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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판사'로 널리 알려진 조 대법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인사를 전했다.
'딸깍발이 판사'로 널리 알려진 조 대법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인사를 전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이해관계에 얽힌 주위로부터 초연하며 보편성을 띤 사색을 이어나가는 데에는 고독함이 따르게 마련입니다만, 법관은 그 고독함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그러한 고독은 마치 어두움과 같아서, 화려한 조명에만 익숙해져 있던 사람은 어두움을 멀리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그 어두움 속에 들어가 거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마침내 어두움이라는 달갑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평소에는 미쳐 볼 수 없었던 은밀한 사물의 존재까지도 알아보는 능력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청빈 법관'으로 후배 판사들의 사표(師表)가 돼 존경받아온 조무제 대법관은 17일 34년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나면서 이와 같이 퇴임인사를 남겼다.

'딸깍발이 판사'로 널리 알려진 조 대법관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부에 대한 격려의 말과 함께 사법부의 발전을 통한 국가의 번영을 기원했다.

조 대법관은 이날 퇴임식에서 "34년여 법관임기 중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신조로 나름대로 진력해 왔지만 워낙 부족한 사람인 탓에 객관적으로 나타난 성과는 미미하였으리라고 자평, 자성한다"며 "그 동안 관여했던 모든 재판업무나 사법행정업무 등에서 완벽을 기하지 못한 과실로 관련된 분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았는지 걱정된다"고 말머리를 꺼냈다.

이어 그는 "법원은 법령의 해석과 그의 적용을 통해 구체적 분쟁을 올바르게 해결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다"며 "법원의 그런 역할은 법치주의가 실현되고 그의 반영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확립될 때 능률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 대법관은 "아직도 우리사회의 어떤 분야에서는 법질서 존중의 의식이나 법적 안정성의 확립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것은 보편적 사고에 의한 판단과 실천이 이뤄지지 못해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게 된 것에 연유한다"고 지적했다.

"법관, 재판권의 적정한 행사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될 것" 강조

조무제 대법관.
조무제 대법관. ⓒ 오마이뉴스 유창재
특히 그는 "부정적 여건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관은 적정, 공평, 신속, 소송경제라는 재판의 이상을 실현할 성스러운 책무를 면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아가 사물의 본질을 벗어난 편견이나 선입견을 지닌 주의 또는 주장이야말로 우리가 사법판단에서 경계해야할 대상이기 때문에 보편성을 잃는 주장이라면 아무리 목청 높게 눈앞에 다가서는 여론이라 할지라도 법관은 그로부터 초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대법관은 "신념을 가지고 재판업무에 몰두해 달라"고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조 대법관의 퇴임식에는 최종영 대법원장을 포함한 13인의 대법관과 대법원 직원 100여명이 참가했다.

조 대법관은 70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했으며, 창원지법원장과 부산지법원장을 지내면서 줄곧 영남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법관으로서 법원에 몸담았다. 특히 조 대법관은 지난 98년 대법관 취임 때 재산 신고한 총액이 7000여만원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청빈 법관'의 대명사가 됐다.

조 대법관은 퇴임 이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다음달부터 모교인 동아대 법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서게 될 예정이다.

조 대법관의 퇴임식에는 최종영 대법원장을 포함한 13인의 대법관과 대법원 직원 100여명이 참가했다.
조 대법관의 퇴임식에는 최종영 대법원장을 포함한 13인의 대법관과 대법원 직원 100여명이 참가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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