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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슈조선중고급학교 학생들의 무용
ⓒ 장원재
제9회 우리민족포럼이 '리멤버 스피릿(Remember Spirit)'이라는 주제로 27일 일본 후쿠오카시 아크로스 후쿠오카빌딩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우리민족포럼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산하 재일본조선청년상공회에서 여는 연례 행사로 재일동포들의 현안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상공회가 설립된 다음해인 1996년, 훗카이도를 시작으로 히로시마, 오사카 등에서 열린 바 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에서 전대협 동우회 회원 30여 명과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 <오나라>를 부른 가수 이안씨가 참가해 한민족 축제로서의 의의를 더했다.

행사는 규슈조선중고급학교 학생들의 무용 <희망은 가방속에>로 막을 열었다.

▲ 패널들의 토론
ⓒ 장원재
규슈청년상공회 조일남 회장은 개막사를 통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방 후 열악한 상황에서 규슈조고를 세운 1세대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리멤버 스피릿-기적을 일으킨 창조자들>이 약 45분 동안 상영됐다.

포럼에서는 '재일교포의 무한한 가능성은 있는가'라는 주제로 도쿄대 타카하시 테츠야 교수, 재일 연출가 김지석씨, 조선대 리병희 교수,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홍상진 사무국장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간추린 토론 요지다.

▲ 일본 조선대학교 리병희 교수
ⓒ 장원재
리병희 조선대 교수는 "어떤 이들은 식민지 시대를 자꾸 거론하는 것이 재일조선인들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것이 아니냐"며 "지금의 상황을 더 입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조사를 해보면 아직도 조선인들의 대부분은 소규모 업종이나 사양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조선인 70%는 일본인과 대화할 때는 일본 이름을 사용한다. 차별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며 식민지 역사적 경험은 아직도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모순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냉전, 글로벌 시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근본 문제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자존심을 가지고 가능성을 모색할 때,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재일조선인들은 공화국, 한국, 일본과의 협조를 통해 학교를 세우고 민족 정체성을 유지해나가야 한다."

▲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홍상진 사무국장
ⓒ 장원재
다음은 홍상진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 사무국장의 말이다.

"오늘, 한 재일조선인의 유골을 확인하려는 유족들이 도쿄에 온다. 그 재일조선인은 강제징용된 정신적 고통으로 55년간이나 병원에 갇혀 있다가 지난 2000년 사망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한국의 가족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고 지금도 법적인 의무는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강제연행진상조사단에서는 2002년 한국을 방문해 43만여명의 강제징용자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 80여명이 가족의 이름을 확인했다.

1998년에는 조선학교 여학생들의 치마저고리에 대한 폭행 문제를 국제인권회의에서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영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비난이 쏟아졌고, 일본 정부는 부랴부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작년에는 공립대학에서의 조선학교 불인정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재일교포문제는 인권의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 기준과 권고를 인용하며 이 같은 문제들을 계속해서 제기해나가야 한다.

일본인들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 민족학교 문제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지만 돈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1세대들의 증언을 녹취하는 것만이라도 누군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 도쿄대학교 타카하시 교수
ⓒ 장원재
타카하시 도교대 교수는 "앞서 말한 내용을 듣고 있으니 일본인 입장에서 고개가 숙여진다"며 "독일은 전후 나치 정권 하에서 행해진 많은 잘못들에 대해 이웃 국가들에 몇 번이나 사과했고, 프랑스 또한 시라크 대통령이 유태인 문제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다. 이러한 수많은 사과를 통해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유럽은 EU와 같은 공동체를 결성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오히려 반동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서 말했다.

"매스미디어가 교묘하게 국가주의를 선동했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역사수정주의적 태도가 나타났다. 지식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일본 내 이러한 경향은 부시 행정부 이후 나타난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과도 관계가 깊다. 또한 지금 이라크 전쟁에서는 다른 국가를 힘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신식민주의적 사고가 드러나고 있다. 재일교포들과의 문제공유를 통해 이러한 경향을 막는 저항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10월 재일동포들과 <전야>라는 잡지를 창간할 예정이다. 많은 성원을 바란다."

▲ 연출가 김지석씨
ⓒ 장원재
김지석 재일 연출가는 "뮤지컬을 만들면서 여러 1세대 분들을 취재했으며, 그 때 많은 분들이 해방 후 우리가 원한 것은 일본에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학교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여러 가지 차별을 당했다"며 "일본 아저씨가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고 하여 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을 평화롭게 바꾸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은 1부와 2부로 진행됐으며 2부에서는 전대협 동우회 이명곤 부회장이 연단에 올라가기도 했다.

▲ 열창하는 가수 이안씨
ⓒ 장원재
마이크를 잡은 이씨는 "임수경씨를 통일축전에 보냈던 단체"라며 전대협을 소개했다. 이어 "한국과 북조선이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통일을 위해 재일교포들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며 "내년 6·15공동선언 5주년 행사는 일본이나 베를린에서 교포들을 중심으로 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럼 후 가수 이안씨가 두 곡을 열창해 재일교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씨는 앵콜송을 부르러 나온 자리에서 "내가 제일 존경하는 분들은 대통령도 그 누구도 아니다. 타향에서 자식들을 키우며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는 여러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주 없이 즉석에서 <오나라>를 불렀고 강당을 메운 천여 명의 재일교포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끝으로 조일남 회장과 다른 집행위원들이 참여하는 뮤지컬 <리멤버 스피릿-미래를 위하여>를 공연함으로써 우리민족포럼 막을 내렸다.

[인터뷰]조일남 규슈청년상공회 회장

▲ 규슈청년상공회 조일남 회장
- 청년 상공회는 어떤 단체인가
기업을 운영하거나 상업에 종사하는 30-40대 재일교포들의 모임이다. 1995년에 창립됐으며 청년상공인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권익을 보호하고 교포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2000여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 주제를 ‘리멤버 스피릿’으로 잡은 이유는
사실 작년 9월 실행위원회를 꾸린 후 한달 정도 많은 고민을 했다. 잘못된 주제를 택했을 경우 전체 행사가 원래 의도와 어긋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리멤버 스피릿’이라는 주제를 잡은 것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과거의 고난과 희생을 되새기며 미래로 나가자는 의미에서였다. 규슈지역 재일조선인의 환경이 어떻게 조성됐고,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했다.

- 많은 이들이 행사에 참가했는데
그렇다. 솔직히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행사에 참가해서 놀랐다. 처음에는 700명 정도 참가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오늘 행사에 천 명이 넘는 이들이 와줬다. 회원들 330여명과 전대협 동호회분들 30여분이 참가했고, 많은 교포들과 소수지만 일본인들도 참가해 뜻 깊은 자리를 만들어줬다. / 장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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