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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클로즈업된 내 얼굴이 뉴질랜드의 TV 뉴스 시간에 방영되다
영화 속에서 클로즈업된 내 얼굴이 뉴질랜드의 TV 뉴스 시간에 방영되다 ⓒ 정철용
이어서 함께 출연했던 박수애씨의 수영장 장면이 나오고 감독 지아(Zia)의 인터뷰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박수애씨와 내가 나란히 앉아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도 잠깐 잡혔습니다.

“이제, 당신 정말 유명해졌네, 뉴질랜드 TV 뉴스에도 다 나오고….”

아내의 말에 나는 그냥 어깨를 으쓱했지만, 한국에서도 겨우 한 번 TV 인터뷰를 해봤으니 이곳 뉴질랜드에서, 그것도 영어로 한 TV 인터뷰는 내게는 정말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뉴스에 나온 나를 남들이 알아보든 말든 간에 말입니다.

제가 네 달 전쯤 출연했던 단편 영화 <이팅 소시지>는 인도인 여자 감독이 한국 배우 두 명을 기용해서 뉴질랜드의 스태프들과 함께 오클랜드에서 만든 한국 영화(주로 한국말로 대사를 주고받는다는 의미에서)입니다. 그러니 다민족 다문화로 이루어진 이민국가인 뉴질랜드에서는 충분히 뉴스가치가 있는 내용이지요.

그래서 보도자료를 받은 뉴질랜드의 TV3 방송국에서는 일주일 전쯤 영화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인터뷰 요청을 했습니다. 그 인터뷰가 그저께 낮에 있었는데, 그날 밤에 바로 전파를 타게 된 것입니다. 방송 시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서, 약 2분여 동안이나 계속되더군요. 뉴스 프로그램의 한 아이템으로는 매우 긴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독 지아가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감독 지아가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정철용
그 날 낮에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나는 이렇게 금방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영화가 전파를 타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비록 편집과정에서 우리의 인터뷰 내용이 많이 삭제되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뉴스에서는 아주 이색적인 조합으로 만들어진 우리 영화의 제작과정과 내용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영화의 홍보 면에서는 너무나 잘된 셈입니다.

알고 지내는 한 교민 가족과 딸아이의 친한 학교친구, 그리고 아내의 일본인 친구에게만 이 소식을 미리 알려주었기에 늦은 시간에 방송된 이 뉴스를 본 교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제는 수영장과 식당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혹시나 내 얼굴을 알아보는 이가 있지나 않을까, 괜히 기대되더군요.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저 뉴스에 잠깐 소개된 것 가지고 그리 요란을 떠느냐고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제가 요즘 흥분되는 이유는 또 하나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만 TV 전파를 타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KBS TV의 방송망을 타게 되었으니까요.

한국에서 소개되는 것은 제 얼굴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제 글을 소재로 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세 달 전쯤, 상추를 갉아먹는 달팽이를 죽이지 않고 잡아내어 다른 곳으로 놓아주기 위해서, 달팽이 약을 치는 대신 밤마다 손전등을 밝히고 불침번을 선다는 내용의 글을 <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에 올린 적이 있었지요.

그 글이 KBS TV의 ‘TV 동화 행복한 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의 제작진 눈에 띄어 그 동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답니다. 그것이 다음 주 화요일(8월 17일) 드디어 방송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1주일도 안되어 뉴질랜드와 한국에서 번갈아가며 TV 방송망을 타게 되었으니, 이 어찌 흥분이 안 될 수 있겠어요!

내 글 속의 달팽이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까?
내 글 속의 달팽이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까? ⓒ 정철용
그래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꼭 보도록 당부하는 메일을 쭉 띄워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내가 마음속으로 형님으로 모시고 있고 또한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한 김대종 형이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우와,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이제 철용씨 뜨는 거야? 앞으로 얼굴 보기 진짜 힘들어지는겨?”

그 메일을 받고 저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요? 내가 쓴 글 한 편이 한국에서 TV 방송망을 타게 된다고, 내가 출연한 영화 한편이 뉴질랜드의 TV 전파를 타게 된다고 내 삶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닐 테지요.

그러니 대종이형, 제 얼굴 못 볼까 걱정 마세요.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많고 뉴질랜드의 TV에 소개된 영화와 한국의 TV에 소개되는 애니메이션은 그 여러 길 중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저 묵묵히 내게 주어지는 길을 걸으며 그때그때 주어지는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내가 밤마다 잡아서 놓아준 저 달팽이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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