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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이임식을 가진 이정재 위원장. 이 위원장은 이임사 도중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듯 눈물을 보였다.
2일 오후 이임식을 가진 이정재 위원장. 이 위원장은 이임사 도중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듯 눈물을 보였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후 이임식을 갖고 1년 5개월만에 금감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위원장은 지난 31일 금감위 공보관을 통해 전격 사임 의사를 밝혔고, 청와대는 2일 이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윤증현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를 신임 금감위장에 내정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이임사를 통해 사임의 결정적 계기가 된 최근의 금감체계 개편 논란에 대해 개인적 심경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최근 카드사태의 책임과 감독기구의 개편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에서 감독위원회와 감독원을 아우르는 조직의 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과 비난은 제가 지고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 이임사 도중 '눈물'... 장내 숙연

이 위원장은 또 최근 복잡한 심경을 반영하듯 이날 이임사 도중 눈물을 보여 장내를 숙연케 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 8페이지로 된 이임사 원고를 읽던 도중 마지막 부분에서 목이 메인 듯 말을 잇지 못했고, 몇 차례 말을 멈추고 나서야 이임사를 끝낼 수 있었다.

이임식 후 기자실을 찾아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도중에도 이 위원장은 눈물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어제와 그저께 이틀 동안 집까지 찾아와서 취재를 하던 기자들을 잘 대해주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한 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더 이상 얘기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안 되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편 이 위원장의 사퇴에 반발해 온 금감원노조는 2일 오후 성명을 통해 윤증현 전 ADB이사 내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노조는 "윤증현 내정자는 재경부 금융정책실장으로 IMF 환란사태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환란의 직접 책임자"라며 "전형적인 재무관료이고, 중립성이 우선시 돼야 할 금융감독기구의 장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은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감원노조는 "일단 정부와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해 출근저지 등 물리력 행사를 통한 반대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그러나 정부의 감독체계 개편의 결론이 금감위 사무국 확대 등 관치금융 심화의 방향으로 결정되고, 이 과정에서 신임원장이 감독원 누르기식 전술을 구사한다면 전 직원의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정재 위원장의 이임사 전문.

친애하는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지난해 3월, 여러분을 다시 만나 반가움을 나눌 여유도 없이 여러 현안에 얽매이다 보니 1년 반의 시간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룬 것보다는 이루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 보람보다는 아쉬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리를 떠날 때가 옵니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표표히 사라지는 시간이 옵니다. 떠날 때는 떠나야 합니다.

그동안 여러분과 함께 금융불안의 해소와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일해 온 것이 저 개인적으로는 크나큰 행운이자 보람이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고된 감독 업무를 묵묵히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에 주어진 소임을 다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렇게 떠나게 되니 미완의 아쉬움과 함께 여러분들에게 빚을 지고 떠난다는 마음이 앞섭니다. 지난 1년 5개월간을 돌이켜 보면, 대내외 여건이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 업무상 크고 작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실물경제의 부진과 여러 가지 금융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금융산업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다각적으로 현안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추진해 왔습니다.

먼저, 재임 기간 동안 나름대로 시장 주체의 자발적 참여와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는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을 추진하였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신속하게 추진되었던 정부 중심의 구조조정과는 달리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시장 주체의 자발적 참여와 이해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구조조정이 추진되도록 유도함으로써 그 동안 금융시장에서 과도하게 형성되었던 공적 안전장치에 대한 기대를 불식시키고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에 의해 문제해결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원칙에 근거하여 감독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시장참여자의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금융감독업무는 흔들리지 않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경우에라야 국민의 일관된 지지를 받을 수 있으며 투자자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는다는 신념 하에 시장의 투명성과 경쟁을 제고함으로써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금융수요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와 함께, 시장기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금융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감독을 강화하고 규제 체제의 선진화를 추진하였습니다.

그러나, 금융제도와 관행을 혁신하기 위한 우리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독 기술과 관행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정보기술과 금융공학 등의 발달로 금융 회사의 경영전략과 금융시장 구조가 더욱 정교하고 복잡해지면서 감독당국도 금융시장의 변화를 충분히 분석 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경기순환과 고령화 등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통찰력도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과 시장요구의 변화에 대응하여, 일관되고 확고한 감독철학과 원칙에 기초하여 효율적인 감독시스템을 정립함으로써 금융시장 참여자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일 것입니다.

최근, 카드사태의 책임과 감독기구의 개편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에서 제가 감독위원회와 감독원을 아우르는 조직의 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모든 책임과 비난은 제가 지고 떠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편으로 희망을 간직하며 떠나겠습니다.

감독위원회와 감독원은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 추진되었던 구조조정과 이를 통한 위기 극복의 과정에서 소중한 교훈과 자신감을 얻었으며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조직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역량과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앞에 놓여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특히, 저희 후임으로 훌륭하신 윤증현 위원장이 부임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신임 윤위원장은 금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륜을 바탕으로 현재의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금융 감독기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함으로써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충정어린 보필을 부탁드립니다.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여러모로 부족한 본인이 그동안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 임직원들 덕택입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 금융시스템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던 여러분의 모습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재임기간중, 여러분의 노력과 희생에 대해 상응한 대우를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업무에 쫓겨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고충을 귀 기울여 듣고 챙겨주지 못하였으나 본의가 아님을 너그러이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위원장 겸 원장으로서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우리 조직의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모두 지고 가고, 공로는 여러분께 남겨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조직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여러분을 떠나게 되어 유감스럽기 그지없지만, 외부에 나가서도 항상 여러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오래오래 간직할 것입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시장의 신뢰를 받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감독기관으로 발전하길 바라며,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게도 많은 성취와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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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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