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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일
“보임하자마자 우리 군의 계급과 편제를 외우고 익히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대군 업무에 관한 부산시의 창구로서 적극적인 업무 협조와 추진으로 통합방위태세 확립에 기여하겠습니다.”

지난 2월 여성으로서는 전국 최초로 비상대책팀장에 임명된 부산광역시 행정관리국 김희영(44) 사무관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부산시의 전시 재난대비·대군업무 전문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생소한 군사 용어와 약어를 이해하지 못해 곤란한 경우도 있었지만 서슴없이 부대 담당자와 통화해 해결하고 군사용어사전과 약어사전을 찾아 가며 근무하다 보니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려운 군사 작전에 관한 용어까지도 훤히 꿸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그에게 53사단뿐만 아니라 부산 지역의 육해공군 각부대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비상대책팀장을 맡긴다는 것에 대해 주위의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믿고 맡긴, 아낌없는 신뢰와 지도를 아끼지 않는 최익두(54) 부산시 행정관리국장이 그에게는 어느 누구보다도 든든한 후원자이다.

최 국장은 “전시 대비업무라는 것이 남성 고유업무라는 편견을 없애고 국가위기 발생시 총력안보차원의 여성 참여와 관심도를 제고시킨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시민들의 안보의식 제고와 인식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를 임명했다”고 당시 배경을 밝혔다.

비상대책팀장으로서 처음 맞는 훈련인 2004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을 준비하느라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새벽 별보기 운동’의 나날이었다는 그는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토요 휴무는 물론 휴가마저도 반납한 채 불평 없이 묵묵히 자신을 따라준 직원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 결과 연습 첫날 종합상황보고회에서 그가 밤새워 직접 준비하고 작성한 보고 내용이 그 어떤 지자체보다 충실하고 훌륭하다는 평가를 정부 중앙평가단으로부터 받았다. 53사단 동원참모 양건(41,학군 24기) 중령(진)은 “여성공무원들의 훈련 참여 열기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 시도단위 예비군 육성지원금 편성에서 전국 하위권이던 부산시가 4위권으로 올라선 것도 김 사무관의 적극적인 업무 자세와 매끄러운 업무 처리의 결과”라며 군과 향토 방위에 대한 그의 애정을 대변했다.

경남 합천이 고향으로 1979년 마산여고를 졸업, 동래구청에서 세무업무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들여 놓은 그는 부산시 공무원교육원 교관과 재난상황실, 여성문화회관 관리과장 등 다양한 직책을 거치며 무슨 일을 맡든지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생활 신조로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 준비 관계로 하지 못했던, 4년 동안 즐겨온 배드민턴을 다시 치는 것이 당장의 바람이라는 그는 지난 95년에 시 ‘맹인일기’로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공무원과 남편, 며느리, 고3인 딸과 고1인 아들을 둔 엄마라는 1인4역을 해내야 하는 바쁜 생활가운데도 꾸준한 창작 활동으로1990년에 첫 시집 ‘가슴에 비밀의 창 하나’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그 사람이 거기에 있다’를 비롯한 4권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부부 공무원으로 부산시 건설본부에 근무하는 남편 강창구(44)씨의 이해와 관심이 큰 힘이 되었다는 그는 “주위 분들의 기대와 우려가 함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 열심히 민관군 통합방위태세 확립에 기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베이지색 민방위복을 입고 연습장과 훈련장을 누비는 그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고 여걸처럼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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