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5일 대전 YMCA 강당에서 열린 임영신씨 강연회
지난 25일 대전 YMCA 강당에서 열린 임영신씨 강연회 ⓒ 권윤영
"나는 이 전쟁을 이라크인의 눈으로 기록하고 전하고 싶다. 기존 전쟁관련 보도는 폭격 이후 몇 명이 죽었고, 몇 명이 부상당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실상은 평화라는 미명 아래 너무도 많은 이라크 인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오후 4시, 대전 YMCA 주최로 평화운동가 임영신씨의 강연이 열렸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평화강연은 대전 YMCA가 연중기획으로 마련한 '함께평화'의 일환으로 실시됐으며,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끝내 피살된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임씨는 지난해 한국이라크 반전평화팀으로 이라크에 입국한 후 3월 전쟁반대 비폭력직접행동, 4월 긴급구호, 11월 점령범죄 조사활동을 벌인 평화운동가. 지난 3월부터는 이라크평화네트워크에서 점령감시운동 및 파병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오는 26일 이라크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김선일씨 피살 후 취소됐다.

임씨는 이 날 강연에서 "지난해에 이라크를 다녀온 후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왜 갔냐는 것이다. 평화공부모임을 하던 나는 바그다드에서 10만 명이 전쟁을 막기 위해 모인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렇게 10만 명이 모이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며 "거창한 목표가 있었다기보다는 내가 10만 명 중의 한명이 되고 싶었지만 막상 현지에 가보니 만 명이 채 모이지 않았다"고 이라크 현지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임씨는 자신이 평화운동을 하게 된 계기와 의미 등을 밝히고 이라크에서 본 실상들을 생생히 전했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지난해 직접 목격한 이라크에서 자행되는 비극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이 날 강연에는 청소년, 기업인, 시민단체 등 60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강연은 참가자들의 질의응답으로 끝을 맺었다.

다음은 임영신씨의 주요 강연내용

그녀는 강연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녀는 강연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권윤영
지난해 인간방패 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파병을 막기 위해 뛰어다녔다. 때로는 "당신이 무슨 수로 전쟁과 파병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솔직히 나는 힘이 없기에 전쟁과 파병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부모들에게 "한국군을 베트남전에 파견할 때 무엇을 했느냐"고 내가 물었듯이 우리 아이가 커서 "그때 엄마는 무엇을 했느냐"라고 물으면 대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하고 싶다.

내가 이라크에서 했던 활동은 희생자의 증언을 담는 일이다. 평화운동가 한 명 한 명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이 역사의 심판대 위에서 진실을 밝히는 일일 것이다. 만약 한국군이 파견되면 한국군에 의해 피해 받는 이라크인의 증언을 담고 싶다.

지난해 3개월간 이라크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테러리스트나 무장 저항세력이 아니다. 팔루자에서 너무 많은 자국민이 죽어가는 것에 분노해 총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총을 들기 전까지 전기 착한 아들이거나 집안의 가장이었다.

이라크에서 ‘팔루자 저항세력 열 명을 색출했다’라는 미군의 기사를 접하곤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수백 명의 이라크인이 죽어가고 있다. 미군은 한밤중 폭격으로 이라크인 집에 들어가 모든 물건을 부수고 남자란 남자는 다 잡아갔다. 영장이나 증거도 없었다. 2만 5000명이 그렇게 한밤중에 잡혀 들어간 것이다.

미군의 민간인 사상은 1000명이 넘었지만 보상을 받은 자는 25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2500불로 한국 돈 300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 받기 위해서는 목격자와 증거를 대야 하고 다시는 법적으로 미군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해야 한다. 그것도 모든 절차를 영어로 말이다. 여러분이라면 할 수 있겠는가.

미군이 민간인을 죽이는 모습을 본 이라크인들이 화가 나서 돌을 던지면서 싸우기 시작했고 미군은 총기로 공격해 사상자를 냈다. 그리고 다음 날 미군들은 이런 내용의 전단을 배포한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을 뿐이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어제 사건은 테러집단에 의한 사건으로 우린 이것을 응징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할 것이다.'

그날 총격을 입은 이라크인들은 치료를 받으러 가지도 못한다. 치료와 배상을 받으면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이고 의사의 치료를 받은 후에는 감옥에 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라면 저항하지 않겠는가. 우리라면 가만히 있겠는가. 난 결코 저항세력이나 테러리스트를 옹호하는 사람은 아니다.

ⓒ 권윤영
우리는 언론에 의해 팔루자 시체 훼손사건만 보고 김선일씨가 알 자카르위에 의해 사살된 사건만 접한다. 대신 이라크인이 어떻게 죽는지, 한 어머니가 자식의 시체를 찾으러 다니는 모습이나 감옥 앞에 줄을 서서 우리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 생사만 알려달라는 그들의 외침을 듣지 못한다. 이것을 통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게 바로 지난 1년간 이라크 인들의 삶이다.

난 생애 처음으로 많은 시체들과 죽은 아이 옆에서 우는 엄마, 팔 다리 없는 사람, 죽어가는 아이들을 봤다. 내가 이라크에서 솔직히 뭘 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에서 파병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평화활동가들이 이라크로 가고 있다.

이는 고통을 나누기 위함이다. 이라크인과 똑같이 먹고 생활하며 일상을 보내고 그것을 기록해 세상에 알린다. 또한 평화의 증언을 위함이다. 13만 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는 곳에서 힘의 싸움으로 다가갈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싸움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다. 설령 13만 명 대 한명이라고 해도 한 사람의 증언이 효력이 있다고 믿는다. 생생한 증언과 기록이 역사의 심판대 위에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지금 내가 평화운동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평화운동을 하면 군인보다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군인 대신 3600명의 시민이 이라크로 가 고통을 함께 나눈다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위해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인간방패가 되라거나 희생자가 되라는 거창한 얘기는 아니다. 다만, 배낭여행 대신 평화여행을 가는 건 어떨까. 미국, 유럽 대신 고통을 받는 지역을 찾는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미국인 평화활동가들은 현재 평화여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나도 내년부터 평화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꼭 이라크가 아니라 캄보디아나 미얀마도 좋다. 고통 받는 곳에서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과 함께 웃으면서 평화의 물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작지만 평화를 위해 결단하고 실천하면 그것의 희망이 될 것이다. 이라크에 가고 가지 않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평화를 위한 실천이 중요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