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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대 분식회계' 괴담이 금융시장에 급속히 퍼지자 금감원은 신속하게 진화에 나섰다.
'9조원대 분식회계' 괴담이 금융시장에 급속히 퍼지자 금감원은 신속하게 진화에 나섰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수조원대에 이르는 모 그룹의 '분식회계' 괴담이 금융업계에 퍼지면서 경제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괴담의 내용은 모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기업 한 곳과 또 다른 금융기관의 대규모 분식회계가 드러났다는 것. 특히 그룹사 지주회사격인 기업의 분식회계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7월 금융대란설'과 '제2의 SK사태' 등 파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일보>는 24일자 신문에서 이 같은 '괴담'을 자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일보>는 이날 '기업 두 곳 분식회계설 횡행'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최근 서울 명동 사채시장을 중심으로 '한 재벌그룹의 지주회사격인 A사가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적발됐는데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는 괴담이 떠돌고 있다"며 "A사의 분식회계 규모가 무려 9조원에 달해 이 사실이 공개될 경우 금융 혼란과 함께 '제2의 SK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괴담의 요지"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괴담은 "이런 사실을 미리 감지한 사채시장 '큰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지난달 증시에서 자금을 긴급 회수했고 그 바람에 증시 폭락사태가 발생했다"는 근거까지 제시하고 있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또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모 금융기관의 분식회계설'도 떠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이에 대해 "(금융기관의 분식회계 소문은) 구체적인 내용 없이 '이 회사 관계자들이 주가를 끌어올려 스톡옵션을 행사할 목적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더라'는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얘기일 뿐인데도 증권가에선 고급 정보로 분류돼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세계일보>는 이 소문에도 "'분식회계 여부가 조만간 판가름날 것'이라는 토씨를 달고 있고 이 때문인지 해당 기업의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는 상태"라는 그럴 듯한 정황까지 보태져 있어 '7월 금융대란설'과 같은 불안감이 급속하게 유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독기관 "사실과 다르다" 신속 진화 나서

이처럼 업계를 떠도는 소문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산되자, 감독기관은 신속한 '진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세계일보> 보도와 관련한 해명자료를 내고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세계일보에서) 9조원대라고 했는데, 9조원 운운 자체는 현재 (금감원이) 감리하고 있는 회사들 규모로 볼 때 전혀 있을 수 없다"며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금감원이 통상적으로 수 십개 회사를 감리하기 때문에, 일정한 비율로 그 중의 몇 개는 (분식회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현재 감리 결과에 따라 몇몇 기업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재벌그룹의 지주회사격 회사'거나 '금융기관'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회사를 감리하고 있는지는 최종 처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거론된 기업들 "우린 절대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과 재계에서는 이들 기업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돌면서 일부 그룹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또 해당 그룹 관계자들은 "우린 절대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10대 그룹의 하나로 이날 이름이 거론된 A그룹 관계자는 “우리 자산이나 매출규모를 봤을때 9조원대의 분식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오전에 이같은 루머가 증권가에 나돌아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는데, 우린 확실히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분식의 규모로 봤을때, (우리보다) 규모가 큰 그룹일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기업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4대그룹 가운데 하나인 B그룹 관계자는 “요즘처럼 기업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9조원대의 분식이라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우리는 재무팀에서 계열사 별로 이중, 삼중의 감시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어 경영자가 분식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거론되고 있는 금융기관 C사의 고위관계자는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하면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루머가 금융시장에 나돌고 있는데 대해 배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C사의 주가하락에 대해서는 “국내 주식시장 자체가 현재 침체국면이고, 국내외 여건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하락일 뿐, 기사에 언급된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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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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