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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제 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WHC는 중국 쑤저우성에서 회의를 열고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서 중국에서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의 성립 기념일과 올해로 7주년이 되는 홍콩 반환 기념일에 이은 세 번째 자축 기념일이 됐다.

중국의 고구려유적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과 그 결과에 대해서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사례로 특히 당사자인 우리나라와 북한는 이번 유네스코의 결정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과론적으로 중국은 이번 고구려 유적의 등재로 모두 30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된 나라가 됐으며 반면 우리나라와 북한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고구려 역사 유적에 대한 많은 아쉬움을 간직해야만 하는 경험을 해야 했다.

▲ 중국의 대표적인 세계문화유산인 천단공원의 <기년전> 과 <팔달령장성>
ⓒ 이인우
이러한 시기에 베이징을 방문한 나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중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돌아보게 됐다. <세계문화유산> 를 둘러보면서 다시 한번 역사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의 <덕수궁>과 <종묘> 등의 문화재 역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현재 높은 수준의 문화재보호의 울타리 안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안내원의 설명을 들어가며 그룹으로 관람을 해야 하다든지, 일부지역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 하는 등의 장치를 통해 문화재 보호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세계문화유산 문화재는 우리의 그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아마도 문화재라는 인식보다는 관광지로서의 관람거리로 생각을 하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서태후의 여름별장으로 잘 알려진 이화원의 공명호와 불향각
ⓒ 이인우
서태후의 여름별장으로 잘 알려진 ‘이화원’은 왕실의 정원으로 베이징의 서북쪽에 위치해 있던 자연 호수에 인공적으로 ‘공명호’라는 못을 만든 곳으로 그 인공못의 규모가 전체의 3/4을 차지한다. 당시 왕실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를 짐작하기에 충분한 규모의 호수였다.

▲ 이화원의 입구 풍경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안내동판
ⓒ 이인우
이화원은 그 규모와 보존상태, 역사적 연혁을 통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재 지역으로 이화원을 들어서는 입구에 유네스코로부터 부여받은 동판을 자랑스럽게 세워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화원의 입구 풍경은 전체 규모에 비해서 다소 왜소해 보일 정도였지만 입구에서부터 이곳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여행객들에게 부각시키고 있었다.

▲ 이화원 곳곳에 있는 철로 만들어진 동물상 - 관람객들의 손이 닿은 부분이 하얗다
ⓒ 이인우
이화원에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철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린과 공작, 용 등과 같은 동물상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사자상과 같은 조각상은 흔히 볼 수 있었지만 기린상과 공작을 건물 앞에 배치해 놓은 모습은 매우 신기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러한 동물상들이 주로 석상으로 만들어진 것에 익숙했던 나는 정교한 철 부조물이라는데 또 한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경우라면 이러한 문화재는 보호를 위해 손이 닿지 않게 보존하거나 별도의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을 텐데 이화원의 그것들은 관람객들에게 방치되어 손이 닿는 부분이 달아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것을 보면서 과연 ‘세계문화유산’을 이렇게 보존해도 되는가 하는 의심을 가지며 공명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 공명호 옆에서 물붓으로 바닥에 글씨를 쓰는 할아버지들
ⓒ 이인우
호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멀리 ‘불향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넓은 호수의 경관을 즐기고 있었는데 한쪽에서는 기다란 지팡이 물붓을 들고 바닥을 화선지 삼아 붓글씨 쓰는 할아버지들을 여러분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이 쓰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으나 서로 의견을 나눠가며 유려하게 적어 내려가는 솜씨로 보아 단순히 붓글씨 연습을 하는 것은 아닌 듯 했다. ‘불향각’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뇌리에는 그분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에 대한 궁금증이 지속됐다.

이화원의 드넓은 호수를 한눈에 내려보다 보기 위해 ‘불향각’으로 향했다. 긴 장랑(長廊)을 따라 입구에 도착하자 매점이 보였는데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문화재 지역의 매점을 위한 간이 건물이 아니라 이곳에서는 이화원의 한 건물을 개조해 매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매점에서 파는 상품 또한 내 눈을 의심하게 했는데 음료수와 간단한 과자와 아이스크림은 물론 통상적으로는 문화재 시설등지에서는 판매하지 않을법한 맥주와 닭다리 튀김까지 팔고 있었다. 과연 이곳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란 말인가? 최소한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화원 매점과 문화재 관리는 상식 이하였다.

급격하게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올라 ‘불향각’에 오르니 이화원 호수 공명호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 높은 곳을 과연 ‘서태후’는 어떻게 올라왔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만큼 절벽에 가까운듯한 계단 끝에 ‘불향각’은 있었다. 불향각 내부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천수관음(千手觀音) 입상이 모셔져 있는데 세월의 흔적인지 먼지가 쌓인 것인지는 모르나 많이 지저분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화원의 규모와 그 건설의 역사, 아름다운 풍경만큼은 웅장하고 화려했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건물들과 시설물들을 관리는 모습에서 과연 중국인들은 ‘이화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정확하게 인식은 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했다.

이화원과 함께 베이징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필수 코스가 바로 <만리장성-八達嶺長城>과 <명13릉>이다. 모든 패키지여행 상품에도 반드시 들어 있는 여행지로 이곳 모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베이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기도 했으며 볼거리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는 문화재이기도 해서 필수 코스에 포함된 것이리라.

▲ 팔달령장성의 만리장성 부분 _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 바라본 풍경
ⓒ 이인우
팔달령 장성은 표고 1000m높이에 위치해 있어 걸어서 오르는데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곳을 쉽게 오르게 하기위해 케이블카를 정상까지 설치했는데 그 이용요금이 60元으로 결코 적은금액은 아니었다. (천단공원이 기년전과 원구단, 에코홀 입장까지 포함해서 35元이고 이화원 입장료가 30元)

나는 다음 일정상 시간이 없는 관계로 하는 수 없이 케이블카를 이용해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만리장성이 있는 곳으로 가려 하니 별도의 입장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무려 60元이나 하는 요금을 지불하고 올라왔는데 또 다시 입장료를 지불하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애초 케이블카 요금에는 장성의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유념하라는 글귀나 산 아래에서 장성으로 들어가는 별도의 입장권을 구입하라고 하는 설명이 있었다면 정상에서의 낭패는 없었으리라.

세계 각국에서 여행객이 몰려드는 중국이 자랑하는 <만리장성>에 제대로 된 설명서나 입장권 구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은 또 다시 과연 이곳이 정작 <세계문화유산>인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 요소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케이블카에서 내린 바로 앞에서 멀리 팔달령 장성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직접 두발로 장성에 서보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풍경만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명13릉 입구 - 시간이 늦은 관계로 입구에는 한적했다
ⓒ 이인우

▲ 명13릉 담장 옆으로는 과수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 이인우
정해진 일정에 쫒기며 도착한 곳은 명나라 13 황제의 능 고분이 모여 있는 <명13릉>이었다. 이곳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정릉(定陵), 장릉(長陵), 소릉(昭陵)등이 일반인의 관람이 가능한 곳이다. 예정됐던 시간보다 너무 늦게 정릉(定陵)에 도착한 나는 마지막 관람객으로 입장했다. 이곳역시 중국의 많은 유적이 그렇듯 일렬로 배치된 긴 도로를 따라 올라간 길 끝에 대형 건물이 있었다.

능 안에는 천단공원의 향나무만큼이나 잘 가꾸어진 향나무가 눈길을 끌었으며 담 밖으로는 복숭아 과수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런 연유인지 입구에는 복숭아를 파는 행상들이 상당히 많았으며 복숭아 향이 공원 전체를 뒤덮었는데 날이 어두워지는 시간과 어우러져 능 전체를 묘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 명13릉 정릉의 지하궁전 내부 모습 - 대리석 문과 의자가 이채롭다.
ⓒ 이인우
‘지하궁전’이라고 적힌 안내도를 따라서 또 다시 한참을 나무사이로 올라가니 지하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왔는데 이곳에서 소지품은 엑스레이 검사를 통과해야 했고 금속 탐지기를 지나야 지하궁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상당히 경비가 엄숙한 분위기였는데 지하로 내려가면서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한기(寒氣)가 느껴졌는데 급기야는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안내표지판에는 ‘지하궁전’이라고 표현되어 있었지만 이곳은 왕의 지하 묘소로 왕과 왕비의 빨간 관이 함께 놓여져 있었다. 온통 하얀 대리석으로 축조된 규모를 보니 가히 명나라 황제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너무 늦은 시간에 입장한 관계로 불과 40~50분 만에 제대로 능의 전체를 보지는 못했던 점이었으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오지 않았었다면 더욱 아쉬움이 컸을 것 같았다.

짧은 베이징 여행을 통해 중국이 가지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의 일부나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직접 경험했다는 점에서 유익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문화가 다르고 사고가 다르며 무엇보다 언어와 문자가 서로 다른 곳에서 나만의 기준과 시선으로 그들의 문화를 바라보는 것에는 분명 어색하며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분명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입장에서 또한 국제적인 입장에서 관리되어져야 할 중국의 ‘세계문화유산’ 현장에서 나의 시선에서 발견된 이상한 모습들은 문화적 충격의 차원을 넘어서서 과연 중국정부가 제대로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관리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적 문화유산의 시설에서 술을 판매하고 관람객들은 술과 닭튀김을 먹고 마시는 장면을 보면서 지난 7월 1일 새롭게 중국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고구려 유적>이 과연 제대로 보호되고 보존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은 중국의 고유문화를 바라보는 외국인이 가지는 필요이상의 근심과 걱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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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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