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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우체국 청원경찰 이정란씨
대전 둔산우체국 청원경찰 이정란씨 ⓒ 권윤영

문을 열고 들어서자, 경쾌한 말투와 밝은 미소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덩달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유난히 친절하기에 고객들의 칭찬이 자자한 그녀, 대전 둔산우체국 청원경찰 이정란(34)씨. 그녀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고객들을 향해 기분 좋은 친절을 베푼다.

그녀는 잠시라도 자리에 앉아있는 순간이 없다. 오가는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안내를 자청한다. 고객들이 놓고 간 분실물을 일일이 챙기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누군가 그녀를 향해 다가와 위치를 물어봐도 손짓으로 설명하지 않고 찾는 장소까지 데려다 주고, 때로는 무거운 짐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게 아줌마의 장점인 거 같아요. 아가씨는 아무래도 몸을 사리게 될 거 아니에요. 주변에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병난다고 하는데 오히려 자리에 그냥 앉아 있으면 어색한걸요. 바쁜 게 좋고 왔다 갔다 하는 게 좋아요.”

그녀가 청원경찰로 근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주 업무는 보안이지만 요즘에야 보안시스템이 워낙 잘 돼 있어서 그것보다는 고객 안내, 서비스 차원이 크다.

“대전 서구청에서 사무 일을 하다가 이쪽에 자리가 났다고 해서 소개로 들어왔어요. 집 근처 은행에 여성 청원경찰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때 바라본 이 직업이 괜찮아 보여서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의지를 갖고 시작한 생활이었지만 처음에는 말도 못하게 힘들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서 있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친절이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었다. 사심 없는 마음으로 친절을 베풀어도 받는 사람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 친절을 받아들이는 반응도 달랐고 그 날의 사람 기분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반응도 다르지만 그녀가 오는 사람의 기분을 일일이 파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났던 할머니는 아직도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우체국으로 들어서는 할머니에게 상냥하게 인사드렸더니 “가서 자리나 지키고 앉아있어라. 귀찮게 수선을 떠느냐”라는 핀잔만 들어야 했다. 너무나 속상해서 휴게실에 앉아서 울었던 기억. 그렇게 한번 무안을 당하면 선뜻 다가가기 어려워지지만 지금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여유도 갖게 됐다.

“여기 출근하기 전 기분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 있어도 전 밝게 웃어야 하잖아요. 고객 분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같이 웃어주고 인사를 받아주면 그게 최고로 기분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뭔가 도움을 줬을 때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우체국을 오가지만 그래도 그녀의 작은 친절에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사람이 더 많다.

“한 할머니께 외국에서 딸이 약을 보냈나 봐요.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우편물이 여기로 와 있었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받을 수 있는 것을 할머니는 직접 찾으러 왔어요. 밖을 내다봤더니 몸이 편찮은지 절뚝거리면서 오고 있어서 할머니를 부축해서 우편물을 받아다가 택시까지 잡아드렸더니 할머니가 택시에 오르면서 복 받을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원래 밝은 성격의 그녀지만 1년 남짓 이 일을 하다보니 더 밝은 성격이 됐다.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 있어도 늘 웃어야 되니 안 좋은 일도 우체국만 오면 쉬이 잊혀지기 마련. 일하면서 웃음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친절은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베푸는 거래요.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베푼 친절이 다시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때가 많거든요. 제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 게 즐겁고 행복합니다. 기분이 안 좋은 채 우체국을 방문 했다가도 가실 때는 모두들 기분 좋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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