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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등 43개 시민단체들은 26일 오전 11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화, 복지 실현을 위한 한반도 군축 선언'을 채택했다.
ⓒ 오마이뉴스 김태형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51주년을 맞아 '한반도 군축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선언문이 채택됐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박순성) 등 4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오전 11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화와 복지 실현을 위한 한반도 군축 선언'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10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한미 양국이 추진중인 한미동맹 현대화는 군비증강에 기반을 둔 군사주의 노선을 채택함으로써 한반도에 새로운 위협을 잉태시키고 있다"며 "조속한 평화협정 체결과 군축을 통해 공고한 평화체제를 실현하는 것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호소했다.

평화체제 실현을 위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무엇보다 현재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으로 추진중인 한국군의 대대적인 국방비 증액과 전력증강 사업이 중단돼야"하고, "주한미국의 동북아 기동군화를 비롯한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계획이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아래 상자기사 참조)

한반도 군축·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10대 요구사항

1.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 성실하게 임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2. 미국은 한반도에 첨단무기 배치계획을 중단하고 대북한 선제공격전략을 공식적으로 철회해야 한다.
3. 용산기지 등 기존의 기지이전 협상을 전면 중단하고 주한미군의 감축에 따라 기지 역시 대폭적으로 축소되어야 한다.
4. 주한미군의 동북아 기동군화를 비롯한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5. 협력적 자주국방을 조기에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국군의 대대적인 국방비 증액과 전력증강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6. 군 문민화·투명화·비리근절 등 전면적 군 개혁에 나서야 한다.
7. 남-북-미 3자는 즉각 군축협상에 나서야 한다.
8.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권리를 인정하고 병역거부자들이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
9. 남북관게를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분단에서 통일로 전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대결형 법적, 제도적 장치의 정비가 시급히 필요하다.
10. 기존의 남북, 북미 평화협정이라는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실현가능하고 공고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평화협정 체결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근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는 "20조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국방비 지출 때문에 민중의 생존권과 복지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평화군축을 통한 사회복지 실현으로 민중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태춘 '우리땅지키기 문화예술인연대' 공동대표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박한 정세 변화 속에서 군축문제가 시민사회의 핵심적인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며 "사회 각 부문의 전문가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군축 문제에 나서주길 바란다"는 당부했다.

정성훈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사회복지 예산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데 국방부는 2005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무려 13.4% 증액한 21조 4752억원을 요구했다"며 "사회복지예산 확충을 위해서는 왜곡된 한미군사동맹을 위한 지출을 중단하고 무엇보다 이라크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미국의 대북강경책과 비타협주의, 급격한 군사력 증강은 한반도에 새로운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며 "현재 한반도에 배치되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이지스함, 스텔스 전폭기, 신형 미사일 등은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논란을 빚고있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 정 대표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이 미국의 세계전략 하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특히 용산기지는 물론이고 미 2사단 이전 비용까지 한국이 부담할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대표는 "일반적으로 알려지기에는 용산기지의 경우 한국이 요청했기 때문에 한국이 비용을 부담하고 2사단 경우 미국이 요청했기 때문에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그 증거로 외교부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과 평택 기지 이전 과정의 문제점을 내세웠다.

정 대표는 "현재 평택에 건설 예정인 기지 부지는 약 320만평으로 용산기지의 4배 규모에 달한다"며 "미국이 2007년에 용산기지를, 2008년에 2사단을 평택기지로 이전·통폐합하게 될 경우 그 실질적인 비용 부담은 한국측이 모두 떠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향후 시민단체들은 한반도 평화군축 활동을 위해 지난주에 발족한 한미관계연구회를 중심으로 연구 활동을 벌이는 한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평화와 생태의 귀중함을 체험케 하는 평화-비무장지대(PEACE-DMZ) 행사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주한 미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해 사실상 국회 비준 절차만 남겨놓은 만큼 원내 의원들과의 연대를 통해 관련 법안의 문제점을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군축은 올 하반기 이슈 될 것"
[현장 인터뷰] 용산기지 평택이전 반대 나선 가수 정태춘씨

ⓒ오마이뉴스 김태형

흰 개량한복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태춘씨는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군축은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시대적인 흐름을 읽는 것"이라며 군축 문제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다음은 정씨와 가진 일문일답.

- 왜 지금 군축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이 북한보다 한반도 평화에 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시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 정치권만 봐도 '세대교체', '냉전체제의 퇴조' 등 굉장히 중요한 상황변화가 있다."

-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국방부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지금까지의 군축 논의가 평화운동의 일환이었다면, 이제 좀 더 적극적인 군축에 대해 논의할 때다. 막강한 무력 확보를 통해 안심하는 것은 낮은 단계의 안보의식이다. 주변의 강국들이 공격해오면 어떻게 막을까만 생각할 것이 아니고, 주변에 있는 강대국들과 어떻게 평화공존의 규칙과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 군축 문제가 한국 외교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
"(군축은 한국에게는 외교적) 도전이다. 현재는 한미관계 때문에 그런 도전이 눈에 띄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도전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

- 군 내부에서 군축을 수용할 것으로 보는가.
"군도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요구가 무엇인지에 따라 변화되어야 한다. 군 문제는 그동안 성역으로 있어왔고,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지만 이제 좀 더 공개돼야 한다." / 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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