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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주차된 차 밑에서 낮잠을 청하고 있다.
ⓒ 정연우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B아파트. B아파트는 버려진 고양이 19마리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요즘 날이 더워서인지 고양이들은 저마다 아파트에 주차된 자동차 밑이나 그늘진 벽에 드러누워 태평스럽게 낮잠을 자곤 한다.

보통 도둑 고양이들은 사람을 피하고 쓰레기 봉투를 뒤져서 음식물을 먹지만 유독 우리 아파트의 도둑 고양이들은 그런 짓과는 상관없이 얌전하다. 이렇게 도둑 고양이들이 우리 아파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곳에서 10년째 근무하는 경비 아저씨의 작은 배려 덕분이었다.

▲ 경비원 김씨가 고양이들에게 줄 생선뼈를 찾고 있다.
ⓒ 정연우
현재 경비원들 중 가장 오랫동안 근무하신 김진도(64) 아저씨. 그가 처음 우리 아파트에서 경비직을 한 것은 1994년 4월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고양이들은 우리 아파트에서 환영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때부터 오갈 데 없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달간 휴가를 보낸 다음 복귀해 보니 웬일인지 고양이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동료 경비원들에게 물어 보니 민간업자가 나타나 고양이들을 한꺼번에 다 잡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어미를 잃고 안절부절하는 새끼 고양이 3마리를 김씨가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김씨 아저씨는 새끼 고양이들을 맡아서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도둑 고양이들과 친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고양이 중에는 주인이 버린 경우도 있어 쉽게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았다고 한다.

▲ 경비 아저씨는 가끔식 고양이들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 정연우
그 때부터 10년 동안 김씨와 고양이들의 동거동락이 시작되었다. 김씨는 고양이들을 위해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생선뼈나 아파트 근처에 있는 치킨 가게에서 먹다 남은 닭고기를 부지런히 가져와 고양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현재 고양이 수는 19마리. 그들 중에는 가정집에서 키우다 너무 커진 고양이도 한 마리 끼어 있다. 지금까지 김씨를 거쳐간 고양이만 해도 80마리가 넘는다.

이 도둑 고양이들 덕분에 좋은 점도 있다. 바로 아파트에 쥐가 사라진 것. 고양이들은 쥐를 잡아서 경비 아저씨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놓아 둔다. 아파트 주민들 중에는 고양이들을 위해 참치를 넣은 라면 같이 직접 음식을 가져오는 사람도 있을 만큼 김씨의 고양이 사랑이 주민들에게도 전파됐다.

동네 아이들도 고양이들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도둑 고양이들과 달리 우리 아파트 고양이들은 사람을 봐도 피하지 않을 만큼 사람과 친숙해져 있다.

▲ 자동차 밑은 우리 아파트 고양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식처다.
ⓒ 정연우
▲ 이 고양이는 집에서 키우다 버려진 고양이로 경비 아저씨를 무척 따른다
ⓒ 정연우
가끔씩 다른 동네 도둑 고양이들이 찾아오면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전쟁이 벌어지곤 한다. 그래서 심야 시간대에 날카로운 고양이들의 울음 소리 때문에 불평을 하는 주민들도 있다. 그래도 고양이를 쫓아내자는 의견은 없다고 한다.

오늘도 김씨는 경비실에서 업무를 본다. 고양이들도 그 사실을 아는지 절대로 경비실 출입은 하지 않는다고. 예전에 집 고양이었던 고양이 한 마리만이 이전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가끔 경비실에 드러눕곤 한다.

▲ 이 고양이는 사람과 같이 지내는 습성이 들어 처음에 고양이들 사이에 동화되기가 어려웠다.
ⓒ 정연우
▲ 서로 싸우다 털이 빠진 고양이들. 가끔 아파트 내에서 서열 다툼이 있다.
ⓒ 정연우
▲ 동물에 대한 사랑을 부탁한 우리 아파트 경비원 김진도(64) 아저씨.
ⓒ 정연우
오늘도 김씨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에서 생선뼈를 찾는다. 김씨는 "불쌍해서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준 게 뭐가 대단한 일이냐"며 "그래도 고양이들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은 말을 하지 않지만 마음속에 상처를 받는 것은 인간과 비슷한 것 같다"며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우다가 버리는 경우가 없었으면 한다"며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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