로 되어있는데, 정부에서 2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그리고 현재 20%의 비정규직만 4대 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데 모든 비정규직들에게 확대적용해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그런 몇 가지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당에 복속한다'는 의정활동의 원칙을 세웠는데 의제설정과 효율성 측면에서 소통이 원할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부분이 있지만 당장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의사결정구조를 바꿀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물론 원내의제에 한해서는 의원총회를 거쳐 결정하는 식의 고려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운영의 묘를 살리는 쪽의 시도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당직겸직을 분리하는 등의 시도는 정당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낯선 실험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

- 특히 수도이전 문제와 관련 당론결정이 늦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수도이전 문제의 경우 사안이 크기 때문에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다. 정책위와 시도지부장·도당 위원장 등이 들어간 수도이전특위에서 초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의원총회, 최고위원회 회의를 하고 또 의원단과 최고위원단 간 연석회의를 거쳐 이날 말 열리는 중앙위원회에 상정된다. 9월말에는 수도이전 당론이 결정될 것이다. 지난 번 최고위원회와 의원단 연석회의 결과가 마치 당론인 것처럼 보도돼 잡음이 있었다."

- 의회 입성 이후 민주노동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단체의 평가는 어떤가.
"기대에 흡족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내에 뭐 하러 들어갔냐'는 좌절을 안겨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 상당히 조심스럽게 기대와 격려 속에서 바라보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 끝나고 의원단 워크숍이 있었는데 '정말 간단치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 서보는 무대라 시행착오도 많았고, 서툴고 거칠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대과(大過) 없이 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정기국회는 오픈게임이다' 다들 잘하자고 다짐했다."

"2006년 완성목표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8개 법안 추진한다"
민주노동당 총선 '효자손' 부유세 어디쯤 왔나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총선 때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부유세'가 17대 국회에 들어와 정책이슈로 부각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2006년 부유세 도입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중에 있다"고 자신만만한 투로 말했다.

천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부유세로 묶을 수 있는 8개 법안의 제정 및 개정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부유세 도입을 위한 조세인프라 구축과 조세형평 강화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발의할 법안은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전면도입 ▲부동산실거래가 기준 과세 ▲금융실명법상 차명거래 금지 ▲간이과세제도 폐지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등 8가지.

부유세를 담당하고 있는 재경위 소속의 심상정 의원은 지난 달 30일 부유세 도입 국회 토론회에 참석, "8개 법안을 시작으로 △국회내 조세개혁특위 설치 △조세특례제한법 정리 △비상장주식 평가방법 개선 △채권양도차익 과세 등의 법안 개정을 거쳐 오는 2006년 부유세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마스터플랜을 제시한 바 있다.

천영세 대표는 "부유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원칙에 충실하자는 취지"라며 "부유세를 종자돈으로 교육, 의료, 주택, 복지 등에 투자하면 서민들이 시장에 가서 주머니 돈을 좀 많이 풀 수 있고 내수도 살아나 경제도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부유세 도입을 민주노동당식 '경제위기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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