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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커버리 위크엔드'의 셋째날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해동검도 시범을 한국계 입양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 조명신
텍사스, 오클라호마, 미주리 등 3개 주에서 온 한국계 입양인들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모였다. 지난 22일(목)부터 25일(일)까지 나흘 동안 댈러스 한우리교회에서 열린 ‘디스커버리 위크엔드(Discovery Weekend)’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위치한 해외입양기관인 '딜런 인터내셔날(Dillon International, Inc.)'이 주최한 이 모임은 올해로 7년째. 이 모임이 시작된 이후 처음 3년간은 털사 지역에서 모였지만, 매년 여름마다 개최되는 '한국 전통 캠프(Korean Heritage Camp)'가 털사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에 지역 분산도 되고 다른 지역 거주 입양인의 편의를 위해 4년 전부터 댈러스에서 모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댈러스에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한몫 했음은 물론이다.

60여명의 한국계 입양인들 참석

▲ 한국계 입양인 소녀와 그녀의 양어머니가 해동검도 시범을 주의깊게 보고있다.
ⓒ 조명신
한국계 입양인 가운데 중고생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모임은, 지난 22일(목) 저녁 댈러스에 위치한 엠버시 호텔에 60여명의 입양인들과 10여명의 자원봉사자 조장들이 모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첫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자신을 소개했다. 매년 이 모임에 참석하는 이들도 있었고 올해 새로 참석한 얼굴도 많았지만, 어색하게 자신을 소개하던 이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다.

이틀째인 23일(금)에는 모임장소인 한우리교회에 모여 '성품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6개조로 나누어 편성된 이들은 조장의 인도로 삶의 목적, 자아개발, 청렴, 긍정적 태도, 선택, 용서 등 6가지 주제에 관해 토론을 하며 진지한 고민을 나누었다. 이후 저녁시간에는 각 조에서 주제에 맞춰 준비한 촌극을 보며 자신들의 생각을 나눴다.

▲ 공예교실에 참석한 입양인들이 종이를 이용한 전통공예물을 만들고 있다.
ⓒ 조명신
셋째날인 24일(토)에는 한국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국에 관한 비디오 상영이 있은 후에는 충의문 미주협회에서 준비한 해동검도 시범을 관람했다. 이어진 한국 문화교실에서는 교사들의 지도로 음식(깍두기 담기), 한국어, 공예 교실 중 한 곳을 택해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 식사를 한 후에는 한국상점들을 견학했으며 저녁에는 다같이 모여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디스커버리 위크앤드'의 책임자로 모임을 인도한 딜런 인터내셔날의 베벌리 아인직(56) 교육국장은 이번 모임에 대해 “성장하고 있는 입양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십대 후반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한국 정체성과 연결되고 싶어한다”면서 “한인들이 마음을 열고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인 사회에서 초대해 주었으면

▲ 음식교실에 참석한 입양인들이 생전 처음 깍두기를 담그기 위해 무를 썰고 있다.
ⓒ 조명신
한인사회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가능하다면 내년 모임에는 한인가정에서 아이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윷놀이 같은 전통놀이를 하거나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면서 “참석자 가운데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온 아이들이 많고 이들은 대부분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자신이 유일한 동양인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모임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느끼거나 경험했던 편견이나 어려움들을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다른 입양인과 나눔으로써 서로를 위로하고 새로운 자아상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십대 입양인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입양인 출신의 대학생들이 조장을 맡고 있으며 모임 동안 이들과 대화하고 상담하면서 '멘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날인 25일(일)에는 숙소에서 입양인 부모들을 위한 워크숍이 있었다. 대부분의 참석자 부모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이 워크숍에서는 입양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들이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베벌리 교육국장이 진행했다.

"한국에 살면서 무엇인가 보답하고 싶다"
[인터뷰] 입양인 모임 총지휘한 베벌리 아인직

▲ 베벌리 아인직 교육국장.
ⓒ조명신
딜런 인터내셔날의 베벌리 아인직(56, Beverlee J. Einsig) 교육국장이 '디스커버리 위크엔드'의 책임자로서 이번 모임을 총지휘했다. 한국아이 세명을 입양해 키운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지난 달에 한국계 입양인들의 '모국방문단'을 인솔해 한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모임 중에 잠시 시간을 내 인터뷰를 했다.

- 자신을 소개해 달라.
"아버지가 군인이셨는데 2차대전이 끝날 무렵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계셨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결혼을 하고 국내에서 입양한 두 아이가 성장한 이후, 또 다른 아이들을 입양하고 싶었는데 개인적 관심 때문에 한국 아이들을 입양했다. 83년에 생후 4개월이던 피터(Peter), 84년에 생후 3년6개월이던 데이빗(David), 그리고 86년에 생후 4개월이던 애나(Anna)를 입양했다. 지금은 모두 멋있게 성장했다."

- 딜런 인터내셔날에서는 언제부터 일했나?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한 1983년에 자원 봉사자로 관계를 맺었다. 내가 교사 출신이고 교회에서도 주일학교에서 일했기 때문에 딜런과 잘 맞았다. 이후 직원으로 채용되었다가 지금은 교육부서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이 일은 나의 일이면서 또한 내 아이들을 위한 일이다. 내가 딜런에서 일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축복이다. 입양기관에서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더욱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들은 엄마가 입양기관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한국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자주 방문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때론 아이들이 나를 가르치기도 한다."

- 하고 있는 일에는 만족하는가?
"아주 만족한다. 내 일 때문에 아이들이 한국을 접할 기회가 많아서 더욱 그렇다. 내 주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계획인데, 이 일에서 은퇴한 후에는 한국에 가서 잠시라도 살고 싶다.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영어교사와 같은 일들을 하며 한국 사람들을 돕고 싶다. 한국은 나에게 고마운 선물(자녀들)을 주었는데 나도 한국에 무엇인가를 보답하고 싶다." / 조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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