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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불혹의 산수유 이영기를 위하여'문화제에 함께 한 이영기 의장
지난 18일 '불혹의 산수유 이영기를 위하여'문화제에 함께 한 이영기 의장 ⓒ 허미옥
지난 18일(일) 오후 4시 대구교대 상록관. 간암말기로 투병생활중인 이영기 의장(민주주의 민족통일 대구경북연합)을 위한 문화제 “불혹의 산수유, 이영기를 위하여“에는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1천여명의 인사들이 참석, 이영기 의장과 관련된 40여년의 추억들을 되새겼다.

이영기 의장의 투병일지를 담은 영상
이영기 의장의 투병일지를 담은 영상 ⓒ 허미옥
투병일지 상영에, 객석의 훌쩍임 이어져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요양원에서 풍욕, 식이요법 등으로 자연치유 장면을 담은 투병일지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객석에서는 훌쩍임이 계속 이어졌다.

"초기에는 생채식만 하다가 지금은 잡곡밥을 먹는다."
"복수가 차면서 다리가 부어 운신이 불편하지만 꾸준히 치료를 하고 있다."
"매일하는 풍욕과 관장은 정말 힘듭니다.“
“된장찜질은 정말 냄새가 심합니다.“
“가슴에는 아직도 부황자욱이 남아있고 다리를 주물러 나쁜질병이나 균을 소변으로 빼내는 작업“등

그리고 영상 마지막은

“내 몸은 여전히 투쟁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과 투쟁입니다“라는 이영기 의장의 독백을 담았다.

투병영상에서는 그래도 건강해보였지만, 이날 행사장에 나타난 이영기 의장의 몸은 훨씬 더 병색이 짙어 보였다.

'이영기 의장의 벗'이 쏟아놓은 ‘이영기는...‘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양심수 어른들뿐만 아니라 민중연대 오종렬 의장 등 전국 각지에서 1천여 명이 참석해 이영기 의장과 관련된 많은 추억들을 쏟아놓았다.

이영기 의장은 93년 통일선봉대 동군 대장이었다. 이때 함께 했던 5기 통일선봉대원들은 “이영기 하면 생각나는 것은 구호를 외치는 모습니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의 구호 모션은 기교보다는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힘찬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구국전위 사건으로 구속돼 목포에서 감방생활을 했던 시기 ‘감방동기‘들도 참석했다. 그들은 이영기 의장과 관련 “불룩 돌출된 배는 잊을 수 없다“며 “그는 몸치였지만, 감방에서 진행된 테니스 경기 대회에서 어쩌다 이기면 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영기 의장의 벗들 (위로부터 통일선봉대, 감방 동기들, 새로운 청년회)
이영기 의장의 벗들 (위로부터 통일선봉대, 감방 동기들, 새로운 청년회) ⓒ 허미옥
한편 ‘술익는 냄새가 끊어지지 않는 이영기 방‘으로 그는 또한 유명했다고 한다. 감방 동기 중 한 명이 털어놓은 그때의 추억은 다음과 같았다.

“항상 요구르트 100개가 영기 방으로 배달되고, 그것을 간장 통에 10여일 정도 두면 구수한 막걸리가 된다. 우리는 항상 그것을 나눠먹었다.“

한편 이영기 의장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청년회 회원들은 “그를 불혹의 산수유라고 표현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불도저가 더 적합할 것 같다“라며 “잔 기교를 부리지 않은 채 강한 추진력을 가진 불도저는 이영기 선배에게 꼭 맞는 별명이다. 하지만 그 불도저는 가끔 엔진이 과열되기도 하고 오버이트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만 있다면 어떤 험한 산도 넘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피 쏟으며, 휠체어에 의지한 채 무대 위에 올라

문화제 중간에 코피가 흘러 힘든 탓에 잠시 공연장 밖 소파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이영기 의장은 “무대 위에 올라가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코피를 몇 번 솜으로 막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무대 위로 오른 이영기 의장을 위해 객석은 1000여 개의 촛불과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살고 싶다. 이 자리를 여러분과 함께 오랫동안 지키고 싶다“라고 강한 의지를 표현한 이영기 의장은 “선배님들과 어른신들이 계신데 누워있어서 죄송하다“고 밝히고 “여러분과 함께 소중한 날을 기억하면서 이후에도 더 많은 사람들을 찾아뵙고 인사할 수 있도록 약속하겠다“고 이야기를 마쳤다.

한편 민중연대 오종렬 대표의 제안에 따라 이영기 의장이 가장 좋아한다던 ‘아침은 빛나라‘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고 난 후 무대를 내려와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한 그를 배웅하는 자리도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대경연합 의장 이영기 투병대책위' 관계자에 의하면 “병원으로 호송된 후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하는 등 기분이 매우 좋아보였다“라며 “이 날 문화제가 이영기 의장에게 많은 힘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시] 갈 수 밖에 없어


내 삶은 훗날 그 누군가 가슴아픈 기억으로 이야기할 지라도
이름없이 버려져 까마귀 밥이 될지라도
끝내 역사도 외면할지라도
갈 수 밖에 없어
여기서 멈추기에는 너무도 많이 알아
여기서 멈추기에는 가슴이 다 타버려
갈 수 밖에 없어
범영이 형, 문 목사님, 김남주 선배
수 많은 분들을 내 가슴에 그냥 묻어 두기에는
나의 일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용납 못해
갈 수 밖에 없어
자주 민주 통일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어
사람 사는 세상으로
/ 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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