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6월 29일 '2004 투쟁 승리를 위한 광명성애병원노조 결단식'에서 노조 간부들의 삭발식이 진행되자 이를 지켜보던 조합원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6월 29일 '2004 투쟁 승리를 위한 광명성애병원노조 결단식'에서 노조 간부들의 삭발식이 진행되자 이를 지켜보던 조합원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130명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광명성애병원의 경우 성실 교섭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병원측은 파업을 먼저 풀 것을 요구하며 '선복귀 후협상'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병원 측이 지난달 15일 조합원 16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함으로써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5일 광명지역경실련, 경인운수노조, 공무원노조, 만남의 집, YMCA, 여성의전화. KNCC, 전교조, 건설노조, 경기도상용직노조 등은 '광명성애병원정상화와시민의의료권확보를위한시민행동'을 결성하는 등 광명성애병원의 파업 사태가 이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산별교섭 합의안을 수용할 것과 ▲조합원들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및 징계 철회 ▲조합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중단 ▲인력 충원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포함하고 있는 지난해 타결된 단체협약 이행 등을 병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30여일간 장기파업을 벌였던 광명성애병원 유미라 노조위원장이 삭발식에 앞서 복받치는 설움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 있다
지난해에도 30여일간 장기파업을 벌였던 광명성애병원 유미라 노조위원장이 삭발식에 앞서 복받치는 설움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유미라 노조 위원장은 6일 "병원 측에선 본교섭을 뒤로 미룬 채 실무교섭만을 고집하면서 '선복귀 후교섭' 카드를 거듭 내세우고 있어 교섭에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하고 "교섭 해태에 대한 외부의 압박에 못 이겨 오늘에서야 본교섭에 나오겠다고 한다. 노조에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밤샘 교섭 등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 측 관계자는 "6월 10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로비 점거 농성과 천막 농성을 계속하고 있어 병원의 정상적인 진료 행위가 방해를 받고 있다"며 "노조에서 천막 농성과 로비 농성을 풀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 병원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늘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인 노사간 본교섭에서도 병원 측이 '선복귀 후협상'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여 타결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공공의료 외면하는 서울대병원은 숙박업소?

서울대병원노조 조합원 900여명도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현재 42.8%인 다인병실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며 4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또 ▲비정규직 정규직화 ▲온전한 주5일제 실시 ▲인력 충원 ▲주말 병실료 인하 ▲단기병상제 및 선택진료제(특진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병원 2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기병상제는 2주일 이상 입원하게 되는 환자들에게 병실료가 싼 6인용 병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병원이 본업과는 무관하게 '방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는 제도다. 2003년 6월 보건의료노조 자료에 따르면 입원 환자가 2개월 동안 2인실(하루 11만1916원)에 입원할 경우 6인실(하루 8916원)에 비해 628만여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매년 300억원이 넘는 국고 지원을 받는 국가중앙병원, 서울대병원이 환자를 상대로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의료의 공공성 확충을 주장하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경영 악화를 이유로 귀를 막고 있는 서울대병원은 이미 공공병원으로서의 본모습을 잃어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병원 측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EMR)화 사업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전자의무기록화 사업에 대해 노조는 환자들의 질병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함으로써 심각한 인권 침해와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 등 교육계의 네이스(NEIS) 문제와 그 본질에 있어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립대병원 노동자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과천 노동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병원파업사태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립대병원 노동자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과천 노동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병원파업사태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그러나 병원 측은 "산별교섭에 참여한 모든 병원이 합의 결과를 받아들여 파업을 중지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하였으나 서울대병원 노동조합만이 합의 내용을 전면 부정하면서 불법 파업을 벌이고 있다"며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파업을 계속한다면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법적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노조측을 몰아세우고 있다. 병원측은 또 의료의 공공성 강화라는 노조측의 핵심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실리를 찾기 위한 허울에 불과한 것이라며 파업 중단과 업무 복귀를 종용하고 있다.

성상철 병원장은 지난 1일 병원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노동조합에서는 산별교섭에서 이미 합의한 내용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의료공공성 강화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파업의 명분으로 의료공공성 강화를 내세우면서도 토요일 외래진료 완전 휴진 등 오히려 환자의 진료권을 외면하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이밖에 진주 경상대병원노조도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인력 충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재파업 이후 8일째 파업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전국 60여개 병원 노사교섭 진통... 주5일제와 비정규직 문제가 최대 쟁점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산별교섭 타결 이후 6일 현재까지 지부교섭을 통해 노사가 잠정합의에 이른 병원은 경북대병원, 고려대의료원, 백병원, 서울아산병원, 적십자병원(19개), 제주대병원, 조선대병원, 지방공사의료원(27개) 등 50여개이다. 하지만 서울대와 한양대 등 전통적으로 노조의 힘이 센 주요 국·사립대병원 노사 양측은 여전히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지부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60여개 병원에서는 ▲주5일제 시행에 따른 필요인력 확보와 근무형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차별철폐 ▲토요 외래진료 축소 ▲무노동무임금 철회 등이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별교섭 잠정합의에 이어 지부교섭도 원만하게 타결되어 산별교섭 원년에 새로운 노사 관계가 구축되기를 희망하며 병원 측에 매일교섭, 밤샘 마라톤 교섭을 제안한다"고 밝히고 "10일까지 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14일 오전 7시를 기해 미타결 지부를 중심으로 2차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