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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대표가 12일 오전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김대중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시절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한나라당 박근혜대표가 12일 오전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김대중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시절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 연합뉴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버지 시절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호남을 향한 화해의 손짓으로 해석되는 박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이 한나라당의 본격적인 서진정책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이뤄진 대담에서 DJ는 "과거 일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시는 것은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고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DJ는 또한 박 대표가 "아버지의 기념관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주신 것도 감사드린다"고 하자 "내가 박 대통령의 최대정적이었지만,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 점에서 기념관 짓는 데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저조한 호남 지지율을 언급하며 "이것은 이벤트나 법으로 될 일이 아니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성원과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자 DJ는 "내가 한 정치중 가장 성공하지 못한 게 동서화합"이라며 "동서화합을 성공 못하면 다른 것도 성공 못한다"고 박 대표를 격려했다.

DJ는 남북문제와 관련해서는 박 대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을 상기하며 "김 위원장은 얘기가 되는 사람이니 기회가 있으면 또 가라"고 방북을 권유했다.

DJ가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여야가 합의점 찾아서 경제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하자 박 대표는 "그 말에 동의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참으로 중요하고, 국가지도자의 경제철학에 기업과 국민들이 영향받는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은근히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박 대표와 DJ의 발언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 대표는 DJ에게 소나무 분재를 선물했고, DJ는 햇볕정책을 상징하는 볼펜과 자신의 저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사인해서 증정했다.

약 30분간 이어진 두 사람의 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 대표 : 더위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DJ : 금년 더위는 힘드네요.
박 대표 : 거의 사람 체온을 넘나드는 더위라서 유난히 덥습니다.
DJ : 더위를 안 타는 편인데 금년은 힘드네요. 대표 취임 다시 한 번 축하하고, 지난 6·15행사때 자리를 빛내줘서 감사하다.
박 대표 :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돼서 인사를 드리겠다고 한 다음 오늘 뵙게 됐다. 전에도 기회가 진작에 있었으면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없었다.
DJ : 신문지상으로 보고, 관심있게…
박 대표 : 남북관계 평화정책을 위해 재임 기간에 심려를 많이 쏟으시고, 한나라당도 평화 정착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앞으로 미래지향적으로 지속저으로 많이 노력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동안 변화가 있었고요. 그런데 우리가 노력을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지켜야 될 것은 지키면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 헌법에 명시된 우리의 소중한 가치라든가는 이런 것은 확실히 하는 가운데 노력을 해나가야된다. 그것만 확실하면 얼마든지 평화정착을 위해서……(말 흐림)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DJ : 그거 아주 사려 깊은 말씀이다.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가 남북관계를 발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하는 것이지, 그 점에 있어서는 김정일 만났을 때도 내 입장 전달했다. 내가 김 위원장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그 자리에 영원히 있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영원히 사는 사람도 없다. 당신을 지금 북을 대표하는 입장이고, 나는 남을 대표하는 입장인데 우리가 맘 한 번 잘못 먹으면 우리 7000만 민족이 공멸한다. 그러나 우리가 또 조상들 앞에 바른 마음 가지고 이 민족을 생각해서 나가자. 우리 국민도 환영할 것이고, 우리 후손도 그럴 것이다. 근데 이렇게 추상적인 말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얘기를 하면 당신이 대한민국을 공산화한다는 생각 그런 것은 꿈에도 하지 마라. 그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만일에 그것을 억지로 하려면 전쟁이 난다. 우리도 동독을 서독이 흡수하듯이 그렇게 북쪽을 흡수할 그런 것도 없다. 우리는 서독이 아니다. 그렇게 북한을 맡아할 경제적 여력도 없고, 또 서독을 보면 동서독 갈등이 쉽게 해소가 안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서로 평화적으로 살자 긴장하지 말고. 평화적으로 교류협력하자. 교류 협력은 크게 보면 윈윈으로 양쪽이 다 좋은 쪽으로 하자. 그런 길이 있다. 그래가지고 10년,20년 후에 서로 이만하면 걱정이 없다 할 때 그 때 통일하자. 50년도 기다렸는데 우리가 10년 20년 못 기다릴 것 없지 않느냐? 이제는 평화적으로 하자"

솔직하게 얘기했다. 나는 이 점에 대해서는 박 대표께서도 아마 의견을 같이 하실 것으로 안다.

박 대표 : 앞으로 참 남북 문제에 관해서 많은 자문을 구하겠다.
DJ : 지난번에 한번 갔다오셨죠?
박 대표 : 네. 2002년도에.
DJ : 김정일 위원장 만나셨죠?
박 대표 : 네.
DJ : 참 잘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기회 있으면 또 가십시오. 김정일 위원장 만나보셨으니까 아시겠지만 얘기가 되는 사람이거든요.
박 대표 : 그렇게 힘을 쏟으셨는데, 지금의 남복관계 보면 어떤 소회를 갖게 됩니까?
DJ : 나는 남북관계는 많은 진전이 됐다고 봅니다 정상회담 이후로 국민 안보에 대한 걱정이 크게 줄고 맘 편히 살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산가족이 과거에 한 200명 상봉했는데 이번에는 만명 가까이…50년 못 만나본 혈족을 그리고, 개성공단이라든가, 철도도 관광산업이라든가... 경제협력하면 할수록 우리도 도움이 되고 북한도 도움이 된다. 개성공단 하나에서 금년동안 남측이 1000억불 덕을 보고, 북측이 95억불을 덕을 본다.

박 대표 : 남북한 사이에 협력할 것들이 아주 많이 있다. 국민들의 공감대가 중요하다. 정부측이 지킬 것은 지켜야 북한측에 믿음을 줘야 남북교류도 원활해진다.

DJ : 박 대표가 남북관계에 있어서 매우 건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평가할 것이다.

▲박정희 기념관 문제

박 대표 : 직접 뵌 것은 처음이다. 그 동안 아버지시절 여러 가지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하신 것에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 또한 아버지 기념관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주신 것도 다시 한번 감사말씀 드리고 싶다.

DJ : 과거 일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시는 것은 감사드린다. 기념관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했다. 내가 박 대통령의 최대정적으로 지내온 것은 사실이지만,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 점에서 기념관 짓는 데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런 결정 내려주셔서 감사하다.

DJ : 도서관이 있으면 공과가 기록된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도 기념관을 짓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DJ : 박 대표에게 특별히 부탁할 게 있다.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달라. 국민의 8할이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 새 국회가 질적으로 많이 달라졌지만, 경제 안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과 기업이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기업인들이 경제에 희망을 가지고 있고, 정치권에서 이를 지지해야 한다. 국민들은 경제에 대해 희망을 버린 상태이다. 잘 살게 해야 한다. 일본이 10년 불황을 깨고 나온 것은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점 찾아서 경제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달라. 기업인들에게도 용기를 달라.

박근혜: 야당으로서 경제살리기에 최대한 협력할 생각이다. 법인세 감세 등 모든 문제를 면밀히 준비해서 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에 동의한다. 기업이나 국민이나 마음이 열려야 하는데, 기업이 불안하고 따라서 일자리가 없고 투자가 안되고 소득도 없다.

DJ : 바로 그게 악순환이다.

박 대표 : 환경을 만들어주면 하지 말라고 해도 기업이 투자할 것인데....

DJ : 그 문제는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 당분간 경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대로 가면 경제는 상당히 위험하다.

박 대표 : 정말로 안타깝다. 정책 일관성을 지니고 확신 얻을 수 없는 것이 경제이다. 어떻게 풀 지 많은 고민을 하겠다.

DJ : 경제인들과 만나라. 경제는 심리이니 정치권이 국민 불안을 달래줘야 한다. 경제가 잘되도록 힘을 기울여달라.

박 대표 :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참으로 중요하다. 국가지도자의 경제철학에 기업과 국민들이 영향받는다. 확고한 입장을 알면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믿음 없으면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잘 안된다.

DJ : 맞는 말이다. 책임여당이 건전한 정책을 가져가고, 야당 역시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면 정부 역시 야당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박 대표 : 경제야말로 최우선 과제이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반대, 찬성할 것도 없다.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경제정책이 안 나오고 있다.

DJ : 말려 들어가지 말고 오로지 경제에 총력을 기울여라.

박 대표 : 그렇게 노력하겠다.

DJ : 정치란 누가 국민여론의 지지를 받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경제가 걱정이다.

▲한나라당과 호남의 화해

박 대표 : 한나라당은 호남 지역의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이벤트나 법으로 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성원과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

DJ : 그렇게 하시죠. 동서화합이 가장 중요하다. 동서화합 성공 못하면 다른 것도 성공 못한다. 내가 한 정치중 가장 성공하지 못한 게 그것이다.

박 대표 : 지역감정은 국가적인 손해이다.

DJ : 내가 못한 일을 박 대표에게 하라고 해서 미안하지만, 삼국시대부터 지역감정이 있었다는 말은 엉터리다. 박 대표가 제일 적임자이시니 수고해주길 바란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차분히 잘할 것으로 믿는다. 북쪽으로 직접 가서 한나라당 정책을 얘기해주길 바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남북문제

박 대표 :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

DJ : 북은 생존을 위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보장받고 싶어한다. 탈북자문제 잘못하면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몇십 만이 넘어오면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바라는 것은, 자력으로 경제회복을 하는 것이다. 남북이 지원하고 함께 협력하면 완만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박 대표 : 가장 큰 문제는 핵 문제이다.

DJ : 북핵의 포기는 곧 북의 안전보장이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불신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좀더 여유로와야 한다.

박 대표 : 6자회담이 전에 비해 많이 진전됐다. 6자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DJ : 미국이 북한 안전을 보장하고 일본이 국교정상화를 통해 북한에 배상금을 주고 그러면 북은 핵을 포기할 수 있고 동시에 완만한 경제회복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표 : 단계별로 이것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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