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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환 <아웃사이더> 대표
ⓒ 오마이뉴스 김태형
8월 30일 오태양씨 구속, 다음날 나동혁씨 구속.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확정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 관련자의 구속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선고가 미뤄졌거나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들은 최근 재개된 재판에서 일사천리로 법정구속 되고 있다. 징역 1년 6개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감옥행'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출판사 <아웃사이더> 대표인 임성환(28)씨는 오는 8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임씨는 현재까지 비종교적인 이유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14명 중 한 명이다. 유망한 벤처기업인으로써 병력특례도 가능했던 임씨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지극히 당연한 신념에 따른 선택이었다"며 자신 역시 법정구속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법정구속을 앞둔 6일 저녁 임씨는 기자와 만나 최근 심경과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임씨는 "현 징병제에 문제가 있다면 이에 저항하면서 바꿔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자신은 이런 평화운동의 시작점에 있는 사람으로서 하나의 기록을 남길 뿐"이라고 담담하게 심경을 밝혔다.

임씨는 "우리사회가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고 구시대적 안보논리를 강요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 곳곳에 군사문화적인 폭력성이 내면화 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이런 미성숙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과 신념이 수용되는 철학적 틀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임씨는 법정구속을 기정사실화 하고 인터뷰에 임했다.

"이라크 파병 계기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심각히 고민"

- 현재 심경은.
"감옥에 가지만 현역 복무를 하는 것보다 마음은 더 편하다. 물론 부담감도 적지 않다.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 전과자로서 살아가야한다는 것 등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 체제에 문제가 있다면 이에 저항하면서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이 현실이 되는 상황을 꿈꾸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 시작에 있는 사람들은 기록을 남기는 것뿐이다. 평화운동이라는 역사적 흐름의 자체를 거시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개인 문제에 있어서는 편안한 선택이 가능했다."

- 병역특례도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나에게 당연한 선택이다. 내가 몸담았던 <아웃사이더>라는 매체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매체다. 해당 매체의 대표로서 이를 실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사실 이라크 파병 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의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 보질 못했다. 이라크 파병을 통해 병역거부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는 계기가 마련됐다."

- 주위 반응은 어떤가.
"부모님도 인정을 해주시는 편이다. 아버지는 기독교인인데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해주시기도 한다. 주위 몇몇 분들은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젊어서 하는 감옥살이 1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는 격려도 적지 않다. 오랫동안 고민했고 강한 신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잘 지낼 자신도 있다. 틈틈이 공부도 하고 좀 더 무르익을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

- 대법원과 헌재의 합헌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법원과 헌재가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현 징병제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면 아마 큰 역사적 사건이 됐을 것이다. 사법부가 합헌 판결을 내린 데에는 그런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라는 공동체는 내부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그런 '철학적 틀'이 갖춰지지 않았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구속, 한국 사회의 미성숙성 드러내는 것"

- 그 배경을 어떻게 이해하나.
"병무청과 사법부 등에서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폭력적인 군사문화가 팽배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역복무 이외에 어떤 선택도 인정하지 않는 폭력이고 암묵적인 협박이다. 이 자체가 한국 사회의 미성숙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협박·폭력의 일상화와 내면화. 당사자로서 직접 경험해보니 그 깊은 뿌리를 느낄 수 있었다."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전달해 준다고 생각하나.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가치를 존중한다. 하지만 아직 형식적인 차원에 그치고 있고 내용적·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같은 문제 제기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것이 진정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가치를 견고하게 구축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 대체복무제 도입과 군축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서도 현 징병제는 반드시 바뀔 필요가 있다. 병역거부 문제는 대체복무, 한반도군축, 사회복지 재정 확충 등과 함께 고민해야 될 사안이다. 대만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전적인 '안보' 개념으로 현 징병제의 틀을 고수하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다."

-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현역 입영대상자가 급감할 거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혹자는 대체복무가 도입되면 누가 군대에 가겠느냐고 의문을 갖기도 하지만 그것은 역으로 그만큼 군복무 환경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 문화가 사회 발전을 선도했던 시기도 있지만 현재 우리 군은 전혀 그렇게 볼 수 없다. 복무환경을 개선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현역복무가 감소만 걱정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대체복무는 다른 형태의 공동체 봉사, 병역기피와는 본질적 차이"

- 병역비리 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입장도 있는데.
"대체복무는 병역과는 다른 형태로 공동체에 봉사를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다. 병역비리는 공동체에 대한 일체의 봉사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이다.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또 대체복무제의 내용을 안다면 그 같은 지적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역복무에 비해 기간도 훨씬 길 뿐만 아니라 엄격한 심사위원회 제도도 마련돼 있다."

- '여호와의 증인' 병역거부 문제가 항상 논란이 돼왔는데.
"'여호와의 증인' 병역거부 문제는 보수 기독교단체들과 현 징병체제를 유지하려는 군부에 의해 매도된 측면이 강하다. 이제 다양한 사람이 병역거부를 하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뿐이다."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곁에서 지켜본 느낌은.
"나 같은 경우야 주변 여건과 환경상 병역거부라는 선택지에 많이 노출된 편이지만 주위에서 힘든 결정을 내린 병역거부자를 보면 존경심마저 들 정도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거부를 선언한다는 것은 상상을 넘어선 엄청난 압력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신념으로 그런 희생을 감수한다는 게 경이로울 정도다.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 지 의문이다."

-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고법에서 무죄판결을 내리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짧은 병역거부의 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 판결이다. 아직까지 대체복무 입법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곧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사회의 역동성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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