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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이 돼버린 그의 거실
고물상이 돼버린 그의 거실 ⓒ 권윤영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은 그의 자식들보다도 한참이나 어린 나이. 그는 십대 학생들과 농담할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그를 구심점으로 학생들이 움직이는 등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

나이를 잊은 그의 생활이 화제가 돼 얼마 전에는 모 제약회사의 관절염 치료제 광고를 찍었다. 그는 광고 출연료를 현금이 아닌 퇴행성 질병 치료약으로 준다면 응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제약회사에서 받은 퇴행성 질병 치료약은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할 계획.

"제가 그 돈을 받아서 뭐하겠습니까. 아들 딸 대학원까지 마쳤으니 지금부터 버는 돈은 남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하고 싶던 자동차 정비기술 공부도 하고 이제 근심 걱정 없잖아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바로 저라니까요."

그는 10여 년 전부터 지칠 줄 모르는 사회봉사 활동을 펼쳐오기도 했다.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 인근 산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이면 어김없이 골목 구석구석에 버려진 옷가지와 물건들을 주워온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이 내버린 물품들을 깨끗이 씻어놓고 수리 해놓고는 틈이 날 때마다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해 왔다.

서재도 그가 주워온 물건들로 가득하다.
서재도 그가 주워온 물건들로 가득하다. ⓒ 권윤영
그는 "그 바람에 집이 고물상이 다 됐다"며 웃는다. 그리고 보니 그의 집 거실이며 서재며 그가 주워온 옷가지들과 라디오, 인형, 장난감들로 가득하다. 남에게 물건을 주는 데에도 그만의 원칙이 있다면 '자신 역시 직접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워온 옷가지들을 자신은 입지 않고 남에게 주기만 하면 그것은 죄악이고 안주는만 못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머니의 지론이 남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형편이 어려운데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옷가지를 나누고 음식을 나눴습니다. 내가 못 먹을 때 같이 먹고 살아야지 나 잘 먹고 남는 것을 주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요. 그때는 그게 불만이었지만 이제는 저도 어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그는 올해 자동차정비자격증을 획득하고 1년여 실무 경력을 쌓은 후 개발도상국으로 봉사활동을 떠날 계획이다. 원래 나이 제한이 62세였지만 그 때문에 나이 제한을 없앴다고 한다. 희망지가 남미지역인지라 스페인어도 공부할 의욕에 넘쳐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근무하면 한 달 월급이 40만원이랍니다. 그 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고, 저는 오카리나를 배워서 오카리나 하나 들고 한국에 돌아올 겁니다."

모든 욕심을 버린 그는 너무도 홀가분하다. "좋은 일을 하면 또 다른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이 세상에 자신만큼 행복한 사람이 있냐"고 질문을 던지는 정만식씨. 이것이 바로 퇴직 후에도 청춘으로 살아가는 그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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