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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본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본관.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최완주 부장판사)는 아내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강제추행치상)로 불구속기소된 김아무개(45)씨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1일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송두율(59·독일 뮌스터대) 교수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과 징역7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선고내용 대부분을 뒤집은 것이다.

이처럼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판결과 송 교수에 대한 전향적인 판결 등 잇따른 법원의 결정은 시대적, 사회적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보수 법정에 개혁의 바람이 부는 것일까?

법조계 인사들은 24일 이 같은 물음에 대해 '법원이 개혁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법원이 변화의 흐름은 읽고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하급심에서 이런 저런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보수 법정'이 변화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과거보다 (법관들이 판결을 내리는데) 자유롭다는 것은 맞지만 법정이 개혁됐다는 것은 아직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급심 판사들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의 큰 틀(대법원 판례)에서 벗어나서 국민의 의지나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서 법정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려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또 이제는 법관의 성향이 워낙 다양하다보니까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아직은 법관들이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나 소수 의견을 반영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라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법원도 시대 대세 거스를 수 없다... 그렇다고 확 달라질 수 없을 것"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문 위의 '정의의 여신상'.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문 위의 '정의의 여신상'.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특히 그는 "법원이 진보적으로 바뀌는 것보다 대법원이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해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 판례를 정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시대의 대세는 이미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대법원장 스스로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미 권위에 타격을 입은 대법원장이 고집대로 해나갈 수 없지만 그렇다고 법원이 확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법원의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관 출신의 모 변호사도 "법원 개혁은 아직 아니다"며 "(법원) 변화의 시작인 것은 맞는 것 같지만, 사법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법관들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어 그는 "사법부 전체적으로 과거에 대한 반성도 해야한다"며 "몇 사람(법관)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법원 내부가 아닌) 바깥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실적인 것을 반영한 것이기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앞의 두 법조계 인사와는 다소 다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최근 법정에서 이런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법원이 확 바뀌었다고 볼 수 있지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다만 서열파괴 등의 표피적 현상만 가지고 '법원의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예전부터 법원에서 준비해오던 부분들이 하나둘씩 실현되
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법원, 기존 논리 벗어나 법원 바깥 시각 반영하는 노력 매우 바람직"

지난 7월 21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송두율 교수와 부인 정정희씨가 환영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7월 21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송두율 교수와 부인 정정희씨가 환영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또다른 시각에서 조국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은 "보수 법정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법원이 지금까지 가져왔던 기존의 논리에서 벗어나, 법원 바깥에 시각을 반영하려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법원의 사법부 독립은 법원이 여론으로부터도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주장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원이 여론으로부터 해방될 수는 없으며, 법원은 판단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와 시대변화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석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법원의 판사는 독립된 법관들로 이들의 의식이 바뀌면 다양한 판결이 나오게 된다"며 "결국 좋은 판결이 나오는 것은 좋은 판사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끝으로 김갑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그동안 법원은 서열에 의한 소집 구도에 의해 이뤄졌고, 인사권자의 의중에 따라 대법원의 판례를 따르려는 성향을 보여왔다"며 "이제는 법관들이 소신을 갖고 판결할 수 있는 풍토가 형성되고 소신에 따라 판결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판사들 스스로 시대변화에 따라 '국민 법 감정에 맞는 판결'을 하는 것이 바람직"

그는 법관들이 '소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법원 내부에서 서열 의식이 개선되고 사법개혁에 따른 인사 과정의 변화가 나타난 점, 사법부의 독립성 강화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 등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또 김 법제이사는 "지금까지 법원은 동떨어진 상태에서 법조문에 따라 판결했고 때문에 국민들은 외면을 당해 왔다"며 "판사들 스스로 시대변화에 따라 '국민 법 감정에 맞는 판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식 전환이 있지 않나 보인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어 김 법제이사는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것을) 여론 재판이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에 따라 법원 쪽에서 상식적인 판결이 나온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법은 사회와 동떨어져 선언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 성원의 동의 하에 합의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기에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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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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