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측 교섭대표인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윤견일 이화의료원장과 보건의료노조 이용길 부위원장, 윤영규 위원장(왼쪽부터)이 서명한 합의안을 서로 교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측 교섭대표인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윤견일 이화의료원장과 보건의료노조 이용길 부위원장, 윤영규 위원장(왼쪽부터)이 서명한 합의안을 서로 교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장종원
노사 양측 교섭대표들은 23일 오전 3시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회의실에서 ▲의료의 공공성 강화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및 고용안정 등을 뼈대로 하는 '2004년 보건의료 산별교섭 노사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날 합의서 조인식에는 사측에서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김명호 한양대의료원장, 윤견일 이화의료원장, 이성식 소화아동병원장, 박찬병 수원의료원장 등 9명이 참석했다. 노조측에선 보건의료노조 윤영규 위원장과 조은숙 부위원장 등 7명이 참석했다.

성상철 서울대병원장은 "산별교섭의 원년을 맞아 그동안 교섭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노사가 서로 대화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서 너무 기쁘다"며 산별교섭 출범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본의 아니게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송구스럽다. 병원이 하루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제도적 장치가 덜 갖춰진 채로 시작된 산별교섭에서 일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결을 이끌어낸 것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내용을 좀더 보완해가면서 완전한 산별교섭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 교섭단 간사 박찬병 수원의료원장은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원만하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파업 참가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 ▲현장에 복귀할 시 갈등과 부당한 처우가 없도록 조치할 것 등을 노조에 약속했다.

병원노사는 이날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합법적인 방법과 자율교섭에 의해 산별교섭을 타결시킨 첫 사례를 남기게 됐다. 이는 향후 금속산업연맹과 민주택시연맹 등의 산별교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측 대표단이 보건의료 산별교섭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측 대표단이 보건의료 산별교섭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 장종원
이에 앞서 노사 양측은 핵심쟁점이었던 주5일근무제와 관련, '1일 8시간, 주5일 4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되 향후 1년간 토요일 오전 외래진료를 축소 실시하고 그 이후는 노사가 협의하여 정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또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상보험법과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을 적용하기로 하고 임금을 포함한 처우 개선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특히 노사는 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환자 권리 확보를 위해 '환자 권리장전'을 만들어 선포하고, 이를 공동으로 실천하기로 했다. 또 의료산업 발전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사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건강보험제도 개선 및 보건의료예산 확대 방안을 함께 고민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이와 함께 노사는 주5일제 실시에 따른 필요인력 충원을 각 병원 및 사업장별로 협의하여 시행하기로 하고, 병원에 근무하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우선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막판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던 생리휴가는 무급으로 전환하되 재직중인 여성노동자에게는 월 기본급의 하루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건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노사는 기존의 연월차휴가를 폐지하는 대신 기존 연월차 산정일수에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가일수를 뺀 나머지 일수를 임금으로 보전하기로 절충했다.

이밖에 노사 양측은 임금인상과 관련, 2004년 주5일제 실시 대상 병원 및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기본급의 2%를, 비실시 대상의 노동자에 대해서는 기본급의 5%를 일률적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한편 22일 저녁 7시부터 열린 보건의료노조 쟁의대책위원회에서는 '얻은 것 없이 백기 항복했다'는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로 집행부가 조합원들로부터 합의안을 추인받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이에 따라 22일 오후 8시로 예정됐던 합의안에 대한 조인식이 23일 오전 3시로 늦춰졌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3시를 기해 산별총파업을 전면 철회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산별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현장으로 복귀하는 23일 오후쯤이면 대부분의 병원이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 양측은 노조의 대의원대회가 끝나는 25일께 정식으로 합의서 조인식을 가질 예정이다.


[1신 : 22일 오후 5시 48분]

사립대의료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키로...노조와 마찰 불가피



병원파업 열사흘만에 노사가 2004년 보건의료 산별교섭을 전격적으로 타결한 가운데 사립대 의료원이 파업 참가자들에 대해 전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노조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서울대병원 파업사태 돌파구 안갯속

사립대의료원장협회의는 "21일 대한병원협회 소회의실에서 병원파업과 관련해 긴급 회의를 열고 파업참가자에 대해 전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키로 합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사립대 의료원측은 이미 급여가 지급된 동아대병원을 제외한 가톨릭중앙의료원, 경희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 이화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 11개 병원은 모든 파업 참가자들에 대해 6월 급여분부터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의 공식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으나 잠시 후 오후 8시로 예정되어 있는 합의안 가조인을 위한 본교섭에서 노사가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건의료노조가 산별총파업을 철회하는 것과는 별도로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5개 병원에서는 지부별 세부교섭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파업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