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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속에 일본흔적 찾기에 나선 한. 일청년들
대구 속에 일본흔적 찾기에 나선 한. 일청년들 ⓒ 김용한

북성로 일대를 돌아보고 있는 한. 일청년들
북성로 일대를 돌아보고 있는 한. 일청년들 ⓒ 김용한
“한국에서 일본의 흔적을 볼 수 있어 놀랐습니다.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청년연합회대구본부(KYC. Korea Youth Corps)의 초청으로 대구를 찾은 재일코리안청년연합(KEY. organization of united KorEan Youth in japan) 오사카지부 청년 회원들이 4박 5일간의 ‘한국 속에 일본 찾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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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시인의 백부가 지은 학숙터(우현서루. 좌)와 삼성의 첫 출발지인 곳(북성로 소재. 우)
이상화시인의 백부가 지은 학숙터(우현서루. 좌)와 삼성의 첫 출발지인 곳(북성로 소재. 우) ⓒ 김용한
지난 16일 대구를 찾은 18명의 재일코리안청년연합 일행들은 17일 오전부터 대구역을 중심으로 일제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북성로 공구골목과 수창동 일대, 신사참배의 행로로 일본 사람들이 많이 운집했다는 달성공원,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현존하고 있는 제일교회, 계산성당 등을 돌아보며 양국간의 역사 인식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대구 속 일본 역사탐방'의 길잡이로 나선 김일수 교수(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는 “우리 민족조차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교육시키려 하지 않는데, 일본인들이 대구까지 와서 자신들의 나라에 대해 살펴본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역사의 길잡이가 되어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김일수 교수
역사의 길잡이가 되어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김일수 교수 ⓒ 김용한
그는 “우리 역사가 한편으로는 자주적이지 못한 역사이고, 타의적인 역사(식민지, 외세의 역사 등)인 것을 보면서, 역사 방향에 대한 역사인식 등을 바르게 가질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대구 도심지의 골목을 돌면서 일본이 일제시대에 한국인의 문화를 수탈하고 신사참배를 강요했던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한·일 청년들이 공통의 합일점을 찾아가려는 노력들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북성로 공구골목도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닐 정도로 일본의 한국 식민지 정책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역사적인 현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일본인들의 신사참배객으로 붐볐다던 달성공원
일본인들의 신사참배객으로 붐볐다던 달성공원 ⓒ 김용한
김일수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일본인들이 대구에 상가, 철도를 놓으면서 가장 마지막으로 남긴 자갈마당의 사창가가 아직도 현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역사적 인식 없이 단지 시민들의 공원, 휴식처로 삼았던 달성공원이 일제시대에 신사참배의 긴 행렬이 이어졌던 곳이라는 점 등의 설명을 들을수록 놀라웠다.

일본인들이 자주 왕래하여 상업적인 도시로 부상했던 북성로의 경우, 자유주의 사람들과 보수적인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일본인 참가자들은 대부분 재일교포 3세, 4세의 자녀들로, 이들이 한국의 역사, 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고 그 역사적 사실과 진실들을 한국의 청년들과 공유해 나가면서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마음을 합해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값진 발걸음처럼 여겨졌다.

한. 일청년들이 달성공원에서 잠시 휴식중에 기념촬영
한. 일청년들이 달성공원에서 잠시 휴식중에 기념촬영 ⓒ 김용한
일본인 참가자인 재일교포 4세인 권가애(24세. 이학요법사)씨는 유창한 한국 말투로 “이야기로만 듣던 장소(일본인이 살았다는 곳)를 직접 방문해 볼 수 있어 새롭다”고 말하면서 “우리(재일교포)가 존재하는 것이 역사적인 산유물이며, 우리의 입, 눈, 귀가 유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역사적인 일(한·일 관계, 식민지 정책 등)에 대해 좀 더 많은 공부를 해서 다른 동료들에게도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국 방문의 소감을 피력했다.

“한국 속의 재일피폭자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고 말한 재일교포 3세 유공가(24. 사법요리사)씨도 “대구라는 땅이 역사가 깃든 곳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현재 일본식 건물들이 남아있는 것이 놀랍다”고 하였다.

이번 한국방문의 청년대표로 참석한 문성우(33. 노동조합원 사무원)씨는 “대구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일본이 신사참배를 하기 위해 도로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문씨는 “여기에서 배운 것을 오사카로 돌아가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일본인 참가자 중 한국말을 유독 잘하는 박수현(25. 작곡가)씨는 “이번 대구 방문을 통해 전쟁이나 일본 지배가 실제로 있었던 것이었다는 인식을 깊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며 대구 방문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또 다른 일본 참가자인 백정유(29. KNTV카메라맨)씨는 “일본과 한국이 한·일교류는 활발한 것 같지만 일본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한국(대구)에 대해 잘 모른다”고 지적하면서 “식민지 시대의 현장을 보고 느낀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하였다.

비속의 약전골목 일대를 돌아보고 있는 일본인들
비속의 약전골목 일대를 돌아보고 있는 일본인들 ⓒ 김용한
오전 내내 대구에 있는 일본역사 현장을 둘러보던 참가자들은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통행에 불편을 겪었지만, 오후 일정인 종로 일대를 둘러보고, 민족시인인 이상화 시인이 머물렀던 고택, 3·1운동 당시의 시위대 행로가 되었던 곳들을 돌아보며 한국 속에 일본, 일본인들이 바라보는 대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다.

이날 역사탐방 현장에는 한국청년연합회 공동대표이며 대구KYC 이끌어가고 있는 주선국 대표도 참석해 일본인들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자녀와 함께 이번 탐방에 나섰다는 조광진 회원(44. 대구KYC)은 “역사적인 현장을 돌아보면서 일제 식민지 속의 수탈과정, 일제잔재 등을 뒤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백년 전 일제시대의 건물들이 현존하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고 하면서 “역사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사실에 대해 직접 보고 느끼게 함으로서 산교육이 되도록 하기 위해 자녀도 함께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참가자 박효정씨도 “앞으로 개발이 되면 없어진다(일본 건물)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하면서 “일반 시민들이 역사적, 교육적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에 의해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교육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하였다.

대구KYC는 한·일 양국의 청년들이 해마다 서로의 도시를 방문해 평화기행을 하고, 원폭피해자들의 증언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담아내는 작업, 원폭피해자들과의 결연사업 등 의미 있는 일들을 펼쳐나가고 있다.

열심히 사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는 일본 참가자들
열심히 사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는 일본 참가자들 ⓒ 김용한
이번 역사탐방 일정 중에 개최할 평화포럼에서도 지난 1년의 성과를 논하고, 최근 활발하게 진행 중인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구술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점차 사회적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태호 원폭구술증언 분과장(대구KYC 평화통일센터)은 “아직은 미약하지만 원폭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아 영상, 기록하는 것으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설명하면서 “원폭피해자들이 어느 곳에 있든지 동일한 전쟁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데 일본이나 우리 정부가 너무나도 안이하게 대처해 그들은(원폭피해자) 우리로부터 외면 받은 채 병들고 늙어 죽어가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와 방치함을 질타했다.

이상욱 공동대표(대구KYC)는 “전쟁을 반대하고, 반전을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인간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전쟁의 피해자들을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사회에 고발하고, 경각심을 갖게 할 생각"이라며 대구KYC운동의 방향과 내용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서양의 오래된 건축물인 계산성당을 둘러보고 있다
서양의 오래된 건축물인 계산성당을 둘러보고 있다 ⓒ 김용한
한편, 대구KYC(이상욱, 이홍우 공동대표)회원들과 재일코리안청년연합(송승재 공동대표) 회원들은 17일 저녁 비슬산 문화원에서 평화포럼을 열고, 한국 청년들과 함께 서로의 문화에 대해 교류하는 ‘시와 노래의 밤’ 행사를 가진다.

또한, 18일에는 원폭피해자들이 치료를 받으며 거주하고 있는 합천 원폭피해자 회관을 방문, 3·1운동 기념탑, 임진왜란 창의 기념관 방문 등의 일정이 잡혀 있다.

일본청년 방문단은 19일 영남대민족문화연구소의 안내로 경주 역사기행의 순서를 갖고 난 후, 오는 20일 일본으로 출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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