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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
대구시청 ⓒ 오마이뉴스 이승욱
5일로 대구지하철 파업이 16일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노·사간의 대화는 별다른 진전 없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동안 본교섭을 거부해오던 대구지하철공사가 최근 본교섭에 응해 사태 진전의 기대감도 없진 않았지만, 노사간 의견차로 쉽게 절충점을 맞추고 있지 못한 것.

이번 대구지하철 파업 사태는 대구시 당국의 사태 수습과 조정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파업 초기 대구시 교통정책과 한 관계자는 지하철파업 수습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파업은 노사간의 문제로 대구시가 개입할 성격이 아니다"라는 점을 못 박았다. 다만 이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수송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구시는 파업이 장기화되는 이 시점까지 별다는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대구지하철 파업에 앞서 있었던 대구시내버스 파업과 비교해보면 이중적인 태도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지하철 파업은 노사간 문제? 그럼 시내버스 파업은?

지하철파업에서 '노사간 자율교섭'을 강조하고 있는 대구시는 반면 시내버스 파업 당시에는 '다소'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대구시는 시 교통국장과 대구시의원·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한 시내버스중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파업 돌입 후에는 교통국장을 중심으로 대구시내버스 운송조합과 시내버스노조의 문지방이 닳도록 오가면서 노·사간 중재에 노력을 기울였다.

앞서 기자가 굳이 '다소'라고 첨언한 것은 당시 파업 피해로 인해 대구시를 비난하는 여론이 심각했기 때문에 여론을 감안한 대처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대구시는 시내버스 파업 이후 한달여만에 일어난 지하철 파업에는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도 "대구시가 30% 이상의 운송분담률을 보이는 시내버스 파업과 4.3% 운송분담률의 대구지하철을 다르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없지 않았다. 노사간 자율교섭을 강조하던 대구시의 관계자는 "시내버스 파업은 내가 관여한 것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을 뿐이다.

지난달 22일 대구시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
지난달 22일 대구시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 ⓒ 오마이뉴스 이승욱

싸움 말리기 보단 싸움만 부추겨

그러나 애석하게도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사간 자율교섭과 사태해결을 바란다는 대구시가 '난데없이' 임금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

대구시 교통정책과는 지난 22일 배포한 <지하철 노조 요구사항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대구지하철의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대구지하철 노조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대구시는 사실 자체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대구지하철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을 거론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임금문제가 쟁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임금문제를 거론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결국 사태 수습과 중재는 고사하고 대구시는 지하철 파업으로 대립하고 있던 노사관계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뿐만 아니라 대구시가 이번 지하철 파업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 되짚어 볼 수 밖에 없다. 현재 노조가 문제삼고 있는 대구지하철 2호선 조직개편안은 대구시의 승인을 받아 놓은 상태. 조직개편안 통과를 앞두고 노조 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안전 문제를 거론하면서 공개적이고 충분한 검토를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지하철공사의 의견을 좇은 대구시는 지하철노조에게 파업의 '명분'을 제공한 책임이 없지 않다.

파업의 명분 제공했던 대구시

대구시 당국의 사태수습과 중재능력을 문제삼는 이유는 지난해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보여줬던 '대처 무능력'이 지하철 파업에서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해녕 시장 체제의 대구시에 비난여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조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인 공론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는 능력, 즉 '중재 능력'의 부재에 있다.

지난해 '끔찍했던'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빗발쳤던 대구시에 대한 질타와 조 시장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퇴진운동을 잊었는가. 참사 수습을 중앙정부로 '떠맡길 수밖에 없었던' 뼈아픈 경험은 또 어떤가.

지하철공사 사장을 현역 공무원에게 맡겨둔 상황에서 대구시와 조해녕 시장이 지하철 파업 해결을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듯' 기다리는 것이 옳은 태도인지 곱씹어봐야 한다.

지난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불탄 전동차. 당시에도 대구시는 참사 수습과 중재 능력의 부재로 비난을 받았다.
지난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불탄 전동차. 당시에도 대구시는 참사 수습과 중재 능력의 부재로 비난을 받았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족들, 파업 관련 성명 발표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족 등으로 구성된 희생자대책위원회(위원장 윤석기)는 4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구지하철 파업의 빠르고 현명한 해결"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특히 대구지하철 파업의 장기화가 대구시의 ▲무책임과 무능력 ▲대화능력 부족 ▲대응전략 부재 등에 기인하다며 요목조목 지적했다.

대책위는 성명에서 "대구지하철공사는 자율권이 없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고 대구시는 공사와 노조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면서 "이는 대구시 공무원이며 공사경영진의 임면권이 대구시장에게 있는 현실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대구시는 파업 이후 대화와 타협의 장에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대구시는 서울지하철 파업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조기 해결된 것을 보고 여론의 힘에 편승하고 노조의 굴복을 기대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대구시는 공사라는 장막뒤에 숨어 눈치 보지 말고 문제해결의 전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책위는 노조에 대해서도 "조직개편안이 발표되기 전 시를 설득하거나 시민들에게 대구시와 공사의 계획이 가지는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면서 "파업이란 급박하고 절박한 대응을 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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