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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 마니아 홍순철씨
올드카 마니아 홍순철씨 ⓒ 권윤영
카우보이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그가 차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린다. 사람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신기한 듯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환한 웃음을 띤다. 심지어는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드는 사람도 있다. 올드카 마니아 홍순철(44)씨. 그가 올드카를 몰고 드라이브를 시작하면 어김없이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친구와 장맛은 오랠수록 좋다는 말이 있잖아요. 사라져가는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올드카 마니아가 됐습니다. 사람들은 더 오래 탈 수 있는 멀쩡한 차들을 폐차해버리는데, 쉽게 버리고 낭비하는 자동차 문화가 아쉽네요.”

클래식카의 고유함에 매료돼 올드카 마니아가 된지 어느덧 7년. 하나 둘씩 사라져 옛날 영화에서조차 보기 힘든 20~30년 전의 올드카를 6대나 보유하고 있다. 올즈모빌(75년식), 벤츠280(78년식), 칼리스타(92년식), 재규어(82년식), 벤츠디젤(79년식), 벤츠리무진(90식) 등이 그의 애지중지 속에 관리되고 있다.

75년식 올즈모빌을 링컨 리무진과 맞바꿨을 정도로 올드카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홍씨. 4년 전에는 누군가가 10여 년을 방치한 88년식 프레스토 차량을 폐차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아까운 마음에 인수하기도 했다. 폐차 위기에 처한 차량들이 그를 만남으로써 오래도록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애마가 되는 셈이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 모델은 국내에서는 이미 찾아보기 힘든 것들로 과거 정, 재계 인물들이 소유했던 것이 대부분. 이중 그가 가장 아끼는 자동차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올즈모빌 88로얄데타.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가행사시 카퍼레이드로 사용하던 의전차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차고에 들어 있는 애지중지 관리하는 올드카.
그의 차고에 들어 있는 애지중지 관리하는 올드카. ⓒ 권윤영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그 차들이 아직도 굴러가느냐'는 것이다. 이에 그는 아직도 “끄떡없다”고 응수한다. 실제로 올드카를 애마로 이용하기도 하는 그에게는 자동차를 어떻게 얻느냐보다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동차를 다루는 그의 법칙은 애인다루 듯 소중히 다루기.

차량을 관리하는데 있어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자동차도 사람처럼 아파하기 마련. 그는 바쁜 일정에도 틈틈이 올드카를 닦고 조인다. 이제는 전문가가 없어도 자동차를 진단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정도다. 대부분 국내에서 몇 대 안되는 자동차이다보니 그만큼 부품 구하기 어려워 부품을 구할 때마다 트렁크에 항상 보유하고 있다.

"사실 편한 것을 따지면 당연 신차가 좋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그러나 올드카들은 요즘처럼 대량생산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수작업 된 차량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죠."

차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그이지만 그저 단순한 올드카 마니아는 아니다. 수집한 올드카를 지역봉사에 이용하며 차량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차량들을 저 혼자만 즐기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번쯤 과거의 향수와 추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행사시 볼거리를 제공하면 행사 홍보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아산시 문화제위원과 순수한 시민모임 온양아산사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역문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올해 국가지정 축제로 치러진 제43회 아산성웅이순신 축제에서도 올드카 차량으로 홍보활동을 펼쳤다. 올드카는 지역문화홍보와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앞으로 올드카를 이용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차량 이용료 및 활동 수익금 중 일부를 이순신장학금으로 지출할 계획이다. 그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장애우 및 소년소녀가정들에게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라져 가는 자동차에 아쉬움을 느끼는 그는 더 많은 올드카를 수집해서 아산에 자동차 역사관을 세우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테마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때로는 “왜 외제 차냐”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사람이 더 많기에 그는 보람을 느낀다. 어렵게 수집한 올드카들은 어느덧 홍씨에게 자동차 그 이상의 의미이자, 취미가 아닌 사명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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