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상현 손해보험협회장
오상현 손해보험협회장 ⓒ 손보협회
허위 학력 기재와 업무추진비 남용 의혹 등으로 퇴진 압력을 받아온 오상현 손해보험협회장이 결국 사퇴했다. 손보협회 사장단은 3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오 회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손보협회는 지난 달 20일부터 임직원들에 의한 오 회장 퇴진 요구가 불거지자 같은 달 22일 업계 직원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구성, 감사에 들어가 업무추진비 남용 등 의혹을 밝혀냈다.

하지만 오 회장은 이번 사태가 일부 임직원들에 의한 음모라고 반발, 퇴진 운동을 주도한 임원들과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어서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 손보협회 사장단은 오 회장 외에 안택수 손보협회 전무와 상무 2명에 대해서도 잘못이 있는지 조사하기로 결정해 노조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관련
기사
손보협회 임직원, 오상현 협회장 퇴진요구 나서


오 회장, 퇴진 요구에 반발... "임원들 먼저 해임하라"

3일 오전 열린 손보협회 임시총회는 시작부터가 매끄럽지 못했다. 사장단은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오 회장이 절차에 따른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함에 따라 이날 오전 7시30분께 총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협회 조사 결과에 대한 오 회장의 해명이 길어지자 몇몇 사장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기도 했다.

한 차례 파행을 겪은 총회는 오전 9시께 속개돼 11시경 끝났다. 오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골프나 사우나 등 자신의 업무추진비 남용 등 의혹에 대해 "모두 협회 일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또 이번 사건을 '쿠데타'로 비유하며 퇴진 운동을 주도한 안택수 전무 등 협회 임원 3명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총회에서 먼저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장단은 업무추진비 남용 등의 책임을 물어 오 회장의 사표를 수리했고, 임원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는 애초 안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정하지 않았다.

다만 사장단은 오 회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퇴진 운동에 동참한 임원들에 대해서도 잘못이 있는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장단의 이 같은 결정에 협회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오 회장 사퇴'로 정리될 듯 했던 손보협회 내홍에 불씨를 남기게 됐다.

김동현 손보협회 노조위원장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결국 가재는 게편이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회장을 선임한 뒤에 전무와 상무 등 임원을 조사하겠다는데 임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이는 도둑을 잡아오니까 도둑 잡은 사람까지 잡아온 죄가 있다고 처리하는 격"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안택수 손보협회 전무도 사장단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안 전무는 "손보협회 역사상 이런 일이 없었고, 앞으로도 이런 일도 없을 것"이라며 "이것만 봐도 문제의 초점이 누구에게 있는지 잘 알게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오 회장이 자신은 매일 서너 시간씩 안마와 맛사지를 받으면서도 협회직원들에게는 일을 하라고 독려했는데, 직원들의 불만이 왜 없겠느냐"며 "협회 직원들의 퇴진운동은 정당한 것인데 이를 하극상으로 봐서 쿠데타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임원들 "도둑 잡아오니 잡아온 죄를 묻는 거냐"

손보협회는 오 회장의 사표가 수리됨에 따라 사태가 일단락 됐다고 보고 3일 오후부터 정상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안 전무는 "지금부터 새 회장 올 때까지 협회의 모든 업무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 오후 2시 전 직원 비상총회를 열어 결과를 설명한 뒤 각자 정상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위원장도 "일단 협회로 돌아가 결과를 설명할 것"이라며 "다만, 오 회장이 임원진과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 회장은 손보협회 임시총회 직후 회의장을 빠져나가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손보협회는 당분간 협회를 안 전무 대행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며 빠른 시일 내에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 신임 협회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