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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제 곁에 있는 것이더군요. 아이들의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답니다.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대전 동광초등학교에서 수영부를 지도하고 있는 신하경(28) 교사는 매주 아이들을 인솔해 수영장 시설이 완비된 인근 고등학교로 연습을 나온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면 한밤중에야 퇴근하게 된다고.

하지만 그녀의 얼굴 표정 속에서 힘든 기색을 엿볼 수 없다.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만 할 뿐이다. 그녀가 지금처럼 행복한 교직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기차여행을 하면서부터이다. 기자여행은 그녀 삶의 전환점이 됐다.

“학창 시절 때 여행을 못 다녔어요.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할까요? 항상 보호만 받아오던 제가 이제는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여행만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녀의 첫 여행은 지난 99년 혼자 떠난 기차여행. 주말이면 틈틈이 1박 2일 코스로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기차를 타면서 교육 철학을 깨닫게 됐다면 너무 거창한 말일까. 그녀가 본 기차는 항상 제 시각에 출발해 제 시각에 도착했다. 그저 잠시 쉬고 다시 쉼 없이 달릴 뿐이었다. 늘 여러 사람과 함께 하면서 씩씩하고 당차게 달리는 그 모습을 보며 그녀 역시 기차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한테 기차 같은 존재가 되자고 결심했어요. 아이들의 푸른 꿈만큼은 잃지 않게 해주자는 생각에 내 가슴, 내 귀, 내 눈에 아이들의 꿈을 품고 함께 달리고 싶어요.”

기차가 준 메시지처럼 신 교사 역시 자기 발전을 위해 늘 달리기 시작했다. 기차여행을 하면서 시작한 것이 바로 음악줄넘기, 마술, 포크댄스, 스포츠댄스, 오카리나 등을 배우러 다니는 일이었다. 대전을 벗어나 타 지역에서의 연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 권윤영
모던 댄스로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을 정도로 수준급의 춤 실력을 갖춘 그녀는 학교에서도 모던 댄스부를 만들고 틈틈이 배우고 있는 자신의 특기들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이번 방학에는 에티켓 강사 자격증을 따려고 수강신청을 해놨는데 이 역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생각이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토대로 많은 것을 전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의 주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마술을 보여주기도 하고, 쉬는 시간이면 늘 소지하고 다니는 오카리나로 동요를 불러주기도 한다. 쉬는 시간 잠깐을 이용해 1~2시간 동요를 연주하면 어느새 아이들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이들도 애정 가득한 그녀의 체육시간을 그토록 기다리는 듯하다.

그녀의 수업 방식 중에서 독특한 것이 있다면 인사를 “안녕하세요” 대신 “사랑합니다”로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수줍어하던 아이들도 지금은 복도에서 마주치면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생각이 바뀌면 언행과 습관이 바뀌고 그것이 미래를 바꾼다고 하잖아요.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에 정말로 서로 사랑하게 되고 아이들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어요. 아이들의 감정이 점점 메말라가고 있는데 그 인사법 보다 좋은 것이 없더라고요.”

그녀에겐 ‘사랑의 마사지 기계’가 있다. 학교 내 체벌 금지라 하지만 아이들도 가끔씩 감당하기 힘든 위험한 행동을 하기 마련. 그럴 때마다 그녀는 아이들의 손바닥을 때려준다. 그럴 때 덧붙이는 말이 “이건 사랑의 마사지 기계입니다. 이것으로 시원하게 마사지를 하면 혈액순환이 됩니다”이다. 그리곤 서로 사랑한다는 인사말을 해주면 아이들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별명은 ‘쌩쌩이 선생님’. 이유인즉,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 때문.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선입견 때문에 학부모나 동료 교사에게 욕을 먹기도 했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기분 나쁜 일을 종종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에게 가장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경제적으로 차 살 여유는 없고, 매일 학원은 가야하는데 기동력 면에선 오토바이가 딱이다 싶더라고요. 35만 원을 주고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학교 출퇴근할 때나 학원을 오갈 때 이용하고 있어요. 지금은 다들 마음을 열고 '쌩쌩이 선생님'이라고 부른답니다.”

쌩쌩이 덕분에 학교도 쉽게 가고 학원도 쉽게 갈 수 있으니 그녀에게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신하경 교사는 아침이 그토록 설레고 기다려 질 수가 없다. 학원에 가서 뭔가를 배우고 집에 들어오면 밤 10시. 주말도 반납하고 연수를 받으러 가지만 아이들에게 즐거운 수업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오늘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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