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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논쟁과 관련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당의 대응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사진은 박세일 여의도연구소장.
과거사 논쟁과 관련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당의 대응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사진은 박세일 여의도연구소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과거사 청산 문제를 놓고 여당과 한나라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과거사 규명의 방법론이 27일 공개됐다. 골자는 '중립적 기구에 의한 친북·용공을 포함하는 포괄적 진상조사'로 요약된다.

한나라당은 '독립적 진상조사기구·국회특위 설치'로 조사와 입법활동을 이원화하자는 열린우리당의 입장에 맞서 '학술원 산하의 현대사연구소 설치'로 입장을 정리했다.

국회 특위 설치 등에 양당이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보이던 것과 달리 한나라당이 '학술적 차원의 정리'로 못을 박음으로써 과거사 청산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다시 팽팽한 대립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연구소(소장 박세일)측은 과거사 논쟁과 관련, 당의 대응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어제(26일) 상임운영위에 보고를 한 뒤,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정식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과거사 진상규명의 핵심은 ▲ 진실규명과 피해보상 구별 ▲ 독립적 연구기관이 조사담당 ▲ 선 조사 후 조치 ▲ 극좌적 편향(친북·용공)도 대상에 포함 등으로 요약된다.

박세일 소장은 "학문적 접근을 통해 과거사 청산이 아닌 과거사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못박고는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상설 연구기관으로 '현대사연구소'(가칭) 창설을 제안했다. 1997년 김영삼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설립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설로 설치된 현대사연구소를 모델로 하자는 주장이다.

조사권 부여 수준과 관련 박형준 부소장은 "수사권 부여는 반대한다"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같은 국가기관에 부여된 조사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부소장은 "의문사위가 수사적 접근이라면 현대사연구소는 학문적 접근"이라며 "시민단체나 수사요원이 하는 조사가 아닌 학술전문가들이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의 조사권은 자료나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해주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거사 규명의 범위와 대상에 있어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박 부소장은 "연구소 지원 등을 비롯해 현대사의 주요사건과 사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있어 포괄적인 범위와 대상은 국회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조사와 대면인터뷰 과정에서 조사권 등의 구속력이 없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반박에 대해 박세일 소장은 "조사작업이 좀더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는 여야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학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라며 조사 주체는 연구자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포괄적인 조사범위와 대상은 국회에서 논의 가능"

여의도연구소측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과거사에 대한 시각은 '청산'이 아닌 '정리'라는 점을 못박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청산작업에 대해 "좌파·수정주의 역사관에 입각, 과거사를 가해자 중심의 역사로 폄하한다"며 "주류세력의 교체를 겨냥한 일종의 사회운동 내지 문화혁명을 지향한다"고 규정했다.

박세일 소장은 "청산이라는 표현은 잘못되었다"며 △ 냉전체제와 같은 환경적 요인 △ 개인의 행위가 아닌 구조적 관점 △ 당사자주의 △ 화해 등의 관점에서 현대사를 평가하는 '정리'의 차원이 맞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현대사의 공과를 나눠 평가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유신잔재 청산에 대해 한나라당이 "박정희 시대의 공과를 7:3 정도의 비율로 섞여 있다"는 기존의 논리의 연장선에 있다.

여의도연구소측은 50년 현대사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가치를 '방어'하고 박정희 대통령은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그 기반 위에 80년대 민주화가 가능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박근혜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유신 피해를 사과한 것을 두고 "미래지향적이고 국민통합적인 역사관에 기초한 행위"라고 의미 부여하며 "이승만(건국세력)과 박정희(산업화 세력) 그리고 김영삼·김대중(민주화 세력) 간의 화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 예로 김대중 대통령의 박정희기념사업 지원을 꼽았다.

한편 여의도연구소측은 이 보고서를 통해 386세대 의원들을 겨냥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소위 '자주파'등의 역사관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그들의 역사관을 남한정권의 정통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북한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민족공조"라고 규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자주파들은 남한은 친일파와 민족분열 세력이 세운 나라고 북한은 항일 및 자주·통일 세력이 세운 나라이며 남한의 국가건설과정은 결국 분단국가 건설에 불과하며 통일을 이루어야만 진정한 국가건설이 완료되며, 박정희 시대의 경제발전은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부인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친미종속적 발전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

또한 향후 국가발전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긴밀한 동맹보다는 북한과의 협력, 소위 민족공조가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해 중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


"과거사 규명은 국민적 차원...학계로 넘기는 것은 무책임"
[인터뷰] YS 시절 '현대사연구소' 활동한 정용욱 교수

1997년 김영삼 문민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설치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설의 현대사연구소. '해방 이후 현대사의 체계적 연구'라는 모토로 출발한 현대사연구소가 실질적으로 활동한 기간은 1년여에 불과하다. 1998년 김대중가 들어서면서 구조조정이 단행되었고 이후 연구활동이 흐지부지되면서 1999년 3월 폐쇄되었다.

이 연구소는 소장 1명, 연구부장 1명을 비롯해 5명의 교수들과 연구원, 행정인력을 포함해 모두 20명에 불과한 소규모 조직. <한국현대사의 재인식 시리즈(25권)> 출판과 잡지발행, 자료집 등 저술활동에 중심이었다.

당시 현대사연구소에 근무한 정용욱 교수(서울대 국사학)는 "과거사 진상규명의 주체를 학계의 몫으로 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현재 논의되는 과거사 규명은 국민적 합의 속에서 이뤄져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 '과거사'라고 하는 것은 현대사 재교육이나 역사연구와 다른 특정한 맥락과 함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과거에 마땅히 해명되어야 했던 현실적 과제가 정치, 사회적 억압구조로 인해 해명이 되지 않았던 것이 현재로 이월되었다"며 "이제는 역사적 과제가 된 것이고 그걸 이제 밝히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 교수는 "학술기관이 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학계는 연구인력과 자료 등을 제시하고 정부기관, 시민단체 등 전국민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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