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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엔 옥수수가 익어가고
텃밭엔 옥수수가 익어가고 ⓒ 이임숙
아들 녀석은 집을 나설 때부터 마음이 설레고 있었습니다. "가재를 잡을 수 있다더라!" 이 한마디에 신이 나 있었던 거지요.

"엄마, 가재는 어디서 잡을 수 있어요? 아줌마, 어디에 가재가 살아요?"

저는 가재가 산다는 친구의 말에 반신반의하고 있던 터라 별반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 앞마당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에 정말로 가재가 산다고 친구가 일러 주었습니다.

요즘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선지 개울의 물은 얕았습니다. 고목이 다 된 느티나무 아래로는 옛 우물 흔적이 보이는, 참으로 보기 힘든 풍경이었습니다. 개울을 경계로 옆집이 있고, 마당으로 개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북한산 자락이 펼치는 끄트머리 풍경에 실개천을 달아놓은 셈입니다.

졸졸졸 흐르는 물길따라 가재도 숨고
졸졸졸 흐르는 물길따라 가재도 숨고 ⓒ 이임숙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아들은 가재를 잡겠다고 거미줄이 여기저기 걸쳐져 있는 개울가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요령이 없으니 가재가 눈에 띌 턱이 없지요. 마침 그 댁에 와 계시던 친구의 아주버님이 아들에게 가재 잡는 요령과 시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제법 큰 가재가 두어마리 잡히더니 아들도 제 힘으로 가재를 잡았다고 신나서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서울 바닥에 가재가 살고 있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이미 공해로 찌들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 된 지가 오래인 서울에 1급수에서만 산다는 가재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가재를 관찰해야지
가재를 관찰해야지 ⓒ 이임숙
가재를 예닐곱 마리쯤 잡자 아들 녀석은 가재 잡는 놀이에 시들해진 모양입니다. 가재 잡은 통을 마당에 내려 놓고 가재를 이리저리 관찰하더니 가재에 지렁이 같은 것이 붙어 있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지금 철이 가재에 그런 충이 들러 붙는 철이라는 설명을 듣고 녀석은 가재를 개울에 도로 풀어 주었습니다.

빌라에 갇혀서 살다가 앞이 탁트인 친구의 집을 보니 속이 다 후련해집니다. 목재를 많이 쓴 집 구조는 평안한 마음을 주기도 했고요. 1급수 개울이 흐르는 집에서 신혼의 단꿈을 꾸는 친구가 어서 예쁜 아기를 낳았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집들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에 북한산 자락이 저녁의 어스름을 던져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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