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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예전에는 장마라도 이렇듯 순식간에 세상을 요절낼 작정으로 달려들지는 않았지 싶습니다. 장마를 피해 물길따라 올라온 미꾸라지가 마당까지 올라와 아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지요. 장마 사이에 산허리 가로질러 무지개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빗줄기가 주춤해진 틈을 타 원주천 둔치로 갔습니다. 새벽시장이 열려 부산하던 이곳도 장마 기간엔 사람 구경하기도 힘듭니다. 며칠 전엔 이곳까지 잠겨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들도 함께 잠겨버렸습니다.

계속되는 빗줄기에 온몸이 젖은 황새가 보였습니다. 사정없이 불어난 물을 망연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이 불어나기 전에는 사뿐히 물 가운데 내려와서 물고기도 낚아채던 녀석입니다. 그런데 사나운 물줄기의 위세에 눌려 녀석은 물고기를 잡을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 이기원
옆에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모른척 서 있더니 더 가까지 다가가자 힘든 날개짓으로 강건너로 날아갔습니다. 그리고는 빗줄기에 젖어 사정없이 헝클어진 깃털을 가다듬기 시작했습니다. 7월 내내 계속된 장마에 지칠대로 지친 녀석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 이기원
긴 장마에 지쳐버린 게 어디 황새 뿐이겠습니까. 해마다 어김없이 수해를 당하면서도 저지대 침수지역에 살아야 하는 이들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겠지요.

이젠 장마의 긴 터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이 그립습니다. 그 푸른 하늘을 보면 수해로 더럽혀진 방바닥이며 마당의 진흙을 씻어내고 이불을 내어 말려야 하겠지요.

쨍쨍 쏟아지는 폭염이라도 좋습니다. 푸른 하늘이 정말 그리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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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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