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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희생자위령제가 열린 산내 암매장지 현장.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교회건물.
ⓒ 심규상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일명‘대전 산내 학살 사건’의 희생자 위령제가 암매장 인근에 위치한 교회측과의 갈등으로 대전역 광장으로 변경해 열릴 예정이다.

‘대전 산내학살 희생자 위령제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는 오는 4일 오전 10시에 열기로 한 제 5차 대전 산내 희생자 위령제 개최장소를 당초 제 1 암매장지 부근에서 대전역 광장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변경이유와 관련 “몇 년 전 암매장지 부근을 매입한 교회 측이 주일예배에 방해가 된다며 진입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혀 부득이 장소를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회 측과 예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기로 약속했으나 받아 들여 지지 않았다”며 “현장 암매장지에서 위령제를 하는 것이 최선이나 전국에 있는 유가족을 모셔놓고 마찰을 빚을 수 없어 변경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해당 교회 김아무개 목사는 지난 달 28일 대전 동구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교회 측과 전혀 상의 없이 예배시간에 날을 잡은 저의를 알고 싶다”며 “교회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교회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대가를 지불하기로 다짐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이어 “일방적으로 교회예배시간에 맞춰 사유재산임을 무시하고 무단 침입해 행사까지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주일 오전 예배 때가 아니면 우리도 도와야 함을 깨닫고 있지만 그날(주일 예배일)은 어느 누구도 발을 디딜 수 없을 뿐더러 행사는 더 더욱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해 산내 암매장지 부근에서 열린 네번째 희생자 위령제
ⓒ 심규상
이에 대해 한국전쟁 당시 산내에서 형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유족회 성보경 씨는 “암매장지 한복판에 불법건축물을 지어 사용하는 것 자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에 예배를 이유로 위령제를 막겠다는 발상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성 씨는 “교회측이 제주도를 비롯 전국 각지에서 유가족들이 참여해야 하는 특성상 일요일 오전 행사가 불가피한 점을 잘 알면서도 예배를 이유로 행사장 출입을 막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준비위원회는 교회 측과 더 이상 협의가 불가하다는 판단아래 이날 장소를 변경하고 전국 관련단체와 유가족들에게 장소변경에 따른 긴급 우편물을 발송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이날 위령제에는 대전충남인근 희생자 유가족 및 제주 4.3관련 대전 유가족, 여수 순천지역 유가족 등 5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산내학살 현장은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제주 4.3 관련자 등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대전충남 지역 보도연맹 관련 민간인 등 최소 3000여명에서 최대 7000여명이 집단학살 후 암매장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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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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