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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지하철 노동자 임금 관련 기사. 대구지하철 노조 등은 <매일>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매일>의 지하철 노동자 임금 관련 기사. 대구지하철 노조 등은 <매일>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지하철 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대구시와 공사 측이 지하철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 노조에 대한 '의도적' 여론 악화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매일신문>은 23일자 1면에서 '대구지하철 평균연봉 4350만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매일신문>은 "대구지하철공사의 임금수준은 지난해를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6급 15호봉)이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4350만원"면서 "6급 15호봉이면 군 근무경력 3년을 포함해 총 13년 정도의 경력이고, 이 수준의 임금을 받으려면 고시출신의 간부로 13년 정도 근무해야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대구시가 지난 2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날 대구시 교통정책과는 <지하철 노조 요구사항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이 자료는 대구지하철의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대구지하철 노조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노조 요구사항 분석> 보도자료 배포

대구시에서 22일 배포한 보도자료
대구시에서 22일 배포한 보도자료 ⓒ 오마이뉴스 이승욱
특히 대구시 교통정책과는 노조가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공사직원들의 평균연봉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는 "공사직원 현 평균연봉은 6급 13호봉을 기준으로 4350만원(회사부담 복리후생비 포함)"이라면서 "만약 노조의 당초 요구안대로 8.23% 인상을 적용하면 연봉이 4708만원으로 공사가 추가 인건비로 50억원을 소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구시는 자료에서 "2호선 개통과 관련한 조직개편안은 공사의 경영권에 관한 사항으로 노조와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히고 "안전이 검증된 분야에 한해 외주를 통해 경영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지만 노조는 지하철공사의 어려운 경영여건을 도외시하고 오직 인력증원을 통한 안전 확보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노조를 비난했다.

<지하철 노조 요구사항 분석> 자료는 앞서 서울지역에서 신문광고를 통해 서울지하철 등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공개된 것에 바탕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한 관계자는 "대구지하철공사 측이 임금 자료 제출을 꺼리고 있어 구두를 통해 전달받은 임금 내역을 공개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매일신문>만 1면 대대적 보도

언론에 배포된 대구시의 자료는 대부분의 시 출입기자들이 기사가치를 따져 낮은 비중으로 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일신문>이 1면을 통해 대구지하철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을 거론하고 나오자 파업을 진행중인 대구지하철 노조를 비롯해 민주노총 대구본부 등은 "쟁점은 빗나간 채 노조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기 위해 대구시와 공사가 임금 문제를 쟁점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대구지하철 노조 등은 <매일신문>에 대해 항의는 물론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대구지하철 노조는 '직원봉급표'를 공개하며 반박했다. 대구지하철노조 정성기 사무처장은 "대구시의 자료와 <매일신문>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져 있다"며 "악의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과장된 임금을 보도함으로써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을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처장은 "6급 15호봉의 평균 연봉은 2974만원이며, 이 평균연봉에는 개인 차이가 큰 연장근로 및 야간근무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만약 수당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최고 3500만원을 넘을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구지하철 노조 "악의적이고 과장된 임금 보도"

대구지하철 노조는 긴급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대구지하철 파업에 임금 인상 요구는 주요한 요구가 아니다"면서 "하지만 대구시 등이 임금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고임금 노동자'라는 멍에 속에서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그동안 대구지하철 파업에서는 임금이 주요한 이슈가 되지 못했다. 대구지하철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안에 포함시키긴 했지만 '양보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대구지하철노조 이원준 위원장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기자에게 "임금 부문은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협상 카드로 존재할 뿐"이라며 "충분히 양보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대구지하철 노사 양측이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는 것도 단순한 임금 쟁점 때문이 아니라 노조의 '조직개편안 철회' 등이 쟁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김경희 교선부장은 "대구시가 노사 문제를 구시대적으로 풀려고 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경우 파업이 장기화되면 '고임금' 문제를 끌고 나와 시민들의 비난이 노조로 향하게 하는 등 파업의 본질을 흐리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대구지하철 노조는 대구시에 대해 "본질을 왜곡하지 말고 즉각 본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매일신문>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정정보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항의시위를 비롯한 절독운동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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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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