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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책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 작은씨앗
그저 만화를 좋아하는 소녀였던 일본 여자 요코. 그녀는 한국 남자와 결혼해 이 땅에 와서 살면서 느낀 것들을 만화로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만화가 일본어 학습 사이트에 연재되면서 많은 팬들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녀의 만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우선 만화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녀의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간단하다. 하지만 귀엽고 재미있다. 그 재미는 바로 솔직함에서 나온다.

그녀가 그린 만화는 한국에서 겪은 온갖 문화 충격들이 비판적이지도, 과장되지도 않게 표현했다. 그래서 독자들의 마음에 가볍고도 의미있게 와 닿는다. 한국에서 버스를 타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스릴이 넘쳐 무섭다는 이야기, 한국 음식이 처음엔 너무 매웠는데 먹다 보니 맛있게 먹게 된 일 등 웃음을 자아내는 일들이 많다.

만화와 함께 곁들어진 그녀의 좌충우돌 한국 체험기는 일본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한 사람이 한국에 오면서 느낀 문화적 충격에 대한 고백이다. 비록 그것들이 부정적인 것이기도 하고 또 기분 나쁜 경험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 일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한국에 오고 나서 자주 파워 넘치는 아주머니들에게 놀랐다. 일본 아주머니도 비슷하긴 한데, 강력함에 있어서는 한국 아주머니를 따라 오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어디에서건 사람을 밀어제치고 돌진하는 모습에 화가 나서, "그렇게 바쁘게, 서둘러 살아서 무엇하느냐"고 여쭤보고 싶을 때도 있었다.

붙임성이 있고 솔직하며, 마음 따뜻한 분이 많다는 아주머니에 대한 또 하나의 모습을 알게 된 것은 한국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후였다. 일단 친하게 되면, 외국에 시집 온 나한테 가족처럼 잘해 주시는 아주머니들이 많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 정도면 저자는 한국에 대한 애증이 마음 속에 담겨 있는 듯하다. 그리하여 자신을 밀치고 무안하게 만드는 한국 아줌마들에 대해 미워하면서도, 또 따뜻하게 챙겨주고 이야기 나눠주는 아줌마들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른들 앞에서 술 마실 때 고개를 돌리는 한국 관습에 익숙해져서 일본인의 모임에서 그 습관대로 행동하다가 일본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 한국 버스에서는 내리기 전에 먼저 일어나 있어야 하는데 일본에서도 그렇게 했다가 "위험하다"고 운전사에게 혼난 이야기 등 일본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많다.

저자의 글들이 독자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이와 같은 커다란 문화적 차이를 '다름'으로 인식하고 그 다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있다. 한국 시장에서 아줌마들이 머리에 짐을 이고 가는 모습을 보고, 짐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한 요코. 그녀를 보면 그 순진함과 귀여움에 웃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시장은 굉장하다. 일본에도 시장이 있긴 하지만, 이런 큰 시장에 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 에너지에 압도됐다. 한밤중에도 밝고 번화하고 전국에서 모인 물건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파워랑 파워가 부딪히고, 포장마차의 음식이나 한약재나 옷 등 온갖 물건의 냄새가 섞여서, 시장 전체가 뭔가 커다란 생명체인 것 같다. 불야성이란 이름도 잘 어울린다. 아주 큰짐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걸어 다니는 할머니들도 정말 대단하시다."

책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중에서
책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중에서 ⓒ 작은씨앗
한국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될 때가 언제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간장 게장을 먹고 있을 때다!" 라고 말하고, 매운 음식을 갑작스레 많이 먹다보니 소화 기관에서 혁명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우리 음식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드러나는 내용들이다.

처음엔 놀랐던 그녀의 혀와 위도 얼마 지나서는 '매운 맛 속에 숨어 있는 풍부한 맛'을 알게 되었다고 하니, 이쯤이면 그녀도 한국 사람 못지 않다. 하지만 3년이 넘어도 아직 못 먹는 것이 있다. 바로 너무 매운 낙지 볶음. 처음 먹었을 때는 혀가 아파서 저린 감각밖에 없었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매운 것에 길들여져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고, 최근 들어서는 한국인과 일본인 커플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 한국에 사는 일본인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해 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양국의 관계는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문화를 배우며 이해의 장을 넓혀갈 때,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우리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가 일본을 너그러이 용서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 화합과 협력의 자세를 갖출 수 있는 날을 꿈꾸어 본다.

물론 그 길이 어려울 지라도 막연한 믿음을 가져 보는 것이다. 요코가 한국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듯이, 다른 일본인들이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들 또한 일본을 좋아할 수 있는 날을 말이다.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첫 번째 이야기 (보급판 문고본) - 한국에서 본 낯선 풍경

타가미 요코 지음, 작은씨앗(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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