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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슈조고 2학년 2반 하수미양
ⓒ 장원재
이전 기사에 대해 정귀명씨의 국적이 북조선 국적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이 있었다. 말이 나온 김에 기사를 시작하기 전 조총련 이들의 국적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재일교포들의 국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국 국적과 조선적이다. 조선적은 해방 이후 예전의 조선 국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한국 국적의 교포들 중에는 해방 이후 한국에서 건너온 '뉴커머'와 조선적을 가지고 있다가 한국 국적으로 바꾼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외 일본으로 귀화해 일본 국적을 취득한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재일교포에 속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조총련에 속한 이들은 대부분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 국적으로 바꾸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까지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분단 상황에서 국적을 선택하는 것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고, 북한과 수교가 없는 일본에서 북조선국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조선 국적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현재 '조선'이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서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무국적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북한은 이 문제를 달리본다. 일본은 한일협정을 통해 한반도에 존재하는 유일한 합법 국가가 한국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합법적으로 북한의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북한은 조선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자국의 해외 동포로 대우한다. 이를 위해 북한 정부는 이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국적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조선적은 일본에서는 무국적으로 분류되지만, 북한에서는 북조선 국적으로 분류된다.

조선적을 지니고 있는 이들은 일본에서 많은 차별을 받는다. 취직에서도 불리하고, 해외여행을 갈 때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한국 국적으로 바꾸면 일본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들은 쉽게 취직할 수 있다. 최근 한국 국적으로 바꾸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으로 귀화한 경우에는 물론 일본인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

이하는 규슈조고 2학년 하수미양과 한 인터뷰 내용이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이름은 하수미라고 합니다. 야마구치에 있는 조선고급학교에 다니다가 이번에 학교가 합치면서 규슈조고에 왔습니다. 지금은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고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민족 학교에 다녔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민족 학교를 다녔습니다(고등부 이들 중에는 어려서부터 민족학교를 다닌 이들이 많다).

-조선말은 어느 정도 하나.
"어릴 때부터 조선말을 써와서 조선어만 쓴다고 해도 큰 불편은 없습니다. 기숙사에서는 친구들끼리 일본말과 조선말을 자유롭게 씁니다. 비율은 반반 정도? 그래도 아직은 말하기에 약간 자신이 없는 편입니다. 쓰는 것에는 자신이 있지만요."

-한국 드라마를 본 적 있나.
"일본에는 한국 드라마를 녹화해서 방송해주는 케이블 채널이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 가끔 그 채널에서 방송하는 드라마를 봅니다. <겨울연가>도 재미있었고, 최근에는 <대장금>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한국 연예인 중 좋아하는 사람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현재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용준이 제일 인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겨울연가>에 나온 최지우에게 호감이 갑니다.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해요.(웃음)"

-여가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조직부 분조장이기 때문에 수업이 끝난 후에는 벽보를 만들거나 이러저런 반 사업을 합니다. 남은 시간에는 일본 소설을 읽거나, 주말에는 친구들과 일본 영화나 미국 영화를 봅니다. 얼마 전에는 <헌티드 맨션> 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요즘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가타야마 교이치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라는 소설입니다. 일본에서 아주 인기가 많은 소설인데, 한국에서도 영화로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싸이더스에서 판권을 사 영화화를 추진하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는.
"일본 가수 중에 하마자키 아유미라는 가수를 좋아합니다(일본의 톱 가수 중 한 명이다)."

-앞으로의 진로는.
"조선대학교에서 정치경제를 전공하고 싶습니다. 졸업하고는 총련에서 재일 동포들을 도와 주는 일꾼이 될 생각입니다(민족 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 있는 조선대학교에 가는 이들은 전체의 10-30% 정도다. 조선대학에 진학을 원하는 이들이 떨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조선대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총련 조직에서 일을 하거나 민족학교 교원이 된다)."

ⓒ 장원재
-일본 학생들과의 관계는.
"지금은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일본 학생들이 한국 여학생을 괴롭히는 일도,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4월에 개교한 이후 아직까지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제가 아는 한에서지만요."

-직접적으로 차별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취직할 때 안 보이게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국적은.
"북조선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역시 조선적이다)."

-학생들의 국적은.
"대부분 북조선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 국적이나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소수입니다. 하지만 졸업하고 한국 국적이나 일본 국적으로 바꾸는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 친구들이 있나.
"(한참 생각하다가) 어렸을 때부터 재일 동포 사회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같은 또래의 일본인들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특별히 일본 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요. 학교 차원에서 교류를 하면서 알게 된 일본 학생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닙니다. 일본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겠다고는 생각하지만 직접적인 접촉이나 관계가 없어서인지 저뿐 아니라 반 친구들도 대부분 일본 친구가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국'하면 어떤 인상이 떠오르는지.
"같은 핏줄을 가진 민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언젠가 통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한국'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남조선'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한국이라고 부르면 왠지 다른 나라를 부르는 것 같아서요."

-민족 학교를 다니면서 느끼는 좋은 점.
"학교를 다니면서 자기 민족을 알고, 자기 말을 배우고, 또 조선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일본 학교에 다녔다면 지금쯤 조선말로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일본 사람이 되어 있겠죠. (잠깐 생각하다가)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보면서 자기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쌍했습니다."

-남북한 관계에 대한 생각은.
"요즘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빨리 조국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 우리 세대들이 더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자식들도 민족학교에 보낼 것인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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