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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에서 2차 송환을 바라는 장기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9월 2일 대구여성회 4층 강당에서 2차 송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가운데 서있는 사람이 최고령자인 김원철(86)씨.
대구지역에서 2차 송환을 바라는 장기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9월 2일 대구여성회 4층 강당에서 2차 송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가운데 서있는 사람이 최고령자인 김원철(86)씨. ⓒ 평화뉴스
"2차 송환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향 갈 희망만으로 삽니다."
"북녘에서 눈을 감는 게 마지막 소원입니다."

처음으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 놓은 대구 지역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간절한 호소다.

지난 2000년 9월 2일, 63명의 비전향 장기수가 북으로 송환된 지 꼭 4년이 되는 9월 2일. 대구시 중구의 대구여성회 강당에서 있었던 2차 송환 촉구 기자회견에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장기수 할아버지 세 분이 참석했다.

많은 기자들의 시선 속에서 할아버지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몇 십 년 동안 가슴에만 담아 두었던 송환의 꿈과 힘겨웠던 과거를 털어 놨다.

올해 86세인 김원철 할아버지는 남파 간첩으로 26년 동안 옥살이와 모진 고문을 당했으며 지난 87년 출소했다. 사법보호소에서 청소나 잡일을 하며 살고 있는 김 할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은 다름아닌 북녘으로의 송환이다.

평북 영변이 고향인 김종하(75) 할아버지도 한국 전쟁 당시 남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다 전향 각서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2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출소 뒤 결혼해서 가정도 꾸렸지만 김 할아버지는 꿈에 그리던 고향에서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싶다.

이학천(76)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전쟁 포로였음에도 불구하고 간첩 혐의를 덮어 쓰고 무고하게 옥살이를 겪어야 했다. 이 할아버지는 출소 뒤에도 끊임없는 감시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며 목수 등 힘든 일로 생계를 꾸려갔다.

이들 세 할아버지와 오늘 기자 회견에는 참석하지 못한 경산의 김창업(75) 할아버지를 포함해 대구 지역에서 2차 송환을 희망하는 사람은 모두 네명이다. 전부 모진 고문 끝에 강제로 전향각서를 쓰고 숨죽여 살아 왔다. 특히, 김창업 할아버지는 최근에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와 연결됐는데, 1차 송환이 이뤄진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기수 할아버지들. 왼쪽부터 이학천(76), 김종하(75), 김원철(86)씨.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기수 할아버지들. 왼쪽부터 이학천(76), 김종하(75), 김원철(86)씨. ⓒ 평화뉴스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와 대구경북통일연대, 대구경북민중연대 등 지역의 3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들 장기수 할아버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 회견을 열고 정부가 2차 송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자 회견문에서 이들은 "지난 2000년 1차 송환에서 제외된 장기수들은 잔혹한 고문 등 부당한 사상전향제도 아래에서 강제로 전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 가운데는 전향과 전혀 관계없는 전쟁 포로 출신도 있다"면서 "정부는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비전향장기수 등 인도적인 문제를 조속히 풀어갈 것을 합의한 대로, 지금까지의 소극적 자세를 벗어나 2차 송환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 윤보현 사무국장은 "장기수 할아버지들이 공식적으로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할아버지들의 연세가 모두 7, 80대의 고령이기 때문에 2차 송환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국장은 또 "아직까지 뚜렷하게 진행되는 일은 없지만 북측과의 사이가 호전됐던 지난 2000년 1차 송환이 매우 빨리 이뤄졌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 관계에 따라서 얼마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선은 지역에서부터 장기수 할아버지들과 송환에 대해 알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2차 송환을 요구하는 장기수들은 대구 지역의 네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8명. 이 가운데 21명이 70세 이상의 고령이다. 이들은 "죽어서라도 북녘에 묻히고 싶다"며 2차 송환에 남은 생을 걸고 있다.

한편, 2일 오전 11시 서울에서는 비전향장기수 송환 4돌 기념 및 2차 송환 촉구대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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