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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평화연대 박진혁 수사가 2일 오전 청와대 앞 종교인 기자회견에서  십자가 형상의 조형물을 지고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천주교평화연대 박진혁 수사가 2일 오전 청와대 앞 종교인 기자회견에서 십자가 형상의 조형물을 지고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교인들이 2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모여 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전평화불교대책위원회, 반전평화기독연대, 천주교평화연대, 원불교사회개혁교무단 등 4개 단체 대표들을 포함한 종교계 인사들은 “종교인의 양심으로 이라크 파병 저지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임박한 이라크 추가 파병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문정현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전쟁에서는 군인만 죽는 것이 아니라 도망칠 수 없는 다수의 노인과 여자, 어린이 등 약자가 죽는 것”이라며 “4개 종단은 원칙적으로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문대골 목사는 이어서 세계의 많은 문제가 부시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시의 공범이 되지 말 것을 호소했다. 문 목사는 “성서를 비롯한 여러 경전에서 사람의 피를 흘리는 죄를 묻는다”고 말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는 싸움에서는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대골 목사는 성경에 나오는 다윗 왕을 예로 들어, 다윗 왕이 전투병력을 조사하는 등 군대에 의지하다 하나님의 징계를 받았다며, 파병이 국익과 한미 동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파병이 도리어 한미 양국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혜조 스님과 박후임 목사(기독여민회장), 오영숙 수녀, 김인경 교무(원불교)는 기자 회견문 낭독을 통해 이라크 문제의 해결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이라크인에게 진정한 주권을 이양할 때에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미국의 침략 전쟁에 동참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종교 단체 대표들은 기자 회견문에서 이라크 전쟁이 명분없는 전쟁임을 강조했다. 대표들은 이라크가 알카에다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한 정보도 거짓이란 점을 지적하고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중동 패권과 석유 이익을 위한 침략 전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효림 스님은 영화 <화씨 9/11>을 봤다면서, “이라크 전쟁을 통해 부시가 돈을 많이 벌었다. 이런 추악한 전쟁에 추가 파병이란 안된다. 우리가 막아 보자”고 말했다.

침략 전쟁 동참은 위헌, 한미동맹 재정립 요구

2일 오전 이라크파병철회 촉구 종교인 기자회견에서 파병 규탄 발언이 이어지자 문정현 신부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2일 오전 이라크파병철회 촉구 종교인 기자회견에서 파병 규탄 발언이 이어지자 문정현 신부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종교 단체 대표들은 우리 헌법이 침략 전쟁을 부인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미국의 압박과 협박에 굴하는 것은 우리 역사에 씻지 못할 치욕과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표들은 한국군의 파병을 12억 이슬람인들과 아랍 국가들이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중동 내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것은 정치, 경제적 관점에서도 국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대표들은 마지막으로 현재의 한미동맹은 미국에 예속되는 죽음의 동맹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미동맹을 거부하고 자주적 동맹으로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전평화불교대책위원회 등 4개 단체는 향후 국민행동본부와 같이 행동할 것을 결의하고, 12월 정기국회까지 긴밀한 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파병 반대 운동을 꾸준히 펼쳐나갈 것을 다짐했다.

한편, 기자회견과 더불어 한쪽에서는 전쟁의 참상과 부당함을 알리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천주교평화연대의 박진혁 수사는 고난 받는 예수와 이라크 민중, 노무현 대통령, 부시 등의 사진들로 꾸민 십자가를 들고 서 있었다. 박 수사는 “십자가는 예수님의 수난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라크인들이 전쟁으로 인해 겪고 있는) 고통을 알리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 한 쪽에서는 윤여관씨가 미군 복장을 하고 서서 이 전쟁이 미군의 전쟁이며, 이라크인들을 위한 것과는 상관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윤씨는 입고 있는 군복에는 ‘Give peace a chance’ (평화롭게 해결할 시도를 해보라) ‘No war is patriotic’(전쟁은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등의 반전 구호가 적혀 있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인류의 고귀한 생명과 평화를 위한 우리 종교인들의 기도와 염원은 치욕적인 “파병의 날” 을 앞두고 더욱 간절해지고 있습니다. 노무현정부가 우리 젊은 청년들을 죽음의 늪으로 보내려는 이 시간, 우리는 2천 5백만 종교인들을 대신해 다시 한 번 미국의 야만성과 전쟁의 부도덕성을 알려내고 ‘파병’은 절대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을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종교는 인류에게 희망과 생명, 평화와 연대의 목소리가 되어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왔습니다. 험난했던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도 불의하고 부정의한 일이 벌어졌을 때, 종교인들은 생명을 꽃처럼 바치며 민중에게는 희망을, 사회에서는 정의의 디딤돌이 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이러한 종교인들의 평화를 위한 신념과 양심에 의거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1. 이라크내 미군의 철수와 이라크인의 진정한 주권회복 만이 이라크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것은 21세기 문명화된 국제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야만적 침략행위입니다. 이라크와 알카에다와의 직접 연계에 대한 증거도 없고,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도 거짓으로 드러난 지금,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중동패권과 석유이익을 위한 침략전쟁으로 규명되고 있습니다. UN에서도 전쟁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최대 동맹국인 영국에서도 전쟁의 정당성이 논쟁되고 있으며 미국의 상원에서는 거짓정보에 의한 전쟁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라크에 후세인정권을 세운 것도 미국이고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것도 미국이라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친미 정권만을 의미할 따름이며 미군과 동맹군은 그 정권을 뒷받침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이라크의 주권을 이라크 국민들에게 넘기고 미군을 즉각 철수해야 합니다. 또한 야만적인 죄상을 인정하고 인류앞에 반성하고 참회해야합니다. 이 길만이 이라크 문제를 풀어가는 유일한 해법이자 인류 평화를 지속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2. 침략전쟁에 호응해 우리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헌법위반이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하는 대통령 직무에 대한 배임행위입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압력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침략전쟁을 비난하며 ‘파병’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쟁의 부도덕성이 알려지고 자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 앞에 파병을 철회하거나 철수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앞에 또 다시 한국 군대가 대규모 추가 파병을 단행한다면 평화를 위한 인류의 염원을 무시한 국제적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는 우리 역사에 씻지 못할 치욕과 오점을 남길 것입니다.

우리 헌법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국익을 위해 침략전쟁에 군대를 동원한다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뿐만 아니라 침략국으로 규정될 것이며 더러운 전쟁에 한국군이 희생되는 악순환만을 가져올 뿐입니다.

또한 한국군의 파병은 정치적 경제적 관점에서도 절대 국익을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 우리의 파병을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12억 이슬람인과 아랍 국가들의 냉담한 반응은 장기적으로 중동내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우리 헌법을 유린하고 국익마저 해치는 이라크 파병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한국군대를 파병하는 한미동맹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합니다.

한미동맹은 나라와 민족간의 자주적 동맹이어야하는 것이지 미국의 이익에 일방적으로 복무하는 예속 동맹이 아닙니다. 우리는 주권국가로서 우리의 군대와 국가 이익을 위해 자주적으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끝내 한미동맹이 미국에 예속되는 죽음의 동맹이 된다면 그 한미동맹을 거부하고 자주적 동맹으로 새롭게 변화시켜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동맹, 국가의 자주권을 짓밟는 예속동맹이 우리의 국익에 배치된다면 우리는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거부할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나라가 위기를 당했을 때 주권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적으로 싸워왔습니다. 우리는 금식기도를 통해 그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앞으로 2천 5백만 종교인과 함께 파병철회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04년 8월 2일
반전평화불교대책위원회, 반전평화기독연대, 천주교평화연대,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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