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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강병섭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후 ‘언론’이 시끄럽다. 국민들은 사시 20회 합격자인 김영란 대구고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제청이 사법부의 연공서열제 관행타파로 이어져 사법개혁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강병섭 원장의 발언을 비판 없이 그대로 베끼거나 확대 재생산해 파문을 키우며 심지어 사법부를 선동하고 나서고 있다.

사법부 선동하는 조선일보

▲ 조선일보 7월 29일자 사설
ⓒ 조선일보 PDF
<조선>은 29일 사설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부가 지킬 수밖에 없다>를 통해 “강 법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신임 대법관을 제청하는 과정에서 이 정권과 정치적 성향을 같이 하는 민변 같은 변호사단체나 친 정부적 시민단체들의 입김이 노골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면서 혹시 이런 흐름 때문에 재판과 법원의 독립에 이상(異常)이 빚어지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해왔던 외부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라며 강 원장 개인의 의견을 기정사실화 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은 “지금 시점에서 재판의 독립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현재 행정부와 입법부가 집권 세력의 수중에 있고 이 집권세력의 국정운영의 특징이 대중과 여론의 힘에 의지하는 직접민주정치수법에 있기 때문에 사법부마저 그 영향력에 휩쓸릴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법원에 보내는 국민의 성원은… 최종적으로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는 보루는 사법부 자신의 의지와 용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라며 사법부를 선동하기까지 하고 있다.

<동아일보> 오늘(29일)자 사설 또한 조선과 코드가 꼭 맞다.

<동아>는 오늘자 사설 <사법부까지 사회분위기에 영합한다면>을 통해 “시류(時流)에 영합하거나 권력을 의식하는 이른바 ‘진보적 판결’이 줄을 잇고 있다”면서 “사법부는 새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여론을 수렴해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대법관 제청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언급, 사태의 본질을 왜곡했다.

특히 이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시민단체 등에서 임의로 대법관 후보를 공개 추천하는 것을 의식한 소장 판사들의 ‘매명(賣名) 판결’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악의적인 가정’을 한 뒤 “최근 법원 주변에서 ‘소송에 이기기 위해서는 특정 변호사단체 소속 변호사를 선임해야한다’거나 ‘변호사 출신 현 정부 실세들과 관련 또는 친분이 있는 법무법인들이 사건을 독식하다시피 한다’는 얘기가 오가는 것도 결코 사소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운운하며 가십과 루머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상상’을 그대로 기사화 하는 반언론인적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중앙>은 29일자 사설 <"외부세력 영향력에 사법부가 위기">를 통해 “법원이 외부의 특정 세력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전제하고 “우리는 강 법원장의 지적이 사법부 개혁 방식이나 목표를 둘러싼 법원 안팎의 우려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대법원 구성 등과 관련해 벌써 사법부 수뇌부가 특정 성향의 인물들로 채워질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확실한 가십과 루머를 ‘사실’로 단정하며 논의를 전개하는 속칭 ‘라면’사설을 쓰기까지 했다.

이 ‘라면’ 사설 역시 “'법관의 꽃'이라고 불리는 대법관 인선에서 특정이념 성향이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법관들은 묵묵히 일하기보다는 적당한 때 변호사로 개업해 경제적 안정을 누리면서 시민단체 등과 보조를 맞춰 진보적이란 평판을 얻은 뒤 법원으로 복귀하려 할 것이다. 법원에 남아 있다 해도 시류에 영합하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강 법원장의 지적대로 진보 혹은 보수적 소신이 재판에 영향을 미쳐 승소할 사람이 패소하고 징역 살 사람이 풀려난다면 그 사법부를 누가 믿겠는가”라며 퇴임한 강 법원장의 말을 그대로 옮기다시피 하고 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지 않고서는 공정한 판결은 물론, 사법부의 독립성도 보장할 수 없다. 사회 여타분야, 특히 경제계가 능력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하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그러한 실질적 인사행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는가. 왜 유독 사법부만 연공서열식 인사관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우선 물러나면서 ‘쓸데없는 말’로 자신은 물론 국민과 사법부 전체를 모독한 강병섭 판사의 행태를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법관이 ‘소신에 따라’ 내린 판결을 ‘외부 입김’ 운운하며 폄하할 때 해당 법관은 어떤 처지에 빠지는지 강 판사는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게다가 강병섭 판사의 ‘강변’과는 달리 송두율 교수 관련 판결은 민주국가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판결이었다. 관련 재판부가 외부단체에 휘둘려 그런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민주적 양심과 법적 소신에 입각해 관련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고 많은 국민들은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자기 맘에 들지 않는 판결들이 내려졌다고 해서 이를 매도하고,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인사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궤변’을 늘어놓는다면 누가 그를 양심적인 ‘법관’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법관들의 불법행위가 벌어질 때마다 관행적으로 사법부 주변이 보여주었던 ‘최소한의 감싸기식 동료의식’까지 내팽개칠 만큼 지금 강병섭 판사는 급한 것인가. 혹시 누군가 강병섭 판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까지 드는 대목이다.

한편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이번 사건 관련 보도 행태는 ‘한풀이’에 불과한 ‘졸작’이라고 본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흔들어도 대한민국은 전진한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아무리 갈망해도 수구냉전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국민들이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군부권위주의시절 소수가 ‘카르텔’을 형성해 권력과 금력을 행사하던 ‘관행의 잔재’를 털고 진정한 민주사회적 관행을 재정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연히 사회 각 영역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세력들의 ‘저항’ 또한 거세다. 그리고 그 ‘저항’의 중심 혹은 주변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흔들어도 사법부는 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제2, 제3의 송두율 교수 관련 판결‘이 나올 것이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자신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그 흐름에 역행하다 '자멸'할 것인지는 각자가 선택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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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언련 사무총장, 상임대표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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