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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국회도서관 지하 회의실에서 열린 '칼 858기 사건 진상규명 토론회' 모습
1일 오후 국회도서관 지하 회의실에서 열린 '칼 858기 사건 진상규명 토론회' 모습 ⓒ 여의도통신
저자는 대학 졸업 후 남북 및 남남 갈등을 다룬 작품 <연어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비롯해 주로 사회성 짙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올 1월부터는 '칼 858기 사건 진상규명시민대책위'에 합류하면서 시민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국정원에 대해 "과거 수사발표와 김현희의 진술만을 떠받들지 말고 정말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으로 칼 858기 사건을 봐주길 바란다"고 주문하고, 김현희에 대해서도 "더 늦기 전에 국민들 앞에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새로운 선택을 하길 진심으로 충고한다"고 밝혔다.

1일 오후 국회도서관 지하 소회의실에서 열린 '칼 858기 사건 진상규명 토론회'가 끝난 다음 국회 본관에서 신동진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신동진 해피닥스 프로덕션 대표
다큐멘터리 감독 신동진 해피닥스 프로덕션 대표 ⓒ 여의도통신
- 특별히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있나.
"칼 858기 실종사건과 관련한 자료들과 제기된 각종 의혹들의 대부분 심층적인 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단편적인 모습으로만 세상에 알려졌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한데 모아 관점을 갖고 정리해서 집대성할 필요가 있었다.

서현후씨의 소설 <배후>는 여론의 주목을 받기는 했으나 사건의 성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한계가 있었고, 노다 미네오의 <파괴공작>은 그 내용상 접근이 만만치 않아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기엔 다소 어려웠다.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면서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즉 상식적인 관점에서 읽어나가면 될 서술구조를 가진 책의 출간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일을 국내에서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더 솔직히 말하면 1987년 11월 29일 칼 858기 실종사건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17년의 세월을 눈물로 보내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 자료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언제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2001년부터 이 사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본격적인 취재와 자료 수집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연말부터다. 자료 수집은 주로 카인즈(뉴스 검색 사이트)에 의존하고 있어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수집한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보니 책을 써야겠다는 충동이 들었다. 결심을 한 것은 올 3월이다. 시기적으로도 이 문제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내용을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크게 세 가지 부분의 의혹에 포커스를 맞춰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 실종 미스터리, 범인 미스터리, 수사 미스터리가 그것이다. 가장 원천적인 것은 물론 실종 미스터리다. 비행기가 사라졌는데도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현희라는 가공의 범인이 딱 나타나니까 그런 거다. 당시 안기부의 수사는 처음부터 잘못된 짜맞추기식 수사였다. 실종, 범인, 수사 이 세 가지의 미스터리를 들여다보면 공작 시나리오의 흔적들이 보인다.

이 책을 쓰는 과정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각종 자료들 속에서 의미 있는 자료들인 보물을 찾아내서 구슬을 꿰듯 그것들을 연결시키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런 나의 작업으로 '칼 858기 사건은 너무 복잡해서 엄두가 안나'라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 858기 실종사건의 진실규명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특별법을 만들거나 자발적인 재조사를 촉발시키고, 그런 재조사에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데 의미가 있다. 결국 완결판을 위한 준비판이라고 보면 된다."

- 칼 858기 실종사건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배후가 있다면 미국이 개입되었다고 보나.
"안기부의 수사발표는 무너졌다. 한마디로 거짓말이고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A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럼 B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추론만 있을 뿐 진실이 드러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은폐 조작을 통한 자작극이라는 심증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누가 가장 이득을 챙기고 은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가를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남한 정부밖에 없다. 안기부가 단독으로 대국민 사기극에 가담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군사독재시절이던 당시의 힘의 역학 관계나 정보 수집 능력으로 미루어 미국의 정보기관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 그동안 현장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해 왔는데 어떻게 칼 858기 대책위에 들어가게 됐나.
"단순히 의혹을 터뜨리기만 하는 것은 안기부에 우리가 이런 의혹을 갖고 있다는 정보만 미리 알려주는 꼴이다. 안기부의 대응이 있을 경우를 먼저 대비하고 준비한 다음 의혹을 제기하자는 의도에서 대책위쪽으로 들어갔고 지금은 사무국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 넘게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일하면서 얻은 나만의 정보를 갖고 있는 것보다 여러 사람과의 정보 교류를 통해 진상규명에 힘을 모으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3년 전부터 만들고 있는 칼 858기 실종사건 다큐멘터리 또한 개인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고 위험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대책위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 지난달 30일 노다 미네오씨가 인천공항에서 입국 거부됐고, 소설 <배후>의 작가 서현우씨 또한 국정원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됨으로써 국정원에서 연락이 오지 않겠나.
"(웃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라기로는 국정원에서 더 세게 걸어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이 사건이 또 다시 세상에 알려지고 여론화되면서 국민적인 관심을 끌 수 있지 않겠나. 국정원에서는 아마 그것마저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의혹으로 둘러싸인 사건을 추론한다는 것이 위험하다. 그럼에도 추론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의혹의 실체를 드러내고 사건의 본질을 분명하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의혹에 대해 적나라하게 까발리기로 작정하고 쓴 책이지만 추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팩트(사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국정원에서도 투철한 반공의식 때문에 무조건 '아니다'라고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국정원은 김현희가 한 말은 무조건 옳고, 설사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해도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고 강변해왔다. 이제 국정원도 상식적인 관점을 가져야 하고 또 그렇게 변해야 한다."

신동진 대표는...

1966년 서울에서 나서 1993년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일하고 있으며, 다큐멘터리 제작사 <해피닥스(HappyDocs) 프로덕션> 대표. 작품으로는 <고백>(2000, 포르투갈 국영방송 방영), <동강 내셔널 트러스트 1년의 기록>(2001), <연어를 기다리는 사람들>(2002, 일본 NHK BS2 방영), <잊혀진 지도자, 몽양 여운형>(2003) 등 다수.

현재 언론인권센터 미디어영상위원장, 시민방송(RTV) 시청자위원, 칼 858기 가족회 사무국장, 칼 858기 실종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석희열
- 외부의 힘에 의한 김현희의 실종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가 김현희의 살해 위험 경고가 나올 정도로 급박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새롭게 천인공노할 공작을 꾸미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는 안기부(현 국정원)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다. 이들에 의한 테러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사적 테러를 막는 장치가 국정원에 의해 작동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공적 조직이 움직인다면 김현희를 보호하는 쪽으로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

-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정치권이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 정치권이 움직이려면 먼저 국민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언론이 이 사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여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언론 종사자들에게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편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서 입국 거부당됐던 일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씨는 1일 칼 858기 대책위 앞으로 보낸 메시지에서 "입국 거부를 지시한 국가정보원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끼며, 자의적 위법 조치를 즉각 해제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히고 "진실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끈기있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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