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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열린우리당 의원은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자유발언을 통해 `야유만 있고 박수는 없는`국회를 비판하며 "상생의 정치를 구호로만 떠들게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해 박수를 받았다. 김 의원의 발언을 듣던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성곤 열린우리당 의원은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자유발언을 통해 `야유만 있고 박수는 없는`국회를 비판하며 "상생의 정치를 구호로만 떠들게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해 박수를 받았다. 김 의원의 발언을 듣던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일하는 국회' '상생의 정치'를 표방한 17대 국회는 개원 첫날 개의시간이 12시간 지연된 것에 이어 마지막 본회의마저도 제때 열리지 못해 자정이 다돼 회의가 끝나는 수미일관(?)한 모습을 보였다.

'예결특위의 일반 상임위화 전환' 문제가 시종일관 17개 국회 첫 임시회의 발목을 잡았다. 6월 5일 개원일 한나라당은 예결특위 상임위화에 대한 합의를 조건으로 국회의장 선출에 임했고, 관련 국회법 개정안의 15일 본회의 처리를 못박고서야 원구성에 합의했다. 법정기일을 20일 넘겨 양당은 상임위원회 구성을 끝낸 것이다.

하지만 결국 양당은 예결위 상임위화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고 15일 본회의 표결은 무산되었다. 한나라당은 예산주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며 예결위 상임위화에 당력을 총집중해왔지만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15일,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두고 밀고 당기는 구태를 반복했다.

한나라당은 부산 APEC 재정지원비 190억원과 수도이전 타당성 검토 용역비 50억원 등을 추가로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예결특위를 통해 합의한 사항을 뒤집는다고 맞섰다. 결국 낮 2시에 열리기로 한 본회의는 3차례나 연기되어 밤 9시에 개의되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왼쪽)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15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5분발언을 통해 이날 상정된 `교섭단체정책연구위원임용등에관한규칙중개정규칙안`이 `교섭단체만의 나눠먹기 횡포`라며 비판하고 부결을 촉구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왼쪽)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15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5분발언을 통해 이날 상정된 `교섭단체정책연구위원임용등에관한규칙중개정규칙안`이 `교섭단체만의 나눠먹기 횡포`라며 비판하고 부결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심상정 의원 "차라리 국회법을 폐지하고 교섭단체법이라고 해라"

이날 본회의에서는 양 교섭단체를 향한 비교섭단체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이들은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의 발의로 상정된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임용에 관한 규칙개정'을 두고 "당리당략의 전형"이라고 반대를 표시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이익보다는 정당의 정책이익을 치열하게 대변하는 것이 정책연구원의 자화상"이라고 전제한 뒤, "32명에서 53명으로 증원한지 불과 6개월만에 10명을 다시 증원해 양당이 5명씩 나눠갖기로 했다"며 국회 예산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했다.

이어 손 의원은 단 한 명의 정책연구원도 지원되지 않는 비교섭단체와의 형평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손 의원은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정치싸움을 일삼는 두 정당이 사이좋게 떡을 나누어 먹을 때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이좋게 손발을 딱딱 맞추고 있다"고 몰아부쳤다.

국회정책연구원제의 취지에 대해 손 의원은 '일은 정당이 하되, 그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는 원칙임을 강조하며 양당을 향해 과연 그러한 것이 정책정당의 모습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의 지적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심 의원은 "정책연구위원제도는 교섭단체의 당직자 월급을 보조하는 편법적 운영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현재 52명 연구원 중 절반에 달하는 수가 본연의 정책생산보다는 각 당의 당직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책연구원제도를 위한 연간 예산 65억 6천만원 가운데 상당액이 그 인건비로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회부된 후 15일 경과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처리과정에서의 국회법 위반을 제기했고, 이어 교섭단체에 부여된 과도한 특권을 지적했다.

"의원들의 발언권도, 비교섭 단체의원들의 발언권조차도 교섭단체의 허락을 맡아야 합니다. 심지어 의사진행발언조차도 교섭단체가 통제합니다. 의사진행은 의장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의사진행발언에 대한 판단권한도 없는 의장을 도대체 왜 선출하였습니까?

여러모로 지나칩니다. 이런 이유로 네티즌사이에서는 ‘차라리 국회법을 폐지하고 교섭단체법이라고 해라’ ‘국회의원을 뽑지 말고 교섭단체 회원을 뽑아라’는 항의까지 올라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성곤 의원, 야유만 있고 박수 없는 '잘했어' 국회 지적

국회는 15일 밤 본회의를 열어 1조8천283억원(일반회계 1조7천833억원,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 45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가결했다. 추가경정예산안등이 통과되자 의원들이 보따리를 싸고 있다.
국회는 15일 밤 본회의를 열어 1조8천283억원(일반회계 1조7천833억원,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 45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가결했다. 추가경정예산안등이 통과되자 의원들이 보따리를 싸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같은 자성의 목소리는 교섭단체 의원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왔다. 5분 자유발언에 나선 김성곤 열린우리당 의원은 '박수소리 없는' 국회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본회의장에 박수는 없고, '잘했어'라는 비난성 격려만 있다"며 이는 "편가르기 국회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통상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던지는 "잘했어"라는 표현은 동료의원이 상대당을 향해 속 시원한 '한방'을 날렸을 때 하는 일종의 추임새 기능을 한다.

발언을 마무리하며 김 의원은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해 16일 이라크로 떠나는 국회진상조사단 여야의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즉석에서 제안, 본회의장에서 오랜만에 박수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박재완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박 의원은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지 한달이 지났고 초선의원이 188명이나 되는데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비웃음과 말꼬리잡기, 질의답변 도중 야유 보내기와 동료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질책하는 것 등을 지양할 수 있도록 양당대표가 합의해 달라"고 제안했다.

상생 국회를 위한 여야의 이 같은 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기싸움'은 계속되었다. 특히 예결특위와 관련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한 양당의 책임공방은 거셌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합의를 깨고 예결특위의 상임위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구두 사이비 개혁주의자' '배신때리기 전문당'이라 표현했고, '박근혜 패러디'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통령과 말단의 실무자까지 모든 것을 적과 아로 구분하는 집단 정신오염상태에 있음을 드러냈다"고 공격했다.

이어진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5분 자유발언. 남 의원은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거명하며 예결특위 상임위화가 표결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남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독자적인 예결특위 관련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을 두고 "내부 반란표를 의식한 방해공작"이라며 "배반의 정치, 수의 정치, 힘의 정치"라고 주장했다.

강성종 열린우리당 의원이 15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최영애)선출안 투표를 하고 있다. 강 의원은 선거법 위반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이 구형됐으나 보증금 1천만원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구속 44일만인 지난 14일 석방됐다. (왼쪽) /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15일 밤 본회의장에 생활한복 차림으로 등원해 눈길을 끌었다.
강성종 열린우리당 의원이 15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최영애)선출안 투표를 하고 있다. 강 의원은 선거법 위반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이 구형됐으나 보증금 1천만원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구속 44일만인 지난 14일 석방됐다. (왼쪽) /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15일 밤 본회의장에 생활한복 차림으로 등원해 눈길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예결특위 상임위화 표결처리 무산...책임공방은 여전

열린우리당측은 "여야 합의로 결정된 추경안을 뒤집고 개의시간을 7시간 늦춰가며 전체 의원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이종걸 의원은 천정배 원내대표의 이름이 거명된 것과 관련 "도가 지나치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급히 신상발언을 신청, 반박에 나선 이 의원은 "추경안 처리에서 보여준 한나라당의 태도는 지방예산 챙기기, 나눠먹기식에 다름 아니었다"며 "이번 일에서 예결산의 심의를 내실화하는 것이 반드시 상임위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발언 중간 한나라당측 좌석에선 비난이 이어졌고, 발언도중 끼어들기를 하지말자던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의 제안은 채 반 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

40일간 지속된 17대 첫 임시회, 그 마지막 본회의는 자정이 다 돼 끝이 났다. 법안처리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지만 의원들의 이어지는 5분자유발언, 신상발언, 의사진행발언 등이 2시간 가량 계속되었다.

열린우리당 152석·한나라당 121석·민주노동당 10석·민주당 9석·자민련 4.석.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열린우리당에겐 자만하지 말라고 과반수 턱걸이의 표를, 탄핵역풍 속에서도 한나라당에겐 여당견제용 표를 주었다. 그 양대 산맥의 한 축엔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소수 3정당이 얻은 23.5% 득표율이라는 국민 지지가 엄존하고 있다.

국민이 보내는 그 황금분할의 의미를, 첫 개원국회를 마무리하는 즈음 299명의 의원들은 자문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비교섭단체 심정 알겠다"
파병재검토 의원들, <결의안> 본회의 상정무산 울분 토해

▲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왼쪽부터) 15일 밤 국회에서 5분자유발언을 통해 이라크파병재검토결의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여당 의원이 다수당의 횡포를 지적하고 나섰다. 파병재검토결의안을 서명발의한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틀 동안이나 본회의장에서 자면서 농성을 했는데 메아리조차 없다"며 파병재검토 결의안이 이번 임기국회에서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15일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신청한 임 의원은 "의원 50명이면 교섭단체를 두 개 반이나 만들 수 있는 숫자"라며 "나는 비록 교섭단체 소속이지만 이번 법안에 있어서 만큼은 비교섭단체 의원들처럼 소수당 신세"라고 토로했다. 이어 "다수당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덧붙였다.

파병재검토에 서명한 의원들만큼은 이날 '초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미국이 왜곡된 정보를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하였다는 것은 이제 숨길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 의원은 "광화문에 모인 수천명의 시민들은 '잘못을 저지른 친구가 우리를 속이고 같이 나쁜 짓을 하자고 하는 것이 동맹입니까'라고 묻고 있다"며 "이제 국회가 여기에 대답할 차례"라고 동료의원들에게 호소했다. 고 의원의 이날 육성은 웅변조에 가까웠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파병재검토 결의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국회의장이 이를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것을 요구하며 본회의장에서 이틀밤을 새웠다"며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눈쌀을 찌푸렸습니까, 아니면 애써 모른체 하였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 동안 국회는 무엇을 하였냐고 되물었다.

"대통령의 발언을 가지고 시비하는데 하루를 보냈습니다. 야당대표의 패러디사진을 가지고 또 하루를 싸웠습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벌이는 이권다툼으로 국회는 한 달을 헛돌았고 교섭단체는 의사일정을 누더기로 만드는 전횡을 서슴치 않았습니다...상생의 정치, 파병재검토결의안을 통해 첫 싹을 틔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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