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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2시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1일 오후 2시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누군가는 이라크 파병으로 우리가 얻게될 경제적 이익을 이야기합니다. 이라크 유전과 전후 복구사업으로 얻게 될 이득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며 들을 수 있는 가장 역겨운 이야길 것입니다.

이라크의 철없는 어린아이들마저 무차별 폭격에 죽어가고있는 마당에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군대를 파병하자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외쳐댑니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자들에겐 거짓 명분조차 거추장스러워 보입니다." (이라크 파병반대를 위한 영화인 성명서 중)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행렬에 문화·예술인들이 잇따라 동참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송인 신성우씨가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벌였고 오늘(1일) 오전 10시에는 방송인 권해효씨가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홍대 앞 클럽에서 이은미, 봄·여름·가을·겨울, 조PD, 김진표, 싸이 등 20여명의 대중음악가들이 모여 '반전'을 외쳤다. 이날 모인 음악인들 대부분은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를 주장했다. 또 민중가수 손병휘씨, 노래패 우리나라 등은 지속적으로 촛불집회에 나와 '음악으로 전하는 반전'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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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일) 오후 2시 영화인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추가 파병 절대 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단 이틀만에 605명의 영화인들이 '이라크 파병반대 영화인선언 명단'에 서명을 했다.

서명에 동참한 영화인은 <올드보이> 박찬욱·<아라한장풍대작전> 류승완·<미인> 여균동·<와이키키브라더스> 임순례·<시월애> 이현승 감독 등이고, 배우로는 김혜수·문소리·박해일·안성기·오지혜·이미연·이병헌·장미희·전도연·정우성·정찬·지진희·최민식·추상미씨 등이다. 이밖에 명단에는 심재명 명필름 대표,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 씨 등 제작자와 작가, 교수, 평론가, 스탭들이 총망라 돼 있다.

광화문 교보빌딩 앞 파병반대 농성장 앞에서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찬욱 감독, 임순례 감독, 오기민 대표, 황철민 독립영화 감독 등 20여명의 영화인들이 참가했다.

이틀만에 영화인들 605명 서명

이날 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김광수 청년필름 대표는 "우리나라 헌법에는 침략전쟁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내부에서조차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 오늘 영국은 여론에 의해 추가파병을 백지화하기로 했다"며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파병을 당연시하고 있는데 이는 또 다른 국민이 이라크에서 죽을 수 있고 더 나가 서울 한복판에서 9·11 테러와 같은 무서운 일까지도 가능케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꼭 파병을 하겠다면 국방부장관에게 소총을 쥐어 이라크로 보내라"며 기자회견 성명서를 낭독하기 시작한 이현승 감독은 "온갖 혐오스런 방법을 동원하여 조직적인 고문과 강간을 자행한 미군에게 이라크인은 인간이 아니었다"며 "갖은 역겨운 방법으로 이라크인을 조롱하고 무참히 살해한 미군 역시 더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인들은 "북핵 문제 때문에 파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명백히 국민에 대한 공공연한 협박"이라고 규정한 뒤 "파병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벼랑에 몰린 미국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한반도에서의 미국에 의한 무력사용의 가능성을 배제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이라크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한미간의 더러운 거래를 의미하는 것이고, 파병을 안하면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고조된다는 대국민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인들은 파병을 반대하다 찬성으로 돌아선 국회의원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영화인들은 "그들은 마치 구국의 결단을 위해 자신의 양심을 배반한 듯한, 그래서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연출한다, 마치 국민에게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이 있는 듯한 뉘앙스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침략전쟁에 군대를 파병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 숨겨야 할 비밀은 없다"고 외쳤다.

끝으로 영화인들은 "고 김선일씨의 죽음은 우선적으로 미국과 우리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파병 결정을 막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죽어가는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25일 홍대 앞 20개 클럽에서 동시에 열린 '반전' 콘서트에서 김진표(왼쪽)씨와 이은미씨가 공연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홍대 앞 20개 클럽에서 동시에 열린 '반전' 콘서트에서 김진표(왼쪽)씨와 이은미씨가 공연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호중
"문화·예술인들의 참여, 분위기 확산 결정적인 요인"

29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가진 방송인 신성우씨.
29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가진 방송인 신성우씨.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영화인들에 앞서 이라크 파병반대를 주장했던 문화·예술인들은 목소리의 톤과 형식은 달랐지만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동참해선 안된다'는 마음은 같았다.

"고 김선일씨의 죽음을 목격한 뒤 우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는 신성우씨는 "내 행동이 파병철회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나도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여기 나왔으니 이런 뜻이 모아져 굳건해지면 나라를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홍대 앞 20개 클럽에서 열린 '노 모 워!'(No more war!) 콘서트 전쟁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의 음악과 춤으로 말하는 시위였다. 이날 행사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전태관씨는 "고 김선일씨 사태를 보며 진정한 평화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추가파병 문제는 음악가로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솔직히 모든 분쟁에 말려드는 것이 싫다"고 파병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문화·예술인들의 반응에 대해 박석운 이라크파병 비상국민행동 공동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파병 반대운동에 문화·예술인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범 국민적으로 분위기가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오는 주말(3일) 촛불집회를 문화제 형식으로 하고 사회부터 내용까지 문화·예술인들이 대규모로 등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종렬 국민행동 상임대표는 1일 영화인들의 기자회견에 나와 "이렇게 영화인들이 파병반대 운동에 동참해 말할 수 없이 고맙고 반갑다"며 "영화는 우리 생활이다, 영화인들의 참여는 많은 이들의 생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인 권해효씨는 "예술인들의 참여를 통해 우리나라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며 "아마 직접 나서지는 못해도 대다수 예술인들도 '추악한 전쟁'에 반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왜 뜻이 바뀌었는지 말해주시오"
파병반대 기자회견에서 만난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 영화인 '이라크파병 반대 기자회견' 함께 한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강이종행
1일 영화인들의 기자회견 현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당연히 <올드보이>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파병철회 뿐 아니라 현재 이라크에 있는 서희-제마 부대까지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졌는데 왜 그랬는지 무척 궁금하다, 만약 국민이 알지 못하는 고급 정보가 있다면 하루 빨리 밝혀야 할 것"이라며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지키기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 사안은 국민 전체를 위한 권리 찾기라고 생각한다"며 "파병문제도 국민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들은 한번 결정했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어떤 국익보다 우선인 것이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국회의원들을 향해 말했다.

또 박 감독은 파병 찬성자들에게 "김선일씨가 피살된 뒤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결과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이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본질적인 부분을 떠올린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이 정권과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제 국민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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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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