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애란 서울대병원 지부장이 삭발을 하고 있다. 그는 산별기본협약 제10조 2항을 무력화하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애란 서울대병원 지부장이 삭발을 하고 있다. 그는 산별기본협약 제10조 2항을 무력화하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 박신용철
"산별협약 무기로 단체협약 회피하는 병원장을 규탄한다."
"서울대병원측이 산별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서울대병원 노조는 억압당하고 있습니다."


19일째 총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28일 오전 서울대병원 본관 2층 로비에는 2400여명의 전 조합원들이 운집해 있었다. 김애란 서울대지부장은 사측이 '산별기본협약' 제10조 2항을 이유로 기본협약보다 더 개악된 교섭안을 내놓았다고 비난했다.

김 지부장은 "서울대병원 파업투쟁은 보건의료노조를 넘어 민주노총 전체의 갈 길을 열어내는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숙 보건의료노조 조직2부장은 "주말 실무교섭에서 별 성과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서울대병원 노사 양측은 지난 26일 오후 교섭을 통해 주말 실무교섭과 이를 바탕으로 28일 오후 3시 단체교섭을 통해 일괄타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조진원 비정규직센터 소장은 "이번 산별교섭은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맺어진 것이었다"며 "병원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묶어 직권중재 대상으로 삼고 있어 파업을 하면 불법으로 몰아 공정치 못한 협약을 맺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산별협약은 지부교섭을 통해 보강,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보충협약을 배제하는 산별교섭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차례 "지극히 정당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류민희 '다함께' 활동가는 "산별투쟁의 중요성은 병원노동자 요구를 더 잘 쟁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산별투쟁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면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데도 투쟁을 멈추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19일째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주말 실무교섭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19일째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주말 실무교섭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 박신용철
서울대병원 지부의 한 관계자는 "주말 교섭을 했지만 사측은 핵심사항을 빗겨 가는 행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주말교섭을 통해 일괄타결하자는 데 합의했던 병원측이 교섭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근거는 지난 23일 산별 교섭을 통해 합의한 '산별기본협약 제10조 2항' 때문이다.

'단 임금, 노동시간 단축, 근로시간 단축, 연월차 휴가 및 연차수당, 생리 휴가는 지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효력을 가지며, 동 협약 시행과 동시에 지부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을 개정한다.' -산별기본협약 제10조 2항(협약의 효력)

노사 양측은 실무교섭에서 ▲단기병상제 폐지 ▲ 병실료 인하 ▲인력 확충을 통한 주5일제 실시 ▲정규직 인력 도입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쟁점사안을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산별잠정협의안을 준수한 것이라고 했고 노조는 "의료공공성 강화 등에 배치된다"고 맞서고 있다.

김 지부장이 삭발을 하자 조합원들이 만류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 지부장이 삭발을 하자 조합원들이 만류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박신용철
김애란 서울대병원 지부장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안 되는 것처럼 올해 산별합의 역시 잘못된 원칙이 정해지면 다시 돌이키기에는 더 큰 희생과 투쟁이 뒤따를 것이 자명하다"면서 "이번 산별교섭 노사합의안이 지부 단체협약을 제한하거나 끌어내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이 문제(산별기본협약)를 넘어가지 못한다면 이것은 분명 노사관행으로 굳어져 버려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부교섭과 이후 병원노동자의 투쟁에 또 하나의 족쇄가 되고 있는 산별기본협약 제10장 2항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무력화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 단체교섭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기 위해 삭발투쟁을 진행했다. 대부분 여성노동자인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은 "하지 마세요"라며 만류했지만 조합원들의 눈물 속에서 삭발식은 진행되었다.

김 지부장은 "노동자는 눈물과 분노를 딛고 투쟁으로 승화시켜야만 물거품이 되지 않는다"면서 "단체협상에서 병원측이 노조를 무시하고 외면한다면 앞으로 강도 높은 투쟁으로 병원을 굴복시킬 것"이라고 결의했다. 민주노총도 29일 서울대병원에서 '노동자대회'를 개최해 힘을 더할 계획이다.

관련
기사
국립대병원 지부교섭 다음주 최대 고비될 듯


"병원측은 의료공공성 강화에 적극 나서야"
서울대병원 공대위, 파업지지 기자회견

28일 민주노총·보건의료단체연합·노동건강연대·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공병원으로서의 서울대병원 제자리찾기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서울대병원 공대위)'도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대병원 공대위는 ▲병실료 인하, 다인용병실 기준 준수 등 의료공공성 강화 ▲적정의료제공을 위한 온전한 주5일제 실시 ▲노조와 시민단체 협의 통한 질병정보전산화(EMR) 도입 및 EPR 중단 ▲노조와의 성실교섭 등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서울대병원은 대표적인 국립병원으로 다른 모든 의료기관에 대한 표준적이고 모범이 되는 진료를 행할 의무가 있다"면서 "그런데도 다른 병원에 모범이 되는 진료를 하기는커녕 사립병원보다도 더 지나친 영리추구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보건의료노조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매년 평균 300억원이 넘는 국고지원을 받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 기준으로 별도 병실료를 받지 못하는 6인실 이상의 병상은 법적으로 50% 이상 되어야 하는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전체 1404 병상 중 42.8%인 601 병상으로 전체 10개 국립대병원 중 최하의 비율이고 일부 사립대병원 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립대병원 대비 6인실 이하 병실료가 매우 고가이며 사립대병원보다 높은 비율이라고 한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2주일 이상의 입원환자의 경우 6인용 병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단기병상제(2주 이하의 입원환자만 이용 가능)'를 실시하고 있어 환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높은 병실료를 부담 지우고 있고 선택진료에 의한 수익에 따라 의사의 월급을 차등화하는 '선택진료제'를 시행, 애초 환자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분과 달리 환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현정희 서울대병원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서울대병원은 내적으로는 인력충원이 없어 병원노동자들을 골병들게 하고 밖으로는 국가 중앙병원으로서 공공병원의 역할을 하지 못해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서울대병원 파업은 표준 진료, 표준인력으로 건강하게 일하고 환자는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해 없는 사람도 찾을 수 있는 공공의 역할을 하도록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신용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