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에서의 오프스프링 공연 중 한 장면
미국에서의 오프스프링 공연 중 한 장면 ⓒ 액세스
#1. "부시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Not my president"

지난 1994년 발매된 음반 'Smash'로 전세계 1천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뒤 네오펑크록의 큰형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밴드 오프스프링(Offspring). 이들은 한국의 '크라잉넛','노브레인' 등 펑크 그룹의 정신적 지주다.

25일 내한공연에 나선 기타리스트 누들스(Noodles)의 검정색 티셔츠 가운데에는 부시 미 대통령이 그려져 있었다. 거기에 씌인 문구는 "부시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였다.

덱스터 홀랜드(Dexter Holland, 보컬/기타), 누들스, 그렉 K(Greg K) 그리고 아톰 윌라드(Atom Willard) 등 4명의 멤버로 이뤄진 오프스프링은 멤버 전원이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학구적 구성으로도 주목받는다. 이는 신나게 놀기 딱 좋은 펑크 음악에 사회성을 삽입시키는 그들의 음악적 특성으로까지 이어진다.

오프스프링은 지난 99년 발표한 '아메리카나'(Americana) 음반에서 90년대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화, 사회적 변질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또 최근엔 올 연말 대선에서 부시의 재선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공연에서 선보인 첫 곡의 제목도 '네오콘'(Neocon)이었다. 전쟁터로의 출정가 같은 짧은 곡인데 미국사회의 보수를 대표하는 네오콘을 향한 비아냥거리는 듯한 음악과 가사를 들려준다.

"우리는 강하고 옳다. 우린 밀려나지 않는다. 우린 계속 나아간다. 우린 싸울 것이며 타협하지 않겠다. 우린 결코 지지 않는다."

오프스프링은 또 지난 5월 미국의 50여 개의 미국밴드들이 모여 만든 옴니버스 음반 '록 어겐스트 부시'(Rock against Bush)에 참여한 바 있다. 반대를 의미하는 'Dissent'라는 단어가 적힌 스피커 옆에 부시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으로 양쪽 귀를 막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 표지의 음반에 이들은 '바그다드'(Bagdad)란 노래로 참여했다.

물론 이 음반은 국내에는 발매되지 않았다. 이 노래는 명분 없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는 곡이다(기사 아래 가사 첨부).

#2. 오프스프링, 관록 펑크록의 진수는 보여주다

지난 1984년부터 20년간 한결같은 음악을 선보여온 오프스프링의 공연은 관록과 높은 완성도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1500여명의 록음악 골수분자들이 모인 명륜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국내밴드인 검엑스와 레이지본의 오프닝공연이 1시간 가량 펼쳐진 후 저녁 8시 20분 마침내 공연장의 불이 꺼지고 오프스프링의 연주가 시작됐다.

"둥! 둥! 둥! 둥!"

묵직한 드럼소리에 이어 베이스, 기타, 보컬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네오콘을 시작으로 오프스프링은 21곡(앵콜 3곡)의 펑크록 넘버들을 선보였다.

이들은 빠르고 유쾌한 펑크음악을 바탕으로 스피드·스래쉬메틀(Speed·Thrash Metal)의 야성미와 질주감까지 가미된 '오프스프링식 네오펑크'가 무엇인지를 팬들에게 가감없이 보여줬다.

멤버들은 대부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연주에 충실했다. 하지만 기타리스트 누들스는 가끔 좌우로 뛰어다니며 화려한(?) 무대 매너를 보였다. 또 정규 멤버는 아니지만 퍼쿠션과 리듬기타, 보컬을 담당한 히긴스(Higgings) 역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공연장 분위기를 돋구는 역할을 했다.

'컴 아웃 앤드 플레이'(Come out and play), '가타 겟 어웨이'(Gotta get away), '왓 해픈 투유'(What happened to you), 셀프 이스팀(Self Esteem) 등 히트작 스매쉬의 곡들이 연주될 때 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광란'.

오프스프링은 이밖에 '헤브 유 에버'(Have you ever), '프리티 플라이'(Pretty fly), '누즈'(Noose) 등의 히트곡을 들려줬다.

펑크록 공연답게 관중들은 공연이 진행된 시간 내내 손을 들고 껑충껑충 뛰었다. 온몸을 부딪히는 '슬램'과 무대에서 관중석 쪽으로 몸을 날리는 '서핑'도 여러 번 연출됐다. 대부분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도 인상적.

다만 보컬인 덱스터는 공연 당일 내한해 100% 제 컨디션을 발휘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는 박자를 놓치기도 했고 무대 뒤에서 물을 마시며 숨을 가다듬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뒤 만난 윤철호(25·학생)씨는 "좋은 공연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아 아쉽다"며 "오프스프링 형님들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힘에 넘치는 연주를 들려줘 감동적이었다"는 감상을 전했다.

오프스프링 팬페이지(http://cafe.daum.net/netsonic)엔 공연 내용에 만족한다는 팬들의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Halfcrazy란 아이디의 팬은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9년을 좋아하며 즐겨듣던 노래를 1시간 반 동안 쉴새없이 제 눈앞에서 듣고 봤습니다. 그저 제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단 말밖에 없습니다. 최고였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합니까"라고 이번 공연을 극찬했다.

바그다드(Baghdad)
오프스프링

▲ 오프스핑의 '바그다드'가 실린 Rock against Bush 음반 표지.
In your plane in the blue sky
You roam again
Words that echo in your mind
Make your heart beat faster
(너는 비행기를 타고 창공을 휩쓴다.
네 마음 속의 외침이 네 심장을 뛰게 만들고)

'This is no Vietnam
We will win in Iraq'
(여기는 베트남이 아니야 우린 이라크에서 승리할 거야)

The president said, 'Let it ride'
Islam be damned
Make your last stand
In Baghdad
(대통령은 말한다. '출발'. 빌어먹을 이슬람.
너의 마지막 전투를 바그다드에서 벌여라)

Warrior, the time bomb's about to go
What will you feel
Will you even wonder
If the man that's in your sights
Ever kissed his girlfriend good-bye
The Captain said, 'Kill or die'
Islam be damned
Make your last stand
In Baghdad
(전사여, 시한폭탄이 터지려 한다.
느낌이 어떨 것 같아?
네 눈에 보이는 병사가 애인에게 작별키스를 했는지 궁금해 하나?
대장은 말한다. '죽이지 않으면 죽어')

Great satan, our flags are burning
Soon America may find its young men In the sand
Where their casualty Is just another number
In Iraq
(위대한 악마여, 우리의 깃발은 타고 있다
곧 사막에서 미국의 젊은이를 찾을지 몰라
하지만 이라크에서 병사가 죽어봐야 장부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일 뿐)

The president said, 'Let it ride'
You will be damned
Make your last stand
In Baghdad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