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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 도착한 도보행진단은 국가보안법이 적혀있는 플래카드 찢고 나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행진 순례 첫 발을 내딛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후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점차 가열되는 가운데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전국을 순회 중인 도보행진단이 5일 광주에 도착함으로써 광주전남 순례 일정이 시작됐다.

한국청년단체협의회(이하 한청) 회원을 주축으로 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전국도보행진단'(이하 전국 도보행진단)은 제주 순례를 마치고 이날 오후 1시 광주공항에 발을 내딛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서울을 출발한 이래 평택, 천안, 대전, 전주, 정읍, 제주도를 거쳐 보름째 범국민적인 국보법 폐지 여론 형성을 위해 걷고 있다.

도보행진단 "국보법 존재하는 한 통일도 정치사상 자유도 없다"

▲ 광주공항을 나서 금남로를 향해 걷고 있는 전국 도보행진단.
ⓒ 오마이뉴스 이승후
전국 도보행진단은 전상봉 한청 의장, 이승호 한청 집행위원장, 김광범 한청 지원사업단장 등 3명이 전국을 걸어다니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각 구간을 함께 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이번 광주전남 도보 행진은 광주전남 통일연대와 남총련 지역 통일선봉대, 광주전남 청년단체협의회 등 40여명이 함께 한다.

이들은 이날 광주공항에서 합류, 간단한 기자회견을 가진 뒤 공항을 출발, 호남대-양동시장-금남로5가-금남로1가로 이어지는 20여km 구간을 걸어가며 광주시민들을 상대로 국보법 철폐의 당위성을 선전했다. 광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 도착한 전국 도보행진단은 오후 7시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광주시민 문화한마당'을 개최했다.

전국 도보행진단장을 맡고 있는 전상봉 한청 의장은 문화제에 참석한 100여명의 광주시민들에게 한 인사말을 통해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통일도, 정치사상의 자유도 누릴 수 없으며 21세기 문명인도 될 수 없다"며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국보법을 반드시 폐지될 수 있도록 걷고 또 걷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혀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홍번 범민련 광주전남 의장 역시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홍 의장은 "일제시대 독립투사를 때려잡았던 사회안전법을 그대로 물려받은 법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라며 "수구세력의 기득권 유지 도구인 국보법을 없애지 않고는 6·15공동선언도 아무 필요 없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당위성을 주장했다.

문화제에서는 국보법 개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와 함께 한나라당에 대한 규탄 구호도 거세게 나왔다. 김태진 광주청년단체협의회 대표는 "우리나라는 국보법이 없어지는 상황이 무서운게 아니라 국보법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무서운 세상"이라며 "지금까지 7번이나 국보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반통일, 반인권적 악법"이라며 국보법 개정 무효론을 주장했다.

또한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일부 조항 개정을 전제로 "내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는 한 국보법 폐지는 없을 것"이라는 5일 발언을 두고 "국보법 지지하는 한나라당 즉각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한나라당에 대한 규탄을 쏟아내기도.

문화제 주변 시민들 국보법 개폐에 다양한 견해 제시

▲ 이날 문화제에는 다채로운 공연이 선보여 광주 번화가 충장로를 오가는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은 전통문화연구회 '얼쑤'의 북공연.
ⓒ 오마이뉴스 이승후
이날 문화제는 전통문화연구회 '얼쑤'의 북공연, 남총련 및 청년단체의 노래패, 가수 김원중씨의 공연이 이어져 바쁘게 오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각종 문화공연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시민들은 문화제 주제가 국보법 폐지인 것을 알고는 동행한 지인들과 국보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박중철(30·연제동)씨는 국보법 폐지보다는 대체입법을 선호했다. 박씨는 "사상의 자유나 시국사범을 탄압하는 용도로 국보법이 쓰여서는 안된다"면서도 "분단상황을 고려한 기능은 존속시키되 법적용의 명확한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국보법 개폐 논란은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씨의 후배 이장수(28·계림동)씨는 국보법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이씨는 "송두율 교수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보법이 악용된 사례가 지금까지 적지 않았다"면서 "국보법을 필요악으로 부르면서 일부 기능을 남겨놓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싹을 완전히 없앨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엄규식(51·월산동)씨 역시 남북관계 변화 등을 들어 국보법 폐지 의견을 피력했다. 엄씨는 "국보법이 지금껏 권력에 의한 탄압수단으로 쓰여져 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이제 국보법은 남북관계가 진전된 새로운 시대에 맞지도 않기 때문에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보법 폐지 국민연대 재출범으로 9월 정기국회 압박

▲ 이날 행사는 국가보안법 모형 법전을 불태우는 것을 끝으로 밤 9시경 종료됐다.
ⓒ 오마이뉴스 이승후
한편, 전국 도보행진단은 6일 화순 순례를 시작으로 주암, 순천을 거쳐 부산, 경주, 대구를 지나 안동, 원주 성남, 과천(또는 인천)을 끝으로 다음달 5일 서울에서 대장정을 마칠 계획이다. 전국순례가 끝나는 9월 5일에는 국보법 폐지를 위한 제1차 범국민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전국 도보행진단측은 오는 10일 재출범하는 '국보법 폐지 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국민연대가 구성은 됐지만, 그동안 활동이 지지부진했던 점들을 털어 내고 전국적인 시민사회단체가 망라된 거대 조직으로 재출범 되기 때문.

전국 도보행진단측은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민가협, 천주교인권위, 참여연대, 민변, 환경련, 민노당 등 30여명의 공동 대표단을 꾸릴 정도로 힘있는 조직이 건설돼 9월 정기국회에서 국보법 폐지에 대한 결말을 볼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전국 도보행진단과 국민연대는 전국 순례를 통해 일어나고 있는 국보법 폐지 여론과 정치권의 국보법에 대한 입장 정리 등을 지켜본 뒤 오는 8월 하순경 구체적인 투쟁방법과 대상을 확정할 방침이다.

“9월 정기국회 아니면 국보법 폐지 못한다”
[현장인터뷰] 전상봉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의장

국보법폐지 도보행진단은 이날 오후 1시30분 광주공항 입구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바야흐로 시대는 통일과 민족 대단합의 시대로 전력질주하고 있지만, 우리는 완전히 반대되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범민련, 한총련의 민족공동행사 참여 불허와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의 이적단체 규정 뒤에는 구 시대의 낡고 썩은 유물인 국가보안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보법폐지 도보행진단은 "국가보안법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자들이 우리의 애국자와 민주인사들을 고문하고 학살하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의 더러운 자식"이라고 규정하며 "온 민족이 자주와 민주, 통일로 가는 새 시대에 국가보안법은 부분폐기나 재활용이 아닌 전면 폐기해야 할 악성 폐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민주통일인사 석방 ▲범민련, 한총련, 한청에 대한 이적규정 철회 ▲8·15 민족공동행사 참여 보장 등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국보법폐지 도보행진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전상봉 한청 의장과 현장에서 즉석인터뷰를 가졌다. 전 의장은 "지난 7월 20일 서울지방법원이 한청에 내린 이적단체 판결에 항의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시켜야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며 국보법폐지 도보행진 계기를 밝혔다.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개정과 대체입법, 폐지여론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 전 의장은 "국가보안법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당연히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

- 무더운 날씨를 무릅쓰고 전국 도보행진에 나서게 된 이유는?
"한청이 이적단체라고 규정한 지난 7월20일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항의하려는 목적이 직접적 이유다. 또한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전 국민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전국 도보행진을 하게 됐다."

- 국가보안법 폐지 시기를 9월 정기국회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17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이 없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2000년 16대 국회가 구성된 직후부터 국가보안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2001년 5월 16대 국회 임시회에서 한화갑 당시 민주당 원내총무가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못한 이후 흐지부지 돼버렸다. 때문에 17대 국회가 첫 정기국회를 여는 9월에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지 못한다면 16대 국회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 정치권에서는 개정 또는 대체입법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가보안법 자체가 이제 더 이상 의미를 지닐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국가보안법의 역사적 뿌리와 지난 56년간 악용된 사례들을 보면 개정하자는 주장도 해서는 안된다. 민족의 통일과 화해를 위해서도 당연히 폐지가 마땅하다."

- 서울을 출발해 대전과 제주도를 거쳐 광주에 오는 등 전국을 누볐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많은 격려를 받았다. 도로를 지나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면서 격려를 하기도 했고 대전에서는 한 아주머니가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신 적도 있었다. 또 부산에서는 지나가던 한의사가 성금 10만원을 즉석해서 주시는 등 국가보안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우리를) 못마땅한 눈으로 보시는 어르신들도 일부 계시지만 직접적인 의사표현은 하지 않으셨다. 4년전과 비교해볼 때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여론이 눈에 띄게 완화된 것은 분명하다." / 이승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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